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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미국발 금융위기, 본질은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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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퇴장하는가? 미국 발(發) 금융위기 이후 좌파 시민단체들의 자유주의 비판이 격렬해간다. 민주노총은 9월26일 성명에서 『新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체모순에 의해 붕괴해가고 있다』며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안(代案)경제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경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온 결과, 중소기업은 일상적인 파산위기에 직면해있고,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익의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고율로 배당되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자본들의 단기이익 창출의 희생양이 된 저임금비정규노동자는 갈수록 확대되어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면서 무분별한 재벌규제완화 및 공기업사유화, 한미FTA비준 등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결국 친 재벌 시장화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재앙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냐』며 『이명박 정부는 기어이 민생경제를 파탄내고 말겠다는 심산이냐』고 비난했다.

소위 보수언론 역시 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9월22일 조선일보는 『「신자유주의」막 내리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올렸다. 『작금의 금융공황이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실질적인 종언을 뜻한다』는 요지였다. 투자은행(IB)들이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이용, 최소한의 자금만 가지고 수십, 수백 배나 되는 큰돈을 거래하는데도, 이에 마땅한 규제가 없었다는 것이 금융공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금융위기

「월가의 탐욕」, 「시장의 실패」등 최근 언론에서 회자되는 용어들도 자유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웅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은 세간의 평가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규제와 간섭 없이 방종해 온 시장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이며, 이를 가지고 신자유주의가 몰락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최박사의 분석이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어 온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닷컴경제(IT산업)」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저리의 이자율을 고수했다. 이것은 시장 기능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고,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린스펀은 2006년 이후 의장직을 떠났지만, 2년 후 경제호황이 끝나면서 부작용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세계화와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금융자유화와 자유무역 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경제 이념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 이론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경제학의 신주류로 등장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이 모두 이에 기초한다.

그러나 좌파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자마자, 이제 사회주의의 시대가 온 것인 양 큰소리친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 과연 「월가의 탐욕」과 같은 소위 자본주의의 구조적 맹점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그린스펀 사례와 같이 「시장의 실패」가 아닌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자유주의는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속의 「탐욕」을 본질로 한다. 그린스펀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왜곡한 채 저리의 이자를 고수해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월가의 배를 불렸다면, 이는 자유주의를 벗어난 이단이다. 따라서 비판받아야 할 것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그린스펀의 경제정책이지, 「자생적 질서」나 「탐욕」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미국 발 금융위기를 통해 오히려 자유주의의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법(法)의 지배로 통제되는 탐욕

설령 「월가의 탐욕」에서 모든 원인을 찾는다 해도, 그것이 소위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자유주의는 또 다른 본질은 「법의 지배(Rule of Law)」로 통제되는「탐욕」이다.

자유주의의 비조격인 하이에크의 질서관은 결코 자유방임(Laissez Faire)의 원리주의가 아니었다. 그의 자유방임는 엄중하게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의해 운영되는 정의로운 게임의 시스템이다.

하이에크는 토지, 주식의 폭등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무제한·무절제의 탐욕을 옹호하진 않았다. 공정한 룰을 일탈해서 폭주하는 시장은 오히려 자유의 기초를 허무는 「노예의 길」이 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인소유권과 계약의 룰을 서로 지키며 공정한 교환시장에서 경제번영이 약속된다는 하이에크의 시장에서는 결코 약육강식의 법칙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시장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두 개의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욕심이 있기에 고수익을 추구하고 두려움이 있기에 위험을 기피한다. 양자를 어우르며 상품이 제조되고 기관이 설립된다. 정부는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감독하고, 경기규칙에 따라 경쟁하도록 심판하는 구실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유주의 아래서 금융 감독의 요체는 경쟁을 부추겨 「시장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장안정성」을 도모하는 균형이다. 여기서도「시장안정성」을 무시한 미국 당국의 문제를 자유주의의 「시장효율성」의 기초인 탐욕에서 찾아선 안 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불성실하게 운용한 정책 당국의 책임을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전가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성욱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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