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르침을 전하던 선생님 대신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반대하며 욕이 써진 플래카드를 드는 선생님이 나타났다. 전교조의 학력평가 반대집회 현장이다. 학력평가라는 공교육을 외면하면서 그들이 찾는 공교육은 대체 무엇인가? 객원기자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서울시 교육청앞에서 선생님은 욕을 하고 있었다
" 미친놈들아" 선생님이 입에 담기 힘든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선생님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노숙자처럼 거리에 주저 앉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세상을 가르쳐 주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줄 선생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국시도연합 학력평가 시험이 치러진 23일 밤에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선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교조 소속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 500여 명이 참여해 교사 부당징계 철회와 전국 학력평가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지난 12일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2008년을 물들었던 붉은 물결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화두는 '학력고사 반대'로 바뀌었지만 정부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기운이 똑같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인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불법적인 해임 파면을 철회하라"고 소리쳤다.
공교육의 연장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력평가를 반대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생님이 공교육을 거부한 행위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전국학력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벌인 교사들을 파면하고 해임하자 약자로 비춰지는 전교조 교사들에 동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 동정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부터 '학력평가 반대' '미친교육'이란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던 전교조 교사 7명 전원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고 이중 3명은 파면 4명은 해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초등학교 교사 2명과 중학교 교사 1명이 파면되고 초등교사 4명은 해임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에게 '직무 수행시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와 성실 의무 위반을 적용했다. 지난 10월 14~15일 초6, 중3, 고1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시험 안내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평가 거부를 유도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발송하는 등 학교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다. 파면, 해임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파면의 경우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이 되지 않으며 퇴직금은 재직 기간에 따라 5년 미만이면 4분의 1, 5년 이상이면 절반 감액된다. 해임시에는 3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은 전액 지급된다.
전교조 학업성취도평가가 부당하니 징계도 부당하다?
즉각 전교조와 해당 교사들은 전국학업 성취도 평가 자체가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 교사들의 징계 또한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실효성이 없고 학교 서열화만 부추겨 사교육비만 낭비하게 만들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조차도 기존에 표집으로 설계된 문항으로 전집을 실시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146억원의 국민의 혈세가 이 시험으로 탕진됐다. 더구나 학년 말에 실시되는 시 도 교육감 협의회가 주관하는 시험은 교육청 스스로가 보아도 아무런 교육적 효과가 없는 단지 전국 단위 서열을 내기위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학업성취도평과의 효과를 알린 교사를 파면과 해임으로 몰고간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만행이라고 규정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질은 전국의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우고 이를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교육감은 일제고사의 장․단점에 대해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고, 체험학습을 안내했다고 아이들이 삶의 시작이자 끝인 교사들을 교단에서 몰아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들은 앞다퉈 해임교사들의 불쌍한(?)모습과 선생님을 잃는 학생들의 눈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전교조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선생님과 함께 하고픈 아이들의 작은 꿈마저 짓밟는 일들이 결국 역사에서 어떤 심판을 받았는가는 지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며 탄압받는 객체로 해당교사들을 부각시키며 동정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학생들의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 돈 받는 교사와 다를바 없다"
이 같은 흐름에 서울시 교육청은 당황해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전교조가 언론을 등에 없고 호도하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24일 통화에서 "교육 공무원의 의무가 무엇인가"라는 말로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초등고 교육은 법령에 의해 행해진다. 성취도 평가는 초등고 교육법으로 정해져 있다. 개정된 초중고 법령에 의하면 학생들 평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시행령 10조에 의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정책인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는 국가공무원법 초중고법을 위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주장과 달리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는 성적관리 소홀로 교육법상 중징계를 사항이었다. 그는 " 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어 누차 공고를 보내 시행을 알렸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논의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시행이 결정된 사항이다. 이런 평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교육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교육공무원에게 징계수위를 결정할 때 성적관리 소홀 사항은 금품수수와 같이 파면 해임까지도 가능한 중징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공무원이 교육을 거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이를 정책입안자가 아닌 교사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학교와 학생 줄세우기'라는 주장에 대해선 "터무니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 군사정권시절 서열세우기 시험인 일제고사와 달리 학생들과 학생들의 취약한 과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더 나은 교육을 '서열 교육'이라고 낙인찍어선 안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는 교육적 혜택을 전교조가 나서서 차단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체험학습에 대해서도 전교조가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체험학습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현장학습을 할 기회를 주고자 만들었다"며 "노동절 같이 부모가 회사일을 잠깐 쉴때 학교장 허가하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부모와 유적지 등을 다니며 학습을 하도록 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위해 나선 체험학습은 취지도 절차도 모두 무시됐다"고 말했다.
지난 해 사교육비는 4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큼 사교육비는 해마다 해마다 커져만 간다. 전교조는 늘상 외친다 "질 좋은 공교육을 실천하겠다"고, 공교육 틀 밖으로 학생을 내몰면서 질 좋은 공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강필성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