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로 정치적 무임승차 시도
- '대한민국 위기’는 자기성찰 없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
- 각종 위기설로 인해 오히려 위기를 만드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함정에 빠진 것
대표적인 중도우파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창립 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위기는 존재하는가 부추겨지는가'라는 주제로 3월 10일 프레스 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 정치, 사회, 안보 등 대한민국 전반에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 원인과 실체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과연 대한민국의 위기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위기를 통해 정략적 이해관계를 취하려는 세력이 부추기는 것인지’를 논의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
“자기성찰 없는 진보, 정부에 부정적 낙인찍기만”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에 널리 퍼지고 있는 부정의식의 원인에 대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진보진영이 위기를 부추김으로써 정치적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되려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조 대표는 우선 “비판을 위한 비판만이 존재하는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야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정치의 생산성이 제고되려면, 정치세력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야 하지만 반드시 적대적(敵對的) 대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우리의 비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난 야당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견제와 균형’은 교과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발목잡기와 공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대표는 촛불사태를 예로 들며 이른바 '진보’단체들의 부정적 여론몰이를 질타했다. 그는 "진보세력은 철저한 자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새로운 진보’를 모색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촛불집회를 실지(失地)회복의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보수진영에게 '개혁과제의 표류’라는 치명상을 가져다주었다면, 진보진영에게는 '새로운 진로’ 모색을 위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앗아갔다. 치명적인 손실은 차라리 '후자’에 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구태의연’을 벗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폐기했어야 할 '민주 대 반(反)민주’의 구도를 지금도 견지하고 있는 좌파진영이 정부에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찍음으로써, 위기의식의 확산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9월 위기설은 정치적 선동이 심리적 위기감을 증폭시킨 전형적인 후진적 사건”이라며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신들이다. 공포가 확대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위기설은 '자기실현’ 단계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反정부 세력, 위기는 증폭시키고 위기대응 효과는 약화시켜”
정치분야 주제발표를 밭은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위기를 이용하려는 반(反)정부 집단의 분파적 행동이 정부의 위기대응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 일부 집단이 경제위기 상황을 무시하고 분파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경제위기 대응 노력을 무산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의 야당의 의사결정 반대와 지연, 일부 노조의 상시적인 파업과 시위, 친북반미 사회단체의 왜곡된 정보 유통 등은 신속하고 선제적인 위기대응 정책을 차단하거나 그 정책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분야 주제 발표에 나선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윤창현 교수는 “3월 위기설, 9월 위기설 등 경제 분야의 각종 위기설은 과장된 부분이 크고 그것으로 인해 위기를 만드는 측면이 강하다”며 현재의 경제 위기는 특정세력에 의해 증폭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최근의 위기는 대내적인 문제점과 대외악재에 위기를 이용하여 일정 부분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들이 얽혀서 만들어내는 복합위기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며 “위기국면의 소문이 표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자기실현적 예상의 기제’가 작동, 위기가 더욱 증폭된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그 한 예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3월 2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가용 외환보유액 이미 바닥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위기설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중장기 국채 등을 순매도한 것을 두고 그만큼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이라고 분석한 것을 근거로 한 주장이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외화보유액 중 미국 중장기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으므로 이를 먼저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북한의 일방적 비난과 비방이 안보불안을 유발해”
남북관계 경색으로 높아져 가는 안보불안과 관련해선,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보수정권인 현 정부에 대화를 차단하고 있는 북한에 책임을 돌렸다.
유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북한의 일방적 비난과 비방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는 전면 단절되고 남북기본합의서 등 기존의 남북간 합의 사항이 단계별로 무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 교수는 김정일 건강이상 등 북한의 대내외적 난제도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대내외적 난제들로 체제 이완 조짐이 발생하고 있으며 김정일 이후 후계구도 정립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정에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긴장을 유발시킴으로써 체제 단속과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02년 '한민족의 번영과 행복한 시민적 삶을 위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구현하자'는 기치로 출범했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좌파이념이 시민사회의 주류일 때 우파이념을 기본노선으로 정한 최초의 시민단체로 평가받는다.
강필성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