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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4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길



최근 들어 기업투자에 있어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최근 신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구조가 변화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물투자나 R&D투자에 있어서 관련된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기업정서를 완화하고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창업규제 및 노동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투자확대를 통해 생산설비를 증대시켜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는 생산능력을 확충시킬 뿐만 아니라 자본스톡의 증가를 통해 한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2008년에 -2.0%였던 것이 2009년도에는 -8.9%로 크게 감소하였다. 우리나라는 왕성한 설비투자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투자감소로 인한 장기 성장잠재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투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 필요

최근 기업투자가 저조한 이유는 수익성있는 사업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데 기인한다. 최근 일부 기업은 금융위기 기간에도 많은 이익을 실현함으로써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저축액은 지난해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익률 향상을 통해 내부유보를 증대시켜 왔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부채 등 외부에서 조달된 자금은 물론 내부유보를 이용하여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던 때도 있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수익성 개선, 기업들의 차입경영 자제 등으로 부채비율은 대폭 낮아졌지만, 일부 기업이 최근 신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투자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성장산업을 찾고 있는 기업이나 고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정부나 마찬가지이다.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위험한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지만, 최근 들어 기업투자에 있어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식으로 투자를 재촉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1998년도 외환위기와 2008년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 불확실성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존하는 위험하에서 투자로부터 성장과 이익이 나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판단하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은 기업에 영향을 주는 경제정책, 제도변화, 기업 간 경쟁양태 등 다양한 경제환경에서 생성되기도 하지만, 정치․사회변화와 같은 경제외적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설비투자는 일단 투자되면 다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속성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구나 투자규모가 큰 경우에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전체 설비투자액 중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규모 투자일수록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이 커지고 한번 투자한 것은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고 투자위험이 커지는 경우 투자연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이 과제

기업들이 계획된 투자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각종 제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발생하는 기업경영 상의 비용증가 요인 및 기업을 둘러싼 규제환경을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고 그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투자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간에 위험공유를 통해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였다. 이 결과 투자규모가 크고 위험한 투자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체제가 작동하였다. 외환위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들은 대기업 체제 및 기업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높임으로써 기업들이 과거처럼 과감한 투자정책을 펼치는 것을 어렵게 하였다.

투자를 위한 위험공유 체계가 무너지고 각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오늘날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보수화된 투자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기업가의 투자의욕과 기업가정신 발현을 위해서는 팽배한 반기업정서를 완화하고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가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대출은 뚜렷하게 단기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자본시장 역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 등 주주중시의 경영과 기관투자가의 영향력 증대로 인해 기업경영의 단기 업적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같은 단기주의 역시 기업의 장기 대규모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로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세계 각국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각지로 이동하고 있고, 각국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2009년 19위로 이전에 비해 많은 환경개선이 이루어졌으나 노동환경이나 창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들을 옭매고 있는 규제와 제도적인 제약들을 풀고 개방을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창업규제나 노동규제를 푸는 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쉽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서비스산업과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기존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진입장벽을 없애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기업친화적인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활동에 대한 높은 정부규제, 열악한 금융지원 체제, 높은 지가 및 노사분규, 인력난 등은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인 각종 혁신도시, 기업도시 및 수도권규제정책 등 투자관련 제도 및 정책은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크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연구개발투자 확대방안 마련

셋째로 실물투자의 확대와 함께 차세대 성장엔진의 창출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도 전(全)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2.43%로 2001년도의 2.30%보다 미미하나마 다소 증가하였다.

이미 IT 등 지식·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의 성장속도가 전통산업에 비해 빠르고 또 이 부문의 고용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고수익과 높은 연구개발투자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기술개발 투자를 더욱 활발히 하는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과 선진국 가운데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빠지지 않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흐름이 실물투자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발굴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도록 조세감면 등 정책적인 유인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첨단 성장동력 산업의 창출 및 고급인력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자소개: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기업이론 및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관한 제도연구를 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로 “기업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분석(2004)”, “금융발전이 기업성장에 미치는 영향분석(2008)”,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과제: 신뢰의 정책적 함의(2009)” 등이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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