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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5 현장조합원들의 목소리 외면한 전국노동자대회

 

협박과 비속어 난무하고 노동대회 진행 한계 드러내
붉은 깃발 물결, 시민들 거부감 느껴
현장의 요구는 무시한 정치적 이슈만 난무


지난 8일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09 전국 노동자 대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건설, 언론, 운수, 공무원, 교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주최측 추산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노동법 개악, 노조말살 어림없다!’, '노동자여! 희망을 열어라!’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운수공공성 강화,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악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부문 시장화반대, 4대강 죽이기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만큼 경제가 살아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지, 이명박이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 하나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대회 진행 한계 드러나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MB정권은 747성장이 그냥 희망이었을 뿐만 아니라 발뺌하는 사기정권이다. 콘크리트에 녹색을 칠하고 녹색정책이라 말하며, 대운하를 4대강으로 말만 바꿔 추진하고 있으니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냐. 헌법재판소의 판결 또한 도둑질한 건 인정하면서 도둑놈은 아니라고 말한 격.”이라며 “노동 3권을 제약해야 한다는 한국노동연구회의 발언 배후에 누가 있겠느냐” 며 힘을 합쳐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날 임성규 위원장의 대회사의 메시지 전달력은 극히 떨어졌다. 읽는 내내 임성규 위원장은 말을 더듬었고,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지 조합원들조차 '저게 무슨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현장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틀어준 후 보여준 투쟁 띠 전달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식적이다, 유치하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협박과 비속어 난무한 대회

이 날, 투쟁연설은 김금철(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이근행(언론노조 MBC위원장), 김도환(공공운수 연맹위원장), 정헌재(통합공무원 노조), 이영초(NH 농협중앙회) 이상 다섯 사람이 했다. “일손을 놓으십시오. 우리는 한 방에 이길 수 있습니다.”, “두 시간, 네 시간의 파업은 시도도 하지 마십시오. 현장에 돌아가면 철저히 파업하십시오.” 등 자극적인 발언들이 이어졌다. 또한 '무노동 무임금을 쥐새끼의 아가리로!’, '명박이 이놈의 새끼 한 번 잡아봅시다!’, '명박이 하고 강부자하고 끼리끼리 쌈 싸먹은 나라!’ 등등 끊임없이 비속어를 사용,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붉은 깃발 물결, 시민들 거부감 느껴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비단 비속어만이 아니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여의도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효민(대학생 4년) 씨는 이 날 행사를 보고 “사회주의국가 행사를 보면 빨간 색이 가득하잖아요. 줄도 딱딱 맞춰 깃발을 흔들기도 하고. 마치 사회주의국가의 행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거부감이 드네요.”라고 느낌을 밝혔다.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크게 틀어 놓은 노동가에 맞춰 나란히 붉은 깃발을 흔드는 모습에 두려운 기분마저 들었다고 한다.


현장의 요구는 무시하고 정치적 이슈만 늘어놔

이번 노동자대회는 사실상 이름만 노동자대회일 뿐,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관계법 같은 노동과 직접 관련 없는 이슈들과 '이명박 정권 퇴진’구호가 중심인 정치성 집회였다. 이런 '정치성 집회’에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참가해 정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통합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날 행사에서는 현장조합원들의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비리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말소리 또한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이에 신경 쓰겠다는 발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부에 대한 요구만 길게 늘어놓기에 앞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부터 귀기울여 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조합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시민들과도 함께하는 것, 이럴 때 건전한 시위문화가 조성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진주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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