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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외환시장, 왜 불안한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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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로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다. 2008년 초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화가치가 9월 중순에는 1,150원, 11월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기관과 선물시장 등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한국 외환시장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한국의 외환시장 같다. 2008년 초에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던 9월 중순에는 1,150원대로, 11월 24일에는 올해 사상 최고치이며 1998년 3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일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서 36.2%가 하락했는데,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 폭 11.8%, 2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상승률의 표준편차)은 연초부터 9월 말까지는 0.9이었으나 10월부터 12월 17일까지는 3.3으로 약 3.6배나 커졌다. 이 기간 중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각각 1.8배, 2.1배 커지는 것에 그쳐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통화보다 훨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부문의 달러 수요의 증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던 외국의 투자자금들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8년 초부터 지난 12월 12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의 주식매매 동향을 보면, 한국에서의 순유출액이 370억 달러로 총 순유출액 1,021억 달러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규모가 커지면서 2002년 이후 흑자를 지속했던 한국의 자본수지는 2008년 1~10월에는 35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이유는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곳이 금융부문 만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 또한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2월에 적자 전환한 후에 2008년 1~10월 중에는 누적적자규모가 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10월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각각 53억 달러, 65억 달러 흑자를 보여 총 128억 달러가 한국에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적자가 모두 460억 달러에 달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유발하면서 환율의 상승 폭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은 해외펀드와 관련된 선물환 거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7년에 해외증권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환리스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가 크게 늘어났었다. 2007년의 해외 증권투자규모는 501억 달러로 이중 선물환매도 규모는 27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계 증시의 폭락 장세는 이러한 해외펀드들의 선물환매도가 오버헤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펀드의 오버헤지 청산을 위한 선물환매수 과정에서 은행권이 환헤지를 위해 현물환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달러 부족 상황을 더욱 악호사키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또한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달러의 공급주체들인 수출업체들은 달러보유를 늘리면서 매도를 지연하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 확보를 서두르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화 초과수요 현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를 늘리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상승은 달러화의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외환거래량에서 한국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0.83%이다. 반면 호주의 경우는 4.26%인데, GDP나 교역(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계GDP의 1.78%, 세계교역의 2.59%를 차지하는 반면 호주는 각각 1.51%, 1.06%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외환거래 규모를 가지는 노르웨이의 경우(0.8%)는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0.7%, 0.74%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98%가 달러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4분기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414억 달러인데, 이중 원-달러간 거래가 40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경색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등으로 현물환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일평균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77억 달러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결제 수요나 해외 금융악재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반응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대외채무 증가로 3/4분기 에 대외순채무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말 현재 2,005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나 지난 3월의 2,642억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국제수지의 적자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무는 2008년 3/4분기 말 현재 4,251억 달러이며 대외채권은 4,000억 달러로 집계되어 2001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251억 달러의 순채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특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단기채무는 3/4분기 말 현재 1,594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3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잔존만기 1년의 장기채무를 고려한 유동외채는 2,271억 달러로 11월 말의 외환보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9월 1일 The Times의 보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등이 잇달아 국내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9일에는 다우존스가 "신용평가사 Fitch가 한국의 은행들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오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의 이러한 보도는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주요외신의 보도와 같이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의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3개월치 경상수입액)은 약 1,6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설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 이상의 달러화 공급 채널을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기업부문과 금융부분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이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과제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달러의 수급 상황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4일의 배럴당 140달러에서 12월 17일에는 43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0월에는 4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미 체결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맞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내수부진과 유가의 하향안정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유동성공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인해 점차 안정되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마련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제도롤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달러화 위주의 결제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전체 외환거래의 98%를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나 달러화 유동성의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역 면에서 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2008년 1~10월 동안 2,262억 달러에 달해 전체교역액 7,460억 달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역내 교역은 엔화나 위안화 등의 결제비중을 높임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금융권의 단기 대외채무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저자소개: 장재철 박사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경제 20년의 재조명(공저)’, ‘외환위기 5년, 한국경제 어떻게 변했나(공저)’ 외 다수가 있다.

장재철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박사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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