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말, 한전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가 발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78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력 발전소 모델을 도입하여 고리 원전 1호기를 가동한지 30년 만에, 한국형 원전 을 개발하여 처음으로 수출하게 되면서 원전수입국에서 원전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한전컨소시엄은 10년간 건설부문에서 200억 달러, 60년간의 운영 사업을 통해 20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억 달러는 승용차 100만대, 초대형 유조선 180척을 수출하는 금액과 비슷합니다.
한국형 원전 수출의 이면에는 우리 기술인의 땀과 눈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1970년대 세계적인 석유파동은 원자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한국은 황무지 위에 원전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인해 용지로 겨우 확보했고, 건설비용은 외국 업체의 힘을 빌려서 차관형태로 얻어왔으며, 건설과정도 미국회사의 어깨넘어로만 배워야 했습니다. 그 결과 1978년 고리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전국에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30년 만에 세계 6위의 원전 보유국으로 도약하였습니다. 2008년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원자력 발전량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2007년 전체의 36%에서 2030년에는 59%로 높일 계획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2030년까지 400여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고, 그 중에 중국이 100여기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됩니다. 금액으로 따진다면 엄청난 시장이 될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임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원자력은 곧 환경재앙으로 인식되었는데 세계적으로 50년 이상 큰 탈 없이 가동되면서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말과 50년대 초 미국과 영국은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스모그 등의 환경문제를 절감했습니다. 이 때부터 원자력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9년 미국의 방사능 물질 유출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원자력은 아주 위험한 에너지’라는 인식을 깊이 심어주었습니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 어디서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지난 50년간 원자력에 대한 논쟁을 계속되었습니다. 그 논쟁에서 원자력은 방사능 누출사고, 핵폐기물 처리, 핵무기 개발 등으로 값은 저렴하지만, 뒤처리가 곤란한 에너지로 평가되며 환경적인 우수성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반핵운동도 일리가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운영과 관계된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습니다. 핵폐기물도 나오며, 우라늄이 의존합니다. 게다가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과 폐기물 처리장 선정도 사회적 갈등을 낳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원전과 관계된 시설을 위한 부지 선정에 많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2003년 부안에서는 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도심이 흡사 전쟁터로 변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하였습니다. 2004년 1월에 전국일주를 하며 부안에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집집마다 '핵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깃발이 걸려있었고, 상점의 상인들은 폐기물 처리장 반대라는 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글로벌 이슈가 되어있고, 화석연료의 고갈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으며, 위청거리는 유가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기술축적으로 인해서 원자력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최근 한국의 원전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는 원유와 가스의 매장량이 각 각 세계 5위인 나라입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수준의 화석연료를 보유한 나라가 원전을 왜 지으려고 할까요?
바로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화석 연료가 고갈될 때를 대비하여 신재생 에너지의 설비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지구온난화라는 지구 최고의 환경이슈가 등장하면서 50년 전 원자력을 개발할 당시 부여했던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의미를 되찾고 있습니다. 당시에 단순히 화석연료를 대체해서 환경오염을 방지할 목적이 컸다면,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고갈을 대비할 수 있고, 게다가 저렴하게 발전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환경주의자들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그토록 탄소방출을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주장했는데, 탄소방출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원자력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 십 년간 그렇게 반대하던 원자력이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고갈되는 자원을 대체할 친환경적 에너지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태양열,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엄청난 돈을 지출해야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원자력 기술의 발전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원자력이 화석연료보다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환경주의자들의 목표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원자력이 화석연료의 대안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현재의 원자력보다 효율, 비용, 운용 등이 더 나은 에너지원이 개발된다면 언젠가는 원자력도 지금의 자리를 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보았을 때,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로 보았을 때, 원자력이 답이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