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과 과거사 청산 결부시켜
촛불집회 언급하며 현 정권을 친일파 정권으로 몰아붙여
과거사 청산이 민주주의 회복의 필수 전제라고 주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지 약 2달여가 지난 22일 저녁 7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포럼 “진실과 정의” 주최 '노무현과 과거청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하대학교 법학과 이유정 교수가 사회를 맡고,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발제자로 나왔다. 그리고 前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변호사와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과거 청산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필수 전제라고 주장

토론에 앞서 이유정 교수는 “한국사회는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걸어오며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지만 한편으론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이는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과거청산은 민주주의 회복과 공고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홍구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했던 기간은 우리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과거청산작업이 본격화된 시기였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시점에 과거사 청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찹찹한 심정이었다”라고 말해 과거사 청산은 노무현 前 대통령의 전유물인 것처럼 취급했다.

그는 “촛불집회 과정에서 많은 대중들은 시민들의 엄청난 요구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이 도대체 왜 저러나 고민하다가, 저들이 바로 친일파 족속들이라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촛불 집회 과정에서 조차도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호도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곧 친일파라는 매우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노 前 대통령 죽음을 과거사 청산과 결부시켜

무엇보다 한 교수의 정치적 편향성은 국정원, 국방부, 경찰을 '권력기관’이라 규정하는 발제 내용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내부에서 민간의 참여 하에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스스로 과거의 국가폭력과 권력남용,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문을 쓰게 한다는 것은 현명하고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기간, 과거사 청산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 한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도덕성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일반적인 견해와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前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변호사는 “경찰, 국방부, 법원의 과거 진상 규명 작업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청산해야 할 과거 사실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탁현민씨는 “노무현 前 대통령을 중심으로 문화인들이 결집할 수 있었다”며, “80년대 운동권출신의 진보적 문화인이 2000년대 사회에서 일정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의 결집에 대해 노 前 대통령의 정치과정과 배경이 드라마틱하며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보인사의 주요문화단체 요직 접근에 한계가 있었기에 문화 분야에서 과거청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념적 편향성에 치우쳐 사실 구분 못해

토론회를 듣는 내내 몇몇 참석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모든 토론회가 끝나고 난 후 질문시간에 '노무현 정권과 과거청산 부분을 지나치게 접목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한지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前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한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사 청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이다.

포럼 “진실과 정의” 회원들과 몇몇 노무현 前 대통령의 지지자들 30여명이 모여 있는 자리라서 편하게 거짓과 왜곡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싶었던 것은 이해하나 과거사 청산과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관련짓고 현 정권을 친일파 정권으로 말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진보 세력이 아니면 모두가 수구․친일파 세력이라고 몰아세우는 토론회장의 분위기를 통해 우리 사회 진보 세력들이 지닌 이념적 편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문동욱, 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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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때문에 절망해야 했다"는 진보좌파
- 노 전 대통령 추모 아닌 반정부 시위 벌여 경찰과 일반시민 폭행해
- 시위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과 냉정한 평가 내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 하루 만에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등으로 구성된 '노동탄압분쇄 ·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었던 자리인 대한문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 참가자가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에 불만을 품고 각목과 삽 등을 휘두르며 폴리스 라인을 침범해 경찰과의 충돌을 불렀다.

2500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4시 당초 시위 예정지였던 서울광장이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자 대한문 인근 차도를 점거하며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을 맹비난 하며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차도를 점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79개 전․의경을 동원한 경찰은 시위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폭력사태는 오후 7시께 발생했다. 시청광장으로 진입하려는 참가자 일부가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각목과 삽 등을 휘두르며 경찰과 맞서며 경찰버스를 파손한 것이다.

과격해진 시위대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 화환에 있던 대나무를 빼내 휘둘렀으며 경찰을 향해 돌과 물병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유리창은 깨지고 버스 안에 있던 일부 의경들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시위대는 시위 때문에 차량통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항의하며 경적을 울리는 일반 시민의 차량에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폭력사태는 경찰이 시위자 72명을 연행한 9시께 진정됐다.

노 전 대통령 추모보다 반정부 시위에 중점

이날 폭력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경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분향소를 치우고 서울광장을 폐쇄한 경찰이 시위대의 분노를 사 충돌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민의 공감을 얻으며 경찰과 정부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시위가 있던 시각 길을 가던 시민들도 이날 시위를 노 전 대통령 추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었다. 대한문 근처를 지나가던 A씨는 "경찰은 사람도 아니다"며 "어떻게 영정을 재빨리 치우고 시민들의 서울광장 추모를 막느냐"고 질타했다. 또 B씨는 "서울 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하는 게 통제받을 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시위는 노 전 대통령 추모보다 반정부 시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시위대 일부도 있었지만 이날 시위는 용산사태나 대한통운 박종태 씨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자 호소 외면한 노 전 대통령에게 사람들은 절망해야 했다"고 말한 시위대

시위가 노 전 대통령 추모와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날 시위대가 돌린 전단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러 전단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기보다 오히려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시위를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안타까움을 보이며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그가 서거 후 국민들 사이에서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던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단에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차악"이라고 규정하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즉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치를 실현하려 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과 미국눈치를 안보겠다는 소신 있는 모습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5․18학살의 책임자에게 명패를 던지며 책임을 묻던 그가 끝내 살벌한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을 봐야만 했으며 자신을 서민이라던 그가 노동자 농민의 호소를 외면할 때 사람들은 절망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또 "누군가는 참여정부 기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이 발전했다고도 하지만 한미 FTA, 비정규직확산법, 평택 군부대 투입 등으로 서민들은 끊임없이 곤궁한 삶에 허덕여야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까닭 그것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 돌아선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만약 이날 시위가 노 전 대통령 추모에 무게를 뒀다면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했던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 내내 노무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정확히 2년 전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7년 5월 한미FTA와 비정규직법 등으로 노무현 정부를 질타한 바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진보가 아니라고 여러 번 주장해왔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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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다녀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 우리 사회의 분열이 초래되지 않길

차분하고 진지했다. 근조 배지를 달고 국화꽃을 든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늘어져 차례를 기다렸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 그럼에도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노란색 천막 안으로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고인의 영정 앞으로 헌화와 절이 계속됐다. 주변에서는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방송됐고, 유서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나붙었으며, 넋을 기리는 시민들의 글 자취들이 천에 담겨 흩날렸다. 5월 25일 덕수궁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의 모습이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사진은 서울에 마련된 덕수궁 앞 분향소 모습

한국 현대사의 슬픈 역사가 또 한 번 쓰였다. 지난 토요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뉴스를 연신 훑던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그가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영욕의 삶을 마감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기에 안타까움은 더하기만 하다.

오늘 찾은 서울 분향소에서는 그의 마지막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학생, 회사원, 주부, 어르신들까지 옷을 잘 갖춰입지 못했어도 나눠준 근조 배지를 가슴에 차고, 영정 앞까지 가는 길은 엄숙하기만 했다. 우려하던 전경과의 대치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편히 쉬세요. 대통령님의 꿈은 이제 산자의 꿈입니다’, '편히 쉬세요. 안녕히 가세요’, '힘들게 외롭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등 국민들이 남긴 메모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는 지 잘 보여준다.


분향소 앞에는 조문을 하려는 수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주변에선 조문객이 남긴 글띠가 흩날렸고,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유언들이 붙혀져 이목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을 전부 이해할 길은 없다. 다만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던 유언만이 그의 심적 상황을 헤아리게 한다. 최근 들어 잇따라 터진 측근과 형, 부인, 아들 등 가족들의 비리연루는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자존심의 저해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기에, 그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산 자들의 일은 무엇보다도 차분한 애도와 이후 사회적 안정을 위한 노력이다. 많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빈소 주변에서는 그러한 분열과 반목의 기미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듯하다. 일부 노사모 회원 등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팽개쳐졌고, 이회창 총재 등 몇몇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저지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충격과 비탄에 빠진 지지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는 것조차 막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현 정치인들이 앞장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매우 올바르지 못한 처사다. 김두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고 비난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원했던 결과가 이건가”라며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어떤 사람이건 고인의 죽음 앞에 가책과 슬픔이 없겠는가. 이는 생전에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치인이었어도 마찬가지다. 한 생명의 엄숙한 죽음 앞에서 반목을 부추기고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고인의 생명마저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무례해 보인다. 이는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던 고인의 유언과도 배치된다.

깨끗한 지도자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제 전 국민의 진정 어린 애도 속에 차분하게 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 할 때가 왔다. 고인의 장례식은 유가족과의 합의에 따라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29일이다. 남은 5일 동안 한국 현대사를 폭풍처럼 살아간 그의 행적을 기리자. 그리고 이 때 만큼은 반목과 갈등, 불신과 비난 모두 내려놓고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최대의 예우로 경건한 념(念)을 표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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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지지했거나 반대했던 사람들 모두들 많이 놀랐을 것이다. 한창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때문에 연일 매스컴에 얼굴을 드러낸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서거 직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수사를 종결했다. 당사자가 사망했으니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가족들까지도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한다. 이것으로 직접적으로든 가족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진실로 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알 길은 영영 없어졌다.

하지만 왜 그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투성이다. 그는 왜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검찰의 책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가 아무리 강압적이었다고 한들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품상 거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 평생을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에게 검찰 조사가 자살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명예를 가장 훼손하는 말일 것이다.

언론을 탓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내내 소위 보수언론이라 불리는 신문사들과 싸워왔다. 신문이 아무리 비판해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밀어붙였던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책임을 몇몇 언론사에 돌리는 것은 역시 그의 성품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뇌물수수가 사실로 드러나 법적인 처벌은 물론 자신의 명성에 상처를 입을 것이 두려워서였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무엘 존슨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치 않는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기보다는 자신에 관한 백 가지의 거짓말이 토로되는 것을 바란다.’고 했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물론 결과적으로 진실은 감춰졌고 온갖 추측과 유언비어만이 난무하고 있지만.

하지만 이렇게 진실이 감추어짐으로써 한 가지 가치만은 지켜질지도 모른다. 나는 바로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라 믿는다. 그가 한평생 가장 중요시 했던 가치인 '도덕성’ 말이다. 그에게 '도덕성’은 정치인의 본질이었다. '도덕성’이라는 기반이 없었다면 트레이드마크인 '권위주의 타파’나 '지역주의 타파’도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그가 지키고자 한 '도덕성’은 결코 자신의 '도덕성’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덕성’ 그 자체였다. 설사 자신에게 죄가 있고 그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도덕성’이라는 가치만 지킬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정면 돌파를 선택했을 것이다. '나 인간 노무현은 도덕적이다.’는 사실 보다는 '정치인에게 도덕성은 생명이다.’는 명제를 지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더 소중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죄가 있다고 밝혀졌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이 가치는 손상되었을 것이다. '도덕성’의 상징이었던 노무현의 몰락은 곧 대중에게 '정치인에게 도덕성은 허구다.’는 인식을 주고 이것이 그에게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고 치명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한 작가가 아직 살아 있을 때는 우리는 그의 가장 못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하고, 그가 죽으면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한다.’는 사무엘 존슨의 말처럼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그의 허물을 잊고 용서했다. 대통령으로서 실패한 정책은 물론 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도 특별한 관심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작품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자살이라는 선택은 그릇된 것이다. 그의 정치적 이상을 옹호하거나 대통령 재임시절 정책들에 대해 칭찬할 마음도 없다. 분명 그는 이념적 색채가 불분명한 준비가 덜 된 대통령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던진 대부분의 승부수는 파격적이었지만 잘못된 것이었고 따라서 실패했다. 마지막 승부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대통령 노무현을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단 그가 남긴 가장 뛰어난 작품 하나만은 기억하자. 이왕이면 그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함으로써 지켰으면 좋았을 가치, 하지만 결국 죽음으로서밖에 지킬 수 없었던 가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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