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안을 직권 상정하자마자 언론노조가 총파업 재개에 나섰다. MBC노조는 2월 26일 새벽 6시부터 가장 먼저 파업에 돌입했다.
언론노조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과 고흥길이 불법적으로 언론악법 날치기 상정을 시도했다. 언론노조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언론악법 상정을 불법적으로 시도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전체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여 26일(목) 06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파업은 지난 1차 파업 때보다 수위를 올려 진행할 것이다”며, “언론노조는 파업지침 15호를 통해 26일과 27일 사이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 비상총회를 소집하여 총파업투쟁승리 결의를 다질 것을 요구하여 26일 06시부터 MBC본부를 필두로 전면 파업에 돌입하며, 각 사업장별 조합원 비상총회 결의 이후 참여 수위와 규모를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아침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직권상정은 “국회법적으로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며, “날치기 상정을 시도한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총파업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본회의도 충분히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고 또 본회의에 상정하는 즉시 통과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이제부터는 일체의 타협 같은 부분들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선언했다”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재벌, 조중동의 상업권력, 정치권력, 언론권력이 카르텔 형성 기도 비난
이날의 파업에 대해 MBC 노조 박성제 위원장은 "합리적인 요구, 사회적 합의기구 요청을 무시하고 어제 날치기 상정을 했기 때문에 저희는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음모가 다시 가시화 됐다고 보고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서"라고 파업의 이유를 밝혔다.
또 "이번 파업은 언론사 내에서 하는 게 아니라 거리에서 시민들과, 네티즌과 함께 직접 현장에 나가서 싸우는 게 될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언론악법을 저지할 때까지 열심히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MBC 파업 현장 결의문에서 “정권이 시작되기 전부터 세상을 혼란케 한,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음모와 도발은 숱한 현안을 제쳐두고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며, “그리하여 언론악법을 독단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려던 반동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지금도 악의 씨앗은 허술한 틈을 찾아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는 민생법을 가장하고, 여론다양성을 주장하는 민주주의를 선전했지만 이들의 흑심은 그들에게 불편한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치적 동지애로 뭉친 재벌과 조중동의 상업권력, 정치권력, 언론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언론노조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언론과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 구성에 나오라”며,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언론악법 폐기와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총파업은 이전보다 더 강고할 것이며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폐기하지 않는 한 파업은 계속될 것임을 결의하고 이를 경고하는 바”라면서 “총파업 투쟁을 더욱 강력히 벌여 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지상파의 독과점적 지위와 '배부른 파업’
한편, 이날 오전 6시부터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는 노조원인 박상권 앵커와 이정민 아나운서 대신 비노조원인 김세용 앵커와 김수정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방송된 '생방송 오늘 아침'에는 변창립, 강영은 아나운서가 기존 신동호,문지애 아나운서를 대신해 방송했다. 오전 9시30분과 낮 12시 뉴스 시간에는 김수정 아나운서가, 오후 5시와 6시 뉴스 시간에는 이윤재 아나운서가 각각 노조원을 대신해 진행했다.
MBC 노조원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지장이 없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일간지는 MBC의 방만한 경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똑같이 1개 채널을 갖고 있는 SBS에는 884명이 근무하는 반면, MBC에는 그 두 배나 되는 1765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07년 SBS가 6353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MBC는 7770억 원의 매출을 올려 SBS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러한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도 계속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상파가 당연히 인위적인 독과점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
더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마다 임금을 깎고서라도 일자리 나누기를 하려고 하는 마당에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평균 인건비가 1억 원이 넘는 MBC 직원들의 '배부른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만은 않을 것이다.
김경욱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