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개요
이 사건은 A자동차사 (이하 'A사’라 함)의 소수주주들(이하 '원고’라 함)이 A사의 대표이사인 갑과 을을 상대로 회사를 대신하여 2008년 4월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010년 1월 8일 갑에게 700억 원을 A사에 배상하라고 명령하였고, 을은 위 700억원 중 5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갑과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발단은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A사가 B사에 신주배정방식으로 자본참여를 한 후 A사에 손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A사는 B사의 주식을 기존에 17.64%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1999년 8월 경 B사의 1차 유상증자시 1주당 5000원에 인수하여 약 705억 원을 투자하여 지분을 25.52%로 증가시킨 바 있다. 그리고 B사의 2차유상증자시에도 A사는 1주당 5000원에 총 255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A사가 B사에 신주배정방식으로 자본참여를 한 후 A사에 손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
이와 관련하여 갑은 1999년경 말레이시아에 A펀드(이하 '말레이A펀드’라 함)를 설립한 후 말레이A펀드로 하여금 B사의 유상증자시 주당 5000원에 총 3648만주를 인수토록 한 바 있다.
한편, A사는 2000년 경 영국에 있는 영국A펀드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그 다음해에는 영국A-1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위 투자 수익은 모두 말레이A펀드에 송금되어 A-1중공업과 A사가 2002년 말레이A펀드, 홍콩A펀드를 통하여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부는 최종 2008년 6월 11일 A사가 영국A펀드와 영국A-1펀드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 17,601,185달러(환화로 대략 200억 원)를 갑이 A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와 홍콩A펀드에 귀속시킨 것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횡령)에 해당한다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2. 쟁점별 검토
(1) 유상증자관련 배임행위
1) 쟁점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쟁점 중 하나는 갑이 B사나 C사의 유상증자에 A사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동시에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즉, A사는 B사나 C사의 지분을 갖고 있기는 하였으나 B사나 C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B사나 C사가 부도처리 되더라도 A사의 존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굳이 B사나 C사에 A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의도적으로 A사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쟁점 중 하나는 갑이 B사나 C사의 유상증자에 A사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동시에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2) 당사자의 주장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의 배임 및 위법성을 주장하였다. 첫째는 손실이 날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갑이 B사 등에 투자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주주인 A사는 B사의 부채에 대하여 제공한 지급보증이 없어 B사가 부도 처리되더라도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음에도 굳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A사에게 투자손실을 발생케 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B사 등에 투자한 것은 ...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경영판단
반면에 피고 측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경영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즉, IMF 외환위기사태 이후 정부 등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대기업 간의 구조조정으로 A그룹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B사 등에 투자한 것은 그와 같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경영판단이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피고는 또한 갑의 배임행위로 인한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A사에 손해가 발생하였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그 손해발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하였으며,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는 상법상 5년으로 보아야 하는데, 2000년에 증자에 참여한 것이므로 이미 5년이 경과하여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유상증자 참여는 상법 제399조에 의거하여 볼 때에 이사로서 위법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고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유상증자행위와 우회적 유상증자 참여행위는 형법상의 범죄행위인 배임행위로서 법령에 위반된 행위이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
또한 A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A사가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설령 A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이익은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여 그러한 이익의 발생을 이유로 A사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상법상 5년 이라는 소멸시효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펀드투자수익관련 횡령행위
이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이 된 것은 A사는 2000년 경 영국에 있는 영국A펀드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그 다음해에는 영국A-1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는데, 이러한 투자수익 모두가 말레이A펀드에 송금되어 A-1중공업과 A사가 2002년 말레이A펀드, 홍콩A펀드를 통하여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데 사용된 것이 형법상 횡령에 해당하고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가 동일 사건에 대하여 형사법원에서 횡령으로 인한 형사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당연히 상법 제399조에 의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부는 최종 2008년 6월 11일 A사가 영국A펀드와 영국A-1펀드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 17,601,185달러(환화로 대략 200억원)를 갑이 A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와 홍콩A펀드에 귀속시킨 것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횡령)에 해당한다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횡령부분에 대한 반박을 전혀 가하지 않고, 다만 배상금액의 적정성에 대하여서만 이의를 제기하였다.
갑의 횡령행위에 대한 유죄를 전제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
법원은 피고 갑이 A사가 투자한 영국A펀드와 영국A-1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금 합계 17,601,185달러를 A사에 바로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로 송금한 다음, 말레이A펀드로 하여금 A사와 A-1중공업에 종전 투자금 손실 보전 명목으로 위 17,601,185달러를 각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누어 지급하게 하였고, 이에 위 수익 17,601,185달러 중 3,872,260달러는 A-1중공업에, 나머지 금액은 A사에 지급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 갑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A사가 입은 손해액은 A사의 수익 중 최종적으로 A-1중공업에 귀속됨으로써 A사의 손해로 확정된 3,872,260달러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고, 갑의 횡령행위에 대한 유죄를 전제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하였다.
3. 이 사건 판결의 문제점 및 제언
이 사건에서 피고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계열사인 B사에 유상증자한 것을 형사법원과 민사법원 모두 배임행위로 전제하고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한 판결이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형법 355조 2항 이하)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갑이 얻은 사적 이득이 무엇이고, 갑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논하였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고 단지 형사법원에서 배임죄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건
그러나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성립한다. 즉, 이사건의 경우에 갑의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A사에 손해를 가하여 갑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갑이 얻은 사적 이득이 무엇이고, 갑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논하였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고 단지 형사법원에서 배임죄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건이다.
명백한 증거가 없는 판단으로서 자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판결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사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해외 펀드를 통한 편법적인 방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유상증자 이후에는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배임행위를 저지른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판단으로서 자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법령위반행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은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뇌가 부족
또한 이 사건에서 법원이 경영판단과 관련하여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은 위험감수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사법판단은 위법성 판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법령위반행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은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뇌가 부족하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상법에 독일처럼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명문규정의 신설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향후 논의해야 할 부분은 유상증자참여과정에서 어떠한 법률위반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