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괴담을 넘어 가두행진, 촛불시위 등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그 동안 알려진 괴담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시위는 확산되었다. 사실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증명된 미국산 소고기는 소비자를 위해 수입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라 소고기 뿐 아니라 다른 농축산물도 개방해야 한다. 오히려 농축산물 수입을 저지하는 것은 국민들의 엥겔계수를 높여 그 고통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할 것이다. |
소고기 파동 일명 ‘미친 소’ 논쟁은 어차피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항시 부르짖으며 살아왔고 토지(土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다들 글로벌리즘의 물결이 휩쓸며 세계는 개방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할 수 없이 그 대세를 순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농축산 수입개방이 이루어지면 농촌이 다 망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농축산물 완전개방에 대하여 여론조사를 계속 해왔다면 그 조사의 결과는 완전개방론자의 형편없는 완패로 쭉 나왔을 것이다. 지금의 ‘미친 소’ 파동은 좌파가 이를 이용한 일시적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현상이다.
개방은 누구라도 선택해야 할 과제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정동영, 문국현, 이회창 등 다른 누가 집권했어도 아마도 소고기는 개방해야 할 것이다. 사실 소고기를 비롯한 한미 FTA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국회의원들의 직무태만과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17대 국회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 문제는 처리되지 못하고 현 정부와 18대 국회로 이양된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에서 소고기 장관 고시가 감행되었다. 이미 협상을 통해 도장을 찍은 사안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국가 간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일로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믿지 못할 국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고기 장관고시는 불가피하다. 필자는 이런 정부의 강행이 옳았다고 본다. 물론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다른 문제이다.
아울러 수입을 막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다. 수입하면 먹겠다는 여론이 25% 밖에 안 된다고 해도 이런 소수의 선택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 이는 명백한 다수의 횡포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소고기 괴담
하지만 소수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길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수입반대론자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반대론자들은 ‘미친 소’에서 ‘월령 미친 소’로 전략을 바꾸어 공세를 계속한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은 24개월 이하 월령의 소만 먹고 30개월 이상 도축소는 한국에 몽땅 떠넘긴다며 공세를 폈다.
그 공세 중에 나온 괴담은 하나는 “미국에서 30개월 이상 도축소는 동물사료용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과 다름이 판명되자 이번에는 30개월 이상의 도축소는 가공식품용이라고 우겨댔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용되는 소고기 등급이 도축월령에만 따라 분류되는 것처럼 떠들어 댔다.
그렇다면 지난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먹은 스테이크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32개월 된 텍사스산 소를 도축해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한다. 수입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옳다면 이 스테이크는 동물사료 공장이나 가공공장에 가는 것을 특별히 빼낸 고기인 셈이다.
이미 협상을 통해 도장을 찍은 사안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국가 간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일로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믿지 못할 국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이런 괴담들은 하나하나 밝혀지는 바와 같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공기로 전염 된다느니 크리넥스 사용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들만이 괴담이 아니다. 물론 30개월 이상의 소들에게서만 광우병 소가 나온다. 이는 소의 광우병 잠복기가 3년이니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30개월 미만의 소는 절대 안전한가? 즉 잠복기 중의 소는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지만, '안전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는 역으로 이야기하면 위험부위를 제거한 30개월 이상 도축소가 그렇지 않은 24개월 도축소 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광우병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광우병이 가장 유행했던 곳은 영국이며 그로 인해 사람이 많이 죽은 곳 또한 영국이다. 따라서 안 그래도 바이오산업 선진국인 영국이 광우병 연구를 제일 많이 한 것은 당연하다. 그 연구진 중 한 명에게서 나온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광우병에 대하여 확실한 것은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순식물성 사료만을 먹인 소는 100% 안전하다는 공식화된 명제도 소수 학자들은 부정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이렇게 했더니 지난 20년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경험칙상 사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없다. 나머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물론 미지의 영역에 도사린 위험도 분명히 존재하며 수입반대론자들의 염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염려임을 필자는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미지의 영역에 대한 염려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서민을 위한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담는 자들이 국민들의 엥겔계수를 높여 그 고통을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고농축산물 가격 유지(維持)를 위해 그렇게나 악을 써대는 모습도 본인이 보기에는 정말 기막힌 아이러니다. |
인간이 우주로 가면 다른 환경 속에서 체내 세균이 급 돌연변이를 일으켜 변형되어 인류를 공격하면 그 파괴력을 감당하지 못하여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학자가 지금 미국소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학자(그들의 견해는 반대론자들이 즐겨 인용한다) 보다 훨씬 많으며 실제로 미국은 이를 염려하여 우주에 갔다 온 우주인들을 상당 기간 격리하여 관찰한다. 그렇게 따지면 그런 상당한 관찰기간도 없이 귀국한 ‘한국의 최초 우주인’ 이소연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며 '이런 위험한 러시아 우주선을 태운 행위'는 영락없이 촛불시위감이다.
정말로 소비자나 국민을 위한다면 개방해야
‘미친 소’가 설득력을 상실해 가자 이제 반대론자들은 이명박의 굴욕외교에 초점을 맞춘다. 필자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소고기 협정 하나만 뚝 떼서 본다면 분명 한국이 양보한 것이다. 그렇지만 농수산 협상팀과 대통령은 외교 자체가 다르다. 소고기를 양보하고, 미국 비자 면제협정이나 미국산 무기 수입국 지위 향상의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정상외교이다. 이런 점에서 소고기 수입의 대가는 캠프데이비드 만찬이었다는 주장은 순 억지다.
그리고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에 서명해 한미 소고기협정에 관계없이 프로그램대로 농축산물을 개방해야 하는 처지이며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 의회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막더라도 그것은 막음이 아니라 유예일 뿐이며 일시적인 버티기일 뿐이다. 이 점은 지금 버티기 중인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본문에서 계속 강조해 왔듯이 위험하지 않다면 굴욕 외교란 말은 상당 부분 설득력이 상실된다. 값싼 먹 거리의 공급이야 말로 정말 국민들에게는 최대의 복지이다. 개방으로 인해 종전보다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담는 자들이 국민들의 엥겔계수를 높여 그 고통을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고농축산물 가격 유지(維持)를 위해 그렇게나 악을 써대는 모습도 본인이 보기에는 정말 기막힌 아이러니이다.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협상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도 이는 국내 책임자들을 추궁할 사안이지 장관고시 철회 요구나 재협상 요구를 할 일이 아니다.■
벨 헤는 솔
* 이글은 ‘벨 헤는 솔’님이 “장관 고시는 옳으며 어쩔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폴리젠(www.polizen.com)에 2008년 5월 30일자로 기고한 것으로 저자와 폴리젠의 동의를 거쳐 독자 여러분들께 편집하여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