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시민논객 2009. 10. 12. 09:00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한 해가 지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그 원인과 대책을 가지고 세계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다양한 견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전 세게는 그 폭풍에서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의 실패를 주장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시작은 서브프라임 모기지1)에서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정책 중 하나인 주택보급률 확대로 정부에 의해 세워진 페니매(연방주택저당공사)와 프레드맥(연방주택담보대출회사)이 존재한다. 이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정부보증기관으로 ABS의 한 형태인 MBS2)로 모지기에 대한 매입을 한 뒤, 이 MBS를 다시 CDO3)라는 파생금융상품의 형태로 잘게 분화하여 세계 각국으로 판매한다. 투자은행으로부터 CDO를 사들인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는 이것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부도스화프4)를 주문한다. 이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만약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이것은 금융업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2006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금리가 급등하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채무 변제를 포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서브프라임 대출이 많았던 수많은 상업은행들의 손실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결국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중 4위인 리먼브러더스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이는 전 세계 증시를 폭락시켰고, 곧바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금융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얽혀져 있었기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경제에도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며 부실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자료출처: 디지털타임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시중의 유동성과 신용경색 해소 그리고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특히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되자 미국의 중앙은행과 재무성은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어, 대공항 이후 가장 대대적인 M&A를 주선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하여 이들 금융기관의 도산을 막고 구조조정을 도모하는 등 새로운 규제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금융위기에 대한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으며 생존을 위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수많은 대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케인즈식 부양책이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금융시스템은 크게 성장한 데 반해 규제가 이에 걸맞게 확대되지 않자 대규모 현대판 뱅크런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일어났을 때 구제의 대상이 되는 무언가는 위기가 없을 때엔 반드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세계화를 다루기 위해 장기적으로 국제적 자본 흐름을 규제해야 한다.5)”며 시장을 축소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왜 시장의 탓으로 돌리는 것인가! 수많은 원인들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 흐름의 인센티브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도와줄 거라는 인식 속에서 비록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었으며, 이는 수많은 회사의 몰락을 야기하게 되었고 결국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정부 간섭에 의해 운영되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위기의 원인이다. 따라서 불행을 초래한 원인으로 이를 치유하려고 하지 말고, 시장의 힘을 신뢰하고 효율적으로 시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1)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장기대출을 말한다.
2) 모기지유동화증권(Mortgage Backed Security): 은행의 모기지들은 매입한 뒤 이들을 묶어 새로운 채권을 만드는 데 이 채권을 MBS라 하며, 이런 기법을 증권화(securitization)라고 한다.
3)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자산유동화채권(ABS)의 일종으로서 일정한 현금 수입이 보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고정수입자산들을 담보로 발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4)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 기업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신용부도스와프 구매자가 그의 판매자에게 매년 일정 금액(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그 반대 급부로 기초증권이 파산하면 기초증권의 액면가를 지급받는 일종의 보험상품을 말한다.
5) 폴 크루그먼, 「불황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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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공동 기획 Roundtable]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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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참석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일시 : 2008.12.10.(수) 11:00~13:30
장소 : 프레스센터 20층 모란실
진행 :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질문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정해서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토론 내용 요약]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와 실물시장을 통한 경로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는 은행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자본의 유입이 감소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투자자들의 자본회수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또 국내 금융기관이 단기외채가 많음으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신용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그것이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또 다른 경로인 실물시장 부문을 보면 미국과 세계의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의 수출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와 기업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경로와 과정은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다. 무디스나 S&P가 우량(AAA)으로 평가한 채권이 회수가 안 되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얼마나 갈 지 잘 모른다는 것에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파생상품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망하지 않았을 기업들도 망하고 있다. 나아가 실물위기가 다시 금융부실로 재환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정책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잡한 연결망(글로벌 경제)은 위기를 빨리 확산시키지만 수습의 속도도 그만큼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부문의 ‘건전성 규제’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신용평가기관에 공공성을 강화하여 국가공공기구가 일부 참여하는 기구로 만들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듯하다. FDA가 음식물과 약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고 감독하듯이 말이다. 금융자산의 신용등급이 잘못 평가되면 독이 든 음식이 유통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금융시장의 경색이 달러공급을 축소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Dollar shortage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달러의 공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것이 국제적인 달러부족을 가져왔다. 국내은행들은 미국주택금융시장투자가 부실화되면서 자산 건전성이 하락하고, 달러유출이 지속되는 상항에서 달러부채의 롤오버(Roll over)가 어려워져 외화자금난에 봉착했다. 국내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실물 부문에의 자금공급도 안 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달러와 원화공급을 늘리지만 은행들의 대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출도 안되니까 실물부문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한국의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린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외화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미국의 모기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것이 부실화되어 한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고 BIS 비율이 낮아졌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 은행들도 대출을 회수하느라 시중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IMF를 거치면서 제일 많이 달라진 부문이 민간기업이다. 부채비율과 수익성 지표는 분명히 개선되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은행부문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IMF 이후 안전한 소매금융에만 매달리고, 구조변화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 특히 KIKO 계약을 체결한 중견기업 등은 환차손에 직면해 있다. 또 중요한 것이 부동산시장에서의 미분양사태다. 이런 프로젝트 파이넨싱을 어떻게 잘 소화하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모든 부문이 축소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제도가 신용창출 능력을 상실하니까 여기서의 축소효과가 있고, 실물부문에서 수출수요가 떨어지고 내수마저도 경색이 되니까 여기서도 축소가 일어난다. 결국 금융과 실물 모두에서 축소균형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져가는 상황이다. 더구나 수출 주문이 없어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수출 주문을 받고도 수출금융이 안돼 수출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 대금에 대한 금융까지 안해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만큼 대출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90년대의 일본에서와 같은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20-30% 정도의 하락은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지금 상황 자체는 위기 직전 상황으로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본다. 대기업은 신용경색과 내수부족과 수출감소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환율상승으로 외채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으로부터의 하청감소와 수출부진, 그리고 은행 대출감소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 금융권은 외국으로부터의 자금공급 부족(차입감소)과 외채만기연장 불가로 대외신인도 하락과 함께 외국에서의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은 은행의 부실 우려로 인해 자금을 단기화하면서 은행들은 예금부족을 겪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부실증가로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외환시장 안정과 내수경기 침체의 해결이다. 외환시장 안정은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내수경기 침체는 수출 감소가 어느 정도 폭으로 진행될 것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만일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상당한 위기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서도 경상수지가 조기에 개선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대안으로서 기업구조조정이라든가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은행을 물가에는 끌고 갔으나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지금 금융시장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은행권이 문제라고 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지표를 봐도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하는 은행을 격려를 해야 한다. 모든 은행을 다 동일하게 문제가 있다고 획일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발상은 시장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시장의 논리에 맞게 잘하는 은행과 못하는 은행이 차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잘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못하는 은행은 M&A가 되고, 자본베이스가 좋은 은행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면서 신용창출에 나설 때 자연스럽게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잘하는 은행에의 시장집중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극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사회에서 은행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은행의 자본베이스와 관련해서 사실 그동안 은행산업에 대해 많은 잘못된 정책을 해왔다. 은행의 문제는 대부분 자본 베이스가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은행의 자본 베이스라고 하는 것은 자본을 확충하는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이 자본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배제시켰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를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은행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왔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하더라도 은행산업에의 진입제한을 완화하는 노력도 같이 있어야 한다.

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방법은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출금을 회수하고 그런 활동이다. 그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으로서는 BIS 비율을 맞추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의 투자를 회수할 수 없게 되고 국내적으로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BIS비율을 낮추는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전 세계가 공동으로 BIS 산정방식을 고쳐보자고 하는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만 BIS 비율의 기준을 바꾼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오히려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시중 자금 경색의 원인은 기업의 부실우려와 우리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과다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그리고 이로 인한 외국에서의 자금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경상수지 흑자로 국가적 신뢰도를 회복함으로써 해외차입이 증가하게 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은행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침체로 추가적인 기업부실이 우려되므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사전적으로 15%, 16% 정도로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사전에 제고시켜 놓는 것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와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과 대출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금융시장에 투입했거나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100조를 넘는다. 하지만 11월 시중은행의 신규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4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월평균 5조7000억 원)나 올해 상반기(월평균 5조9000억 원)보다 25%가량 줄었다. 이렇듯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기업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할수록 BIS 비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기업측에서 보면 “비올 때 우산을 뺏는 형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지 못할 바엔, 국책은행의 상업은행(예컨대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에의 출자를 통해 상업은행의 BIS비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국책은행에 자본을 증자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물론 부분 국유화지만, 최근 영국정부가 바클레이스 등 대형 은행을 국유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기적인 처방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산분리와 같은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여 자본확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외국인 소유비중을 줄이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대책들을 보면 현상유지를 해야 된다는 인식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동성도 풀고 구제금융도 해야 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볼 때 생산성 향상이 아닌 화폐가 지나치게 많이 풀렸던 탓에 나타난 화폐적 현상으로 인한 착각 속에서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줄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줄인다는 것은 아까 이야기 나왔듯이 축소균형으로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바로 부도가 날 기업들은 부도가 나는 것이고, 파산할 사람들은 파산을 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들은 이런 과장된 상황을 연장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더 큰 파국이 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설사 문제와 관련해서 본다면, 대주단 협약 같은 방식보다는 일단 부도가 나게 둔 후, 부도 기업의 숫자가 아주 많아지면 그 때가서 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그렇게 해야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당연하지만,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 있고 또 외국에서부터 온 큰 충격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실화되고, 이 기업부실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나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옥석을 구분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건설사의 부실은 건설사의 책임이 크며 이는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퇴출될 기업만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퇴출되지 않아도 좋을 기업들이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늘려 건실한 건설사의 건전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병행하여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동성위기 해소'와 ‘도덕적 해이' 방지는 두 마리의 토끼다. 불행하게 돌 하나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핵심은 건설회사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인데, 옥석을 가릴 때는 type-I, type-II 오류를 범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치명적인 오류는 당연히 type-I 오류로서, ‘부실하지 않은 기업을 죽이는 것'이 더 큰 오류다. 한편 이 같은 오류를 피하려다 보면, 죽여야 할 기업을 살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회생프로그램은 부지불식간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편향'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우 엄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보면 정부가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늦추면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폭을 줄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이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 결국 문제는 ‘단기의 가시적 이익'(고통저하)과 ‘장기의 잠재적 손실(경제체질 악화) 간의 선택이라는 점인데, 단기의 가시적 이익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구조조정의 전담부서를 정부가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의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주도로 하였겠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채권단이 설립한 기구를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는 필요할 때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대주단을 운영하기에 앞서 미분양 아파트가 왜 많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불필요한 시장개입과 이를 피하려는 민간건설업체의 행태가 빚은 산물은 아닌가.

어떤 경우든 집단적 구조조정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오히려 차별화하여 잘하는 경제주체가 제일 못하는 경제주체를 M&A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보다 잘하는 은행이 나서서 더 많은 대출을 하게하고, 보다 잘하는 건설회사가 어려운 회사를 M&A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고 상대적으로 역량이 있는 그런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점유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가는 과정이 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이다. 그런데 집단적으로 ‘몇 개 퇴출' 이런 식으로 하면 시장은 꼼짝을 안하고 잘하는 기업도 움직이지 않는다. 차별화하고 서열화함으로써 시장이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인데, 과거에 집단적으로 구조조정해서 지표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표를 건전하게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체질변화가 없는 ‘지표구조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바로 차별화하고 서열화하여 열심히 하지 않고 살아날 수 없다는 압력을 통해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구조조정은 서열의 마지막 제일 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외환시장의 불안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우리나라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금융에서 말하는 소위 ‘불가능한 삼위일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경상수지 흑자도 내면서 자본자유화도 하고, 또 성장도 하고자 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하는데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자본자유화가 된 상태에서 성장률을 높이면 자본유입이 늘어나서 환율이 내려가고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자유화를 하게 되면 성장률을 선진국 성장률보다 크게 높일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더 성장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불안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또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은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에 대폭적인 개선이 어려운 경우 결국 환율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스왑 등을 통해 차입이 늘어도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없고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는 있으나 또다시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어 환율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환율 급변동은 지난 10년간 추구한 자본시장 개방의 결과이지만, 세상에 좋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방이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현재 외국인들은 급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환매에도 대비해야 하고, 서브프라임 손해도 메꾸어야 한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니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갖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외환보유고는 최근 줄어들어 2000억 달러가 되었다. 전 세계적 외환거래량(경색이전 하루 2조달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만일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한다면 돈 잃고 환율도 방어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미 통화 스왑도 좋고 정부의 대외채무지급 보증도 좋지만 결국은 우리의 달러유치 실력이 관건이다. 결국 기업이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거나(무역수지 흑자), 우리의 신용을 근거로 달러를 빌려오거나(자본수지 흑자)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달러의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하여 달러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가 결제통화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FRB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 공급도 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에 투자된 월스트리트 자금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환율도 높아질 것이다.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경상수자 흑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서 현재 수출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그렇다면 수입을 줄여야 한다. 수입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좀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SOC투자도 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있고, 기름도 덜 써야 된다. 그러니까 수출을 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내수 용도의 수입을 최대한 줄여야만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책을 보면 내수를 살린다 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SOC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돈 풀어 돈 쓰라고 하면 수입이 줄어들겠나. 수출도 안되고 수입은 줄이지 못하고 그러면 외환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좀 춥게 사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점을 정부가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상황에 따라서는 민영화 일정을 순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일정조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를 지렛대로 툭하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와 체제는 없으며, 시장주의가 국가개입주의 보다 ‘덜 해롭기' 때문에 채택되는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도, “지금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위기 해결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속 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업은행의 상업은행 기능과 정책금육 기능의 분리 및 전자의 민영화는 옳은 방향이다. 주식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민영화를 진행하되, 원칙은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법 개정 등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제 값을 받기 위한 전략이면 OK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민영화 전체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방향을 정치적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민영화는 진행하되, 제 값을 받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약간 의견이 다르다. 제 값을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매각을 미루다 보면 그 기간 동안의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가능하면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등과 관련해서는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해야 했는데, 잘못 시도하다 보니까 전반적인 공기업 민영화가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은행은 당연히 민영화 되어야 한다. 다만, 현재 경기침체로 산업은행 매각시 매입주체와 가격 등에 문제가 있으므로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감세는 조세체계와 세율구조를 바꿔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에 불이익이 안가도록 조세구조를 개혁하는 일이다. 감세의 경기 부양효과는 부차적일 수 있지만, 그러나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감세를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세체계와 세율을 개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확대는 평상시 같으면 불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단지 재정확대만 한다면 구축효과 등으로 회복시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두 가지를 같이 추진해야 한다.
재정적자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위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확대재정정책도 본래의 상태로 환원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자를 내더라도 지금 감세 기조를 확립해 두어야 위기가 끝난 후에 작은 정부 기조를 회복하기가 쉽다.
감세도 필요하나 먼저 재정지출 확대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점진적인 감세를 추구해야 한다.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시기에 감세의 경우 저축이 늘어나고 소비증대효과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높여왔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 역시 필요하다.
미국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이고 또한 과거에 이 같은 경기부양책을 써 먹지 않아서 그 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내수진작을 위해 SOC 투자를 써 먹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됐기 때문에 SOC투자를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요한 것은 SOC 예산 증액은(내년 SOC예산은 올해보다 26.7% 늘어난 24조7000억원) 아주 예외적인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의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정부의 재정지출 실패의 결과이며, 미국의 1930년대 뉴딜정책도 성공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지출 보다는 감세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감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대로 “부자들의 잔치”가 아니다. 감세는 재정배당(fiscal dividend)이고, “일하는 사람의 근로 유인을 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세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도록 일부 품목(예컨대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감세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보호무역주의는 서로를 죽이는 정책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잘 설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미FTA를 관철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은 바람직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개방도를 고려하면 수출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는 크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을 강조할 수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비준은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미국의 상황이 유동적이므로 관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모임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한 것은 너무 잘 한 것이다. 1930년대에 경기침체로 끝날 것을 대공황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보호무역 때문이었다. 미국이 외국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스뭇-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 되었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포괄적으로 평가했을 때' 한국의 국익에 매우 부합하는 협정이다. 하지만 야당의 정치공세로 우리나라에서 비준에 실패했고,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실기(失機)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설사 연내 한국에서 비준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 민주당 정부 하에서 한미FTA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FTA가 실제로 발효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는 곤란하겠지만, 정부로서는 그런 안 좋은 경우도 상정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상항에서 한미 FTA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단지 국내여론을 통일하는데 노력하고 미국의 동태를 살피면서 적절한 시기에 국회통과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당분간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있는 것 같지 않다.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우선 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해외소비를 감소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동결 및 노사분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이 경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해고보다는 임금동결이나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임금동결 및 효율적인 경영으로 비용을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도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부양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기침체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협력이다.
내년도 한국경제의 예상성장률은 수출과 내수 어디를 보더라도 높을 수 없다. 따라서 저성장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위험성이 높다.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든 경제주체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옮겨 붙은 불로 가재도구를 태웠기 때문에 우리 쪽의 방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필요이상으로 악화된 것은 결국 정책실패의 산물이며, 이는 정책공조의 실패와 리더십의 위기로 압축될 수 있다. 경기가 침체기에는 제도개선의 호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고쳐야 할 법안과 각종 규칙들을 고쳐,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위기보다 더 위중했던 IMF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을 다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 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이 발표되는 지표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앞서 조동근 교수도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것이 없이 열심히 살았다. 국민도 기업도 은행도 정치권도 자신감을 갖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항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 짐을 져주지 않는다. 정부를 믿고 있어도 안 된다. 자조하고 내 노력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모두 최선을 다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려면 고통이 더욱 오래갈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부도를 내지 않도록 지원하다보면 모든 기업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들이 그런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을 허용해야 우량기업들로 돈이 흘러서 경제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 국민들이 당장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극심한 고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진통제 처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통제가 습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연시 되고 있는 유동성 확대와 재정팽창, 부실기업 지원 같은 것은 진통제에 해당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만이 경제회복의 정공법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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