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북한방송개국 5주년 기념 북한전문언론인 국제회의가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북한전문언론인 국제회의 참가자들>
'북한의 미디어 통제와 김정은 시대의 전망’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북한언론전문가들은 미디어가 김정은 3대 세습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단과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홍재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방송의 실태분석’이란 주제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한국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이사는 “195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납북자 수는 514명, 일본은 17명”이라며 하지만 “1999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 방송은 납북자 관련 방송을 방송사당 1.67편을, 일본은(2000년부터 2008년까지)14.8편을 다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방송이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에 대해 “햇볕정책과 같은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이 방송 정책에 투영됐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기간 동안 선임된 KBS와 MBC 방송사의 사장들을 보면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공감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편집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그는 “방송 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고, 민주노총은 종북세력이 주도하는 민노당에 당연직대의원을 갖고 있다”며 “친북적 성향의 노조가 편집권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북한의 납치만행과 실상 보도에 대한 비상식적 침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진: 최홍재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르며 북한 내부에서조차 3대 세습에 대해 비웃음과 풍자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방송이 침묵하는 것이 해괴할 뿐만 아니라 방송언론인이 과연 맞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를 자초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인호 Daily NK 편집국장은 북한 내 저널리스트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05년 이후부터 북한 지도부와 간부들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독점하는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개혁·개방을 선택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인식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 당국이 스스로 개혁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직 남한이나 미국, 국제사회만이 북한당국의 정책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했다”며 “북한의 권력층에 속하지 않는 30-40대 인텔리 층에서 북한 내부의 상황과 주민들의 요구를 외부사회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북한 내 저널리스트를 육성하면 국제사회가 보다 실용적으로 대북정책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북한 내부에서 제대로 분배되고 있는지 실질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보다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김정일 정권 이후 북한 사회가 새롭게 변화되는 시점에서 이들은 민주적인 저널리스트로서 북한 민주 언론의 풀뿌리가 될 수 있다”며 “비영리 저널리즘 집단이나 NGO들이 북한 내 민주적 언론인을 만들어 낸다는 목표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백 자유조선방송대표는 “사회주의나 선군정치와 같은 구호로는 정권의 정치적 사상적 동력을 얻기 어려운 점이 북한의 후계체제 구축 작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보인다”며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는 이러한 약점을 더 증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외부 정보 유입량이 늘고 개혁개방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면 새로 들어설 정권도 이를 전면 무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안착하려면 북한의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로서는 개혁개방이 그 유일한 해법이라는 메시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 사회에 제공될 경우,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 주민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대학생 백요셉씨는 “북한은 정부가 전국의 모든 세대 전자기기를 총 계수해 필수로 모든 방송수단의 채널 조절 기능을 분리하고 조선중앙방송 하나만 나올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TV와 라디오를 수리하다가 분리되어 안전부의 합격포가 붙여진 녹음기의 주파수 조절기능을 우연히 연결해 외부 방송을 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이 남아도는 쌀 때문에 농민들이 아우성이라는 남한 방송이 믿기지 않았다”며 하지만 “중국에 한류열풍이 불어 중국 팬들이 한국 가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이 정말 잘 산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주민에게 쌀, 밥, 빵보다 진정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행복한 낙원이라 착각하고 있는 조국, 북한과 비교할 수 있는 외부 정보이고 소식”이라며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도 당과 수령의 노예가 아닌 인간임을 알게 하는 것이고 자신들에게도 평등과 자유, 인권과 생존에 대한 모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북한방송의 김명진 피디는 북한이 어떻게 미디어를 통제하는지 시연했다. 라디오의 경우 분해를 한 후 채널을 돌리 수 있는 튜너 부분을 완전히 제거한 후 채널을 돌리 수 없도록 딱지를 붙여 봉인한다. 딱지에는 '00시 보안서 확인’ '00시 당 위원회 선전부 확인’이라고 적혀 있고, 라디오에 두 개의 딱지가 모두 붙어 있어야 한다.
또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경우도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채널을 돌릴 수 있는 튜너를 제거하고 봉인하지만, 디지털 방식인 경우 리모컨 회수 및 채널 변경 부분을 완전히 봉인해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명진 피디 북한 미디어 통제 시연>
이날 회의를 통해 대북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민간 대북방송이 지원받는 곳은 한국정부가 아닌 유럽이나 국제단체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 대북방송의 국내 송출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방송 3사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것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다. 그들은 북한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려 할 뿐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3대 세습,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 개발 등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미디어가 올바로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김지영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