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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4 마케팅 비용 규제의 함정과 소비자 피해


최근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대표이사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마케팅비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당국자가 나서 한국 통신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세 통신사들이 영업비를 제한하는 신사협정을 맺도록 유도한 이 결정은 정부가 기업의 담합을 유도한 카르텔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영업비 규제는 현 최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산업발전도 저해할 것이다.

최근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대표이사들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마케팅비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단 올해는 스마트폰 활성화와 판매점·영업점 종사자들의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22%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합의로 기업의 마케팅비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해 통신사들은 매출액의 24.5%인 8조6천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 비용을 매출액의 22%로 감소할 경우 1조9천억원, 20%로 줄이면 2조4천500억원이 절약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통신사들이 절약된 영업비용을 연구개발과 콘텐츠개발 및 설비투자에 사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당국자가 나서 한국 통신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세 통신사들이 영업비를 제한하는 신사협정을 맺도록 유도한 이 결정은 정부가 기업의 담합을 유도한 카르텔을 조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 합의는 시장경쟁을 침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설비투자 증가를 통한 산업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마케팅비 제한은 시장경쟁 침해와 산업발전 저해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통신사들의 시장경쟁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발 통신업체들의 경쟁력을 손상시킬 것이다. 유선 분야에서 연 매출 7조원에 이르는 KT와 연매출 2조원의 SK브로드밴드가 동일한 20%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선 분야에서 연매출이 12조원인 SK텔레콤과 3조5천억원에 불과한 LG텔레콤의 마케팅비도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KT가,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해 KT는 8천억원 정도, SK브로드밴드는 6천억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주로 유선시장의 초고속인터넷의 판촉에 사용했다. 그런데 매출 기준 20%로 계산하면 SK브로드밴드의 마케팅 비용은 4천억원으로 감소하지만, KT는 여전히 8천억원을 지출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영업비 규제는 현재 최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시장경쟁의 활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마케팅비 제한은 시장경쟁 축소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것

이번 협의와 더불어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지급해오던 단말기 보조금이나 초고속인터넷 현금지급 등의 각종 혜택을 크게 축소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통신사들이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급하는 이 인센티브는 통신사들이 거두고 있는 막대한 독과점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한 방법으로 통신사간 경쟁으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통신사들이 절약하게 될 2조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은 같은 크기의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제 정부의 통신시장에 관한 지나친 간섭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케팅비를 제한하려는 의도는 통신사업자들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에 등한시함으로써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는 통신회사들이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절약된 자금을 콘텐츠 개발이나 설비투자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이번 협정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정으로 절약된 영업비를 콘텐츠 개발이나 설비 투자 등에 쓰지 않을 경우 통신요금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친절히 지도하기도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언론에 투자와 마케팅비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정책적 수단과 단속을 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경쟁 축소로 산업발전을 저해

그러나 정부의 진단과 달리 시장경쟁의 도입이 서비스의 확산과 설비경쟁을 불러옴으로써 국내 통신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는 이동통신 산업과 초고속인터넷 산업의 성공이 정부규제가 아닌 시장경쟁의 확산에 기인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2005, “정보통신정책 현안분석 2004”).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국내 이동전화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여 시장기능을 활성화한 것이 이 산업의 성공요인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처음부터 부가서비스로 분류하여 진입 및 요금규제를 제거했으며, 그 결과 기간 통신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초고속 인터넷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설비경쟁이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규제의 철폐와 시장경쟁의 도입이 통신산업 발전의 주요 요인

정부의 통신사 영업제한 정책은 이 산업에서 사업자간 자유경쟁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최근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관리경쟁 체제는 사업자간 담합을 조장하고 사업자의 진취적 경영을 억제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영업규제는 현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가격상승과 품질저하라는 독점시장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인식하여 정부는 이 산업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자유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의 역동성을 증가시켜야 한다.

통신사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는 기술개발 사업자를 우대하고 원천기술을 보호하는 산업정책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궁극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인허가제도를 철폐함으로써 기술선도자가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즉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시장의 선별기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 법무법인이 미주노선에 대한 가격담합을 이유로 국내 항공사들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등의 명목으로 요금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8월 대한항공이 3억 달러, 금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5,000만 달러의 벌금을 미 법무부로부터 부과 받은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승객들은 이미 2007년 하반기부터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카르텔에 대한 부족한 인식으로 국가이미지 손상과 기업비용의 증가

이러한 미 연방법무부 독점금지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담합행위 적발은 2005년 반도체 업체를 시작으로 항공사, LCD패널업체 등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2008년 12월 LG디스플레이가 미국 반독점법 집행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4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그 결과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TFT-LCD 패널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과 3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가격담합 행위로 받은 벌금의 액수를 살펴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05년 하이닉스 1억8,500만 달러, 삼성전자 3억달러, 2007년 대한항공 3억달러, 2008년 LG디스플레이 4억달러, 2009년 아시아나항공 5,000만달러 등 총 12억달러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조4,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이다(김형준, “연방법무부의 카르텔 수사와 기업윤리,” 법률신문, 2010.3.12).

이러한 한국기업들의 급증하는 독과점법 위법 판정은 미국 경제의 불황에 따른 자국 산업보호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들의 카르텔 행위를 엄격히 처단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들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미 정부의 인식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은 1890년 셔먼독점금지법(Sherman Antitrust Act) 이후 카르텔 행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1957년 로마협약을 통해 카르텔 행위를 위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마케팅비 제한은 카르텔 조장하는 후진적인 행태

이러한 선진국들의 카르텔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에 비해 한국은 카르텔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담합행위를 거리낌 없이 실행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각종 기업들의 영업 행태가 외국에서 카르텔 판정을 받아 크게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시사한다. 최근 정부도 이를 인식 국내기업의 카르텔을 엄격히 처벌하려 하고 있음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주와 음원, LPG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카르텔에 대한 기준과 그 법 집행은 여전히 국제적인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가 통신사 사장들과 만나 마케팅비 사용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정부가 기업의 카르텔행위를 스스로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행위는 향후 국내 통신사들이 외국시장에 진출할 때 처벌을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비상식적인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활동은 기업고유의 영역으로 정부규제는 위법

마케팅은 기업의 중요한 활동으로 그 과다여부는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할 사항이다. 즉 마케팅의 방안과 그 비용의 결정은 중요한 기업고유의 경영활동 영역이다. 정부가 나서 그 지침을 제시해야 할 사항은 결코 아니다. 이는 기업의 자유를 저해하고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극히 후진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통신산업의 발전은 규제완화와 경쟁도입을 통해 시장의 선별기능을 확대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마케팅비 규제는 기업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국제적인 카르텔 금지법을 위반하는 불필요한 행동이다.

김상호 / 호남대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미국 Michigan State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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