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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4 글로벌 불균형과 경기변동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중심에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견해가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도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태국·한국·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상당수 국가가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불균형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검토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중심에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견해가 자리잡고 있다.1) 원론적 의미에서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도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태국·한국·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상당수 국가가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 일부 경제학자들, 국제통화기금 등에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대미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는 현상을 '문제가 있는’ 글로벌 불균형으로 지적하고, 이러한 불균형의 해소야말로 이번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열쇠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2)이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불균형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검토하고자 한다.

경기변동과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먼저 미국발 경기변동의 원인을 간략히 요약해본다. 이번 경제위기는 엄밀히 말해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이하 '연준’)와 민간은행이 창출한 화폐공급의 증가가 대부시장의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인하시킴으로써 초래된 경기변동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달러공급을 증가시킴으로써 1990년대는 닷컴 버블, 2000년대는 부동산 버블로 지칭되는 경기변동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3)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은 각국은 화폐 공급량을 증가시켜 이자율을 통제함으로써 각국 자체가 만들어낸 경기변동도 중첩되어 있다. 나라마다 경기변동의 정도는 모두 다르지만 말이다.

미국의 연준과 민간은행만이 화폐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달러공급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연준이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발행하여 미국 정부에게 제공한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매년 대규모이고 오랫동안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달러 공급 확대에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보유한 달러를 이용하여 미국 국채를 구입함으로써 미국은 상대적으로(중국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여) 낮은 이자를 주고 중국으로부터 자본, 즉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미국인 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보다 중국 정부의 달러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재정적자를 위한 국채 발행에 따른 저항을 덜 받게 하는 이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환율을 놓고 갈등하는 현재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소유한 엄청난 미국 국채는 미국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폐공급의 증가는 경기변동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가져온다. 인플레이션은 자국 수출재화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외국으로의 수출을 어렵게 만든다. 또 인플레이션은 자국 내 재화가격 상승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다시 말해 어떤 나라의 화폐공급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 나라의 수출은 어려워지고 수입은 쉬워진다. 그 결과 그 나라의 수출은 감소되고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한다. 결국 화폐공급의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대외관계에 있어서 국제수지 또는 경상수지의 적자를 초래한다.4)미국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대외 관계에 있어서 경상수지의 적자가 발생했던 것은 정부가 화폐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미국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여러 원인 중 미국 국내 요인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 국내 요인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와 환율 제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19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증가 일로에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제로 중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본격적으로 증대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시기는 1994년부터이다. 그 이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94년에 큰 폭의 평가절하를 한 것이 그 이후의 경상수지 흑자의 누적에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에서의 평가절상 압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과감한 평가절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큰 폭으로 평가절하한 '위안/달러’ 환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한 것은 수출을 통해 국내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5)6)그리고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서 달러를 축적함으로써 예상되는 핫머니의 공격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중국 정부는 국제 교환수단인 달러를 적당히 쌓아둘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7) 이 점은 1990년대 아시아 국가들, 러시아 등이 위기에 빠지면서 무역 비중이 큰 국가들이 국제 교환수단으로서의 달러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달러를 축적하고 있는 현실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안/달러’ 환율을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약 8.6위안에서 8.2위안 수준으로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만약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증대시킨 다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중국 재화의 인플레이션과 앞에서 지적한 미국 재화의 인플레이션을 비교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직관적으로 볼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국의 인플레이션보다 클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통화 팽창이 중국의 통화 팽창보다 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이 환율을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을 쉽게 만들고 중국의 대미 수입을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즉 그 점이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적인 증가를 초래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재화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다른 나라 재화의 미국으로의 수입이 쉬워진다는 점과 논리적으로 일치한다. 물론 이 점은 좀 더 정밀한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미국 경상수지의 적자와 중국 경상수지의 흑자가 지속된 이유를 사건의 순서대로-물론 동시에 진행된 것도 있지만-요약해 본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민간은행이 화폐공급을 늘림으로써 대부시장의 이자율이 낮아진다. 화폐공급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미국 재화의 가격상승은 수출을 어렵게 하고 수입을 쉽게 만든다. 여기에 중국은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한 고정환율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부터 유출되는 달러를 자국 내에 누적할 수 있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는 달러공급 증가의 한 통로이고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자율로 구입함으로써 미국 정부의 확장 욕구와 중국정부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중국 경상수지 흑자의 일정 부분은 중국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차이에 의해 중국 화폐에 비해 미국 달러의 구매력이 하락함으로써 발생해왔다.

한국과 같은 변동환율제 국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은 1997년 이후에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했다. 경제 이론에 의하면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은 그 만큼 원/달러 환율을 하락하게, 즉 원화의 가치를 상승하게 만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경상수지 흑자는 사라지고 거의 균형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이상 경상수지 흑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말은 경상수지 흑자가 없어져서 균형이 되는 수준까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로 원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이 감소하여 미국 재화와 비교하여 한국 재화가 저렴해진 결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쉬워졌고 미극으로부터의 수입은 어려워졌다. 요컨대 한국산 제품이 저렴해진 것과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정부가 어느 정도 억제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여 지난 10년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억제한 것은 한국 수출업자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주고 그와 함께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완충장치로서 적정 규모의 달러를 보관할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서 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누적된 달러는 상당부분 미국 국채에 투자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누적된 달러로 인하여 미국에게 시뇨리지를 징수당하는 것도 중국과 차이가 없다.8)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 통화공급의 결과일뿐

이번 경기변동은 미국이 달러공급을 늘려 시장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인하했기 때문에 발생했음을 앞에서 지적했다. 9) 미국에서 증가된 달러공급은 환율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나라로 전파된다. 달러는 다른 화폐와 달리 국제 교환수단,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환수단이기 때문에 각국은 달러를 사용하여 국제거래를 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국내에 달러를 쌓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민간은행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에 의해 팽창된 달러의 일부는 다른 나라로 이전된다. 그런데 중국을 포함한 상당수 나라가 엄청난 액수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에서 증가된 달러의 일부를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로 미국에서 증가된 화폐공급의 일부는 미국 내에서 경기변동을 일으키지 않고 다른 나라에 이전되어 그 나라에서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시행하여 어느 정도 그 효과를 제거할 수 있으나 정책의 시차, 발행한 채권의 이자 등으로 인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폐공급은 증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되는 자연이자율과 중앙은행에 의해 인위적으로 낮아진 대부시장 이자율 간의 격차이다. 그 격차가 커질수록 화폐공급은 증가하고 증가된 통화량에 비례하여 경기변동의 규모와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달리 표현하면 화폐수요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화폐의 총재고(total stock)가 화폐의 구매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경기변동에 결정적이다. 글로벌 불균형은 달러의 총재고의 크기를 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불균형은 달러의 총재고가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사실 글로벌 불균형으로 인하여 국제 지폐 발행 국가인 미국은 그 만큼 경기변동을 적게 겪고 있고 그 만큼 외국인으로부터 시뇨리지를 마치 조세처럼, 그러나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징수해왔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즉 국제 지폐 '피발행국’은 글로벌 불균형만큼 경기변동을 떠안게 되었고 시뇨리지를 징수당한 것이다. 만약 달러의 총재고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 규모가 크고 영향이 오래가는 경기변동을 겪을 것이다. 10)11)

요컨대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이 증대시킨 화폐공급의 결과일 뿐 아니라 미국이 달러를 보유한 국가에서 시뇨리지를 징수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12)그러므로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나 견해는 틀린 것이기 때문에 불균형의 해소가 경제위기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비록 부분적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이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다른 나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 는 '공정거래법의 모순', '헌법재판소 판례연구(공저)’, '시장경제의 이해(공저)’,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 외 다수가 있다.

 


1)Allen and Hong(2010)은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글로벌 불균형을 이번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Allen, Franklin and Joo Yun Hong, “Why Are There Global Imbalances?: The Case of South Korea”, 2010 참조. 국제통화기금의 올리버 블랜차드(Olivier Blanchard), 미국의 정치인들, 일부 경제학자 등도 글로벌 불균형을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이 점에서 글로벌 불균형 이슈는 이미 순수한 경제 문제라기보다는 정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의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점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3)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실중 분석한 문헌으로는 Callahan, Gene and Roger Garrison, “Does Austrian Business Cycle Theory Help Explain the Dot-Com Boom and Bust?,”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6, No.2, Summer 2003, pp.67-98이 있고. 2000년대 부동산 버블에 대한 이론과 실증을 분석한 문헌으로는 전용덕․김학수,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 한국경제연구원, 2009. 12 등이 있다.
4)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달러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다면 수출은 쉬워졌고 수입이 어려워졌을 것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화폐발행에 따르는 시뇨리지(seigniorage)를 획득하기 위하여 국제 교환수단인 달러를 언제나 과다 발행할 유인이 있고 1971년 이후에는 거의 언제나 그렇게 한 결과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5)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중상주의 정책의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중상주의는 일차적으로는 국내외 경제주체 간에 소득을 재분배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중상주의는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은 중상주의를 채택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중국의 중상주의가 가져올 폐해와 해결책에 대해서는 전용덕, 「미국과 중국의 환율 논쟁: 위안화 절상이 중국과 미국에 미치는 영향」, 2010, 미발표 원고 참조
6)중국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대미 수출 재화의 가격을 저렴하게 만든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재화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두 가지 요인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7)일본의 '엔’과 유럽의 '유로’도 국제 교환수단이다. 미국의 달러만큼 광범위한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점에서 엔과 유로의 팽창도 자국뿐 아니라 외국에 달러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
8)시뇨리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전용덕(2009, 2010) 참조
9)각국은 스스로 화폐공급을 증대시켜 경기변동을 겪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화폐공급을 증가시켜 경기변동을 초래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용덕,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 자유경제스쿨 홈페이지, 2009, 참조
10)이렇게 실제로 일어난 일과 현실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을 비교하는 것을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고실험이야말로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다.
11)아마도 이것이 1920년대 대공황보다 이번 경제위기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짐작되는 한 가지 이유이다. 1920년대와 비교하여 지금 달러를 쓰는 인구가 거의 무한대로 증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달러화의 공급 증가가 미국 국내에 미칠 영향은 작아지고 그 반대로 미국을 제외한 외국에 미칠 영향은 크고 외국인이 지불해야 하는 시뇨리지는 적지 않다. 글로벌 불균형은 그 점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이다.
12)이 글의 목적은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 아님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을 간략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팽창된 달러의 공급을 줄이거나 자유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화폐․금융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 공급량을 어느 때보다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 통화팽창은 다음 경기변동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통화팽창은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를 자유시장 원리에 맞게 개혁하는 내용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앞으로 언젠가 또다시 경기변동이 재발할 것이다. 자유시장 원리에 맞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의 개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용덕,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금융제도>, 한국경제연구원, 2009를 참조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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