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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9 수직도시론의 제창 : 초고층개발 PART Ⅱ

지난달에 기고한 초고층개발의 전제에 이어 좀 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모리빌딩의 사장인 모리 미노루는 롯본기힐스와 아크힐스의 개발을 통해 초고층 복합개발의 유형을 보여주었다. 특히 자신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직도시론을 통해 도시재생의 한 방법을 제창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초고층에 대한 방법론을 모리 사장이 먼저 한 것은 아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1920년대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꼬르뷔제가 먼저 제창하였다. 단지 모리 사장은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에 이를 접목시켜 오늘날 우리 머리속에 그 형상을 심어준 것이다.

모리사장의 도시개발철학은 간단명료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생산수단의 변화로부터 우리 삶의 가치체계를 잘 간파하고 있다. 과거 공업사회에서의 조업시간은 공장의 생활시간에 맞추어져 왔었고, 조업이 끝나면 심신은 공장생활을 잊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형태로 도시가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식산업사회의 조업구조가 확연히 다르게 발달하였다. 지식산업이라는 것이 두뇌와 감성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러한 지식산업사회에서의 일이라는 것이 크게 휴식, 놀이, 가정 등과 구분이 명료하지는 않다. 창조적인 일이라는 것이 반드시 직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인간생활의 어느 일상에서나 존재하며 일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휴식, 놀이, 가정 등에서도 혼재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과거의 직주분리의 산업사회에서 이제는 직주근접(혼합)을 통한 효율적인 삶을 기초로 도시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즉, 수직도시론이라는 것은 고층개발을 통해 주거, 업무, 교육, 문화, 쇼핑, 레저 등을 원스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이는 과거의 직주분리에 따른 이동시간을 해소하여 유한한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이며, 이를 통해 도시의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하나의 고층빌딩에 모든 기능과 구조를 복합화하고 기능의 시너지를 통한 컴팩시티(compact city)로 표현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잉여시간을 자원봉사나 개인적인 도전을 위한 준비의 시간, 그리고 여가생활을 통한 삶의 질 개선에 그 자원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또한 수직도시를 통해 지식산업의 연관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개인의 시간증대를 통한 여러 방면의 다양한 활동이 모여 수요가 생겨나고 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산업이 육성되고 번성하게 된다. 동시에 개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제공된다. 수직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환경친화성에 있다. 저층의 산재된 개발보다는 고층의 밀집된 개발을 통해 보다 풍족한 공간을 녹지로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집단의 공간을 통한 조화와 기능의 공유로 도시를 풍족하게 만들게 된다. 과거 인간이 무심하게 생각했던 자연에서 이제는 자연중심적인 사고로 자연을 복원하고 재생하며, 향후의 도시개발은 인위적으로 자연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다. 수직의 녹원도시를 만들고 여기에 사람들이 모이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러한 도시는 교외의 자연도 보호할 수 있다. 수직도시론이 그렇다고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롯본기힐스같은 경우 실제 커뮤니티멤버들이 경제적 조건은 고소득층이 아닌 이상 임대료의 납부가 불가능하며,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향유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사익성보다는 공공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모리정원이나 공연광장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며, 임대료가 가장 비싼 로얄층에 공공성을 갖춘 미술관과 전망대를 배치하고 커뮤니티멤버만의 공간이 아닌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모리의 수직도시론을 통하여 우리의 초고층개발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볼 시의적인 사안들이 많다. 우리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재건축이나 초고층개발의 어눌한 그림자들을 이제 보다 선명한 시각으로 재조명하여야 한다. 이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도시개발의 한 축이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는지 그 과정에 정답이 있을 것 같다. 역시 중요한 것은 사익성에 기초를 둔 공익성의 조화라 판단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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