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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에 해당되는 글 2건
- 2010.05.20 외국인 환자 몰려오는데…투자병원 못 세우고 있으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 2009.09.02 친서민코드에 포획된 2009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가 민생안정·미래도약을 위한 다는 명목으로 2009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저소득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고소득 전문직 등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증세를 하겠다는 것으로 그 동안 감세를 내세웠던 정부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물론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증세보다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연계해 공기업과 그 출자회사를 민간에 매각해 재원을 조달하고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재정합리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민생안정․미래도약을 위한 2009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민생안정’을 위해 영세자영업자 저소득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미래도약’을 위해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을 신설하며,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고소득자의 근로세액 공제 축소, 고소득 전문직의 과표 양성화 등을 통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2009년 세제개편안 내용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표-1>에 정리되어 있다. 세수감면 요인이 1.1조원이며 세수증가 요인이 11.6조원으로 '순세수증가액’은 10.5조원으로 나타나있다. 세제개편에 따른 세목별 및 연도별 세수증가 효과는 <표-2>에 정리되어 있다. 세수증가 중 법인세 증세 효과가 6.4조원으로 전체 세수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연도별로는 2010년에 7.7조원의 세수증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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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
세제개편에 따른 순세수 증가를 누가 부담하는가를 분석한 '세부담 귀착효과’는 <표-3>에 나와 있다. OECD 기준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약 80~90%를 부담함으로써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부담률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세제개편안을 보면 부제(副題)가 시사하듯이, '친(親)서민’과 '신(新)성장동력 확충’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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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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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ECD 기준 : 근로소득이 상용근로자 평균소득의 150%(4,800만원) 이하 |
세제개편안의 숨겨진 '불편한 진실’
근자에 이르러 '친(親)서민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브랜드(brand)가 되었다. 정부는 8월 2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조원 규모의 '친(親)서민 세제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경제위기를 맞아 대처 능력이 취약한 서민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고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2009년 세제개편안’도 이 같은 지원방안을 정책으로 담아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친서민정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친서민정책을 탓할 이유는 없다. 친서민 세제지원은 위기상황에서의 '한시적 대증요법’이기 때문에 시의성(時宜性)이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 발(發) 금융위기 이후 당국의 확장적 재정 및 금융정책으로 최근 경기가 바닥에서 빠져나오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제기된 '친서민 세제지원’의 시의성을 냉철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올 초 “경제위기 극복과 경기침체로 인한 민생안정”을 위해 총 28.5조원의 대규모(수퍼)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올 추경은 절대 규모는 물론 GDP에 대비한 '상대적 규모’ 면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1998년의 추경보다도 큰, 명실 공히 초유의 대규모 추경으로 기록되고 있다. 추경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친서민 세제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그리 설득적이지 못하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낮은 지지도는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취임 초기 70%가 넘던 지지율은 촛불시위로 출범 3개월 만에 20% 이하로 주저앉았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내수침체, 소통부족에 따른 갈등 증폭, 연이은 조문정국 등으로 지지율은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친서민 행보’로 지지도가 반등했다. 친서민 행보에 따른 지지도 상승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지지도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지지도 상승에 고무된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서민 세제지원도 그 일환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친서민 행보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광복절 '생계형 사면’ 152만명에는 생계형 음주운전자도 들어있다. 여기에 폐업 자영업자의 세금 체납액을 면제하는 '세금 사면’이 더해지고, 서민에게 과태료를 깎아주는 '과태료 부분사면’까지 나왔다. 납세유예가 아닌 세금면제는 도덕적 해이를 부르게 된다. 그리고 준법과 위법을 가르는 데 있어 '부(富)의 잣대’를 대는 것은 빗나간 관용이다. 준법의식은 경제력과 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기업, 친시장, 탈규제, 법치는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핵심 가치다. 하지만 핵심가치에 대한 믿음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 기저에는 '친서민 코드’가 꽈리를 틀고 있다. 지지도 상승에 취해 그 기조를 뒤집는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친서민과 친시장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규제를 합리화해 투자를 이끌고 일자리를 늘리면 그 혜택은 결국 서민층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친시장적’인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친서민적’인 것이다.
시장과 서민의 접점은 '자립’이다. 자조(自助)하는 자를 국가가 돕는 것이 '보수의 가치’이다.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자구노력’과 '국가지원’의 맞교환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국가지원은 보조금 지급이 아닌 정부의 대출보증 형태가 바람직하다. 일정한 돈을 저축하면 후원기관이 같은 액수를 보태고 이자까지 붙여 돌려주는 서울시의 '희망 플러스 통장’은 좋은 시도다.
국정지지도는 정책수행에 대한 사후적 보상이지 쫓을 대상은 아니다. 국정지지도를 위해 정책기조를 바꾸면 지지도는 이내 터지는 '거품’으로 변하고 만다. 친서민정책이 국정지지도를 끌어 올리는 '정치상품’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길로 가고 있다. 들어내지 않은 세제개편안의 '불편한 진실’이 바로 그것이다.
정책일관성 훼손하는 세제개편안
2009년 세제개편안의 키워드(key word)는 대기업과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증세’(增稅)이다.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정합성’과 '일관성’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1조원의 감세를 내세웠던 정부가 10.5조원을 증세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폐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세액공제 중단을 발표하면서 투자유도 효과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이 신설된 만큼 기업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008년 말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7%에서 10%로 높이고, 5월에는 추가 공제 안을 발표한 재정부다. 2008년 세제개편 때 대기업 감세에 대한 비판을 “윗물이 아래로 흘러 경제 전체가 살아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제 스스로 자신의 논리를 부정한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임시’라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상시화’해 왔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를 전제로 투자계획을 수립해 왔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폐지는 당면 과제인 투자 촉진에도 상당한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에 전체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인식오류이다. 정부가 말하는 '일부 대기업’은 종업원 규모 5천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우리나라 전체 설비투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는 전후방 연관효과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과다한 조세부과는 근로 유인을 저상(沮喪)시켜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조세수입을 줄어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증세는 '손쉬운 정책수단’이다. 현재 조세체계는 이미 일부 고소득층에게 과다한 조세를 부담시키고 있다. 2007년의 국세통계에 따르면 8천만원 초과 2억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들은 납세근로자의 2.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전체 근로소득세의 21.3%를 납부하고 있다. 10배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세제 개편이 가져올 향후 3년간의 10.5조 원의 세수증대 효과 중 법인세가 6.4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투자 위축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교통세, 교육세, 농특세 등 3대 목적세를 다시 3년간이나 연장키로 한 것도 정책의 일관성을 해친다. 목적세 폐지 방침이 정해진 마당에 '일괄적’인 3년 연장은 목적세를 조세행정 편의를 위해 존치시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세법과 농특세법이 이해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목적세 폐지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세제개편안의 부메랑, 서민 조세부담 가중
먼저 서민층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서민층은 학술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구분이 일의적이지 않다. 정부는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의 무주택자인 경우 서민․근로자 전세 대출을 해주고 있는 바, 이를 토대로 연소득 3천만원 이하를 서민층으로 볼 수 있다. 연소득 3천만원 이하는 가구소득 하위 40% 이하에 해당한다.
가구소득 하위 40%로 서민층을 잡으면, '친서민 세제지원’으로 포장된 2009년 세제개편안은 역설적으로 '서민증세’도 적지 않다. 서민의 세부담 가중은 '부자증세의 부메랑’이 아닐 수 없다. 증세를 위해 각종 금융상품의 비과세감면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서민층들이 누려온 세금감면이 크게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장기주택마련 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폐지, 공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폐지, 상가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확대 등은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상가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를 확대하면 영세자영업자인 세입자에게 세부담이 전가될 여지가 그만큼 높아진다. 공모펀드의 경우 연간 평균 회전율이 300%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세는 0.3%의 3배인 0.9%에 이르게 된다. 그만큼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냉장고, TV 등 4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도 서민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개별소비세는 사실상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활로 해석될 수 있다. 대용량 에너지 제품에만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고는 하나, 개별소비세가 부담이 돼 가전제품의 구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별소비세만큼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 제고는 하책 중의 하책
국가재정의 건전성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별로 다르지 않다. 재정수입 이상의 재정지출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은 한번 늘리면 쉽게 줄이기 어려운 '하방경직성’을 갖기 때문에 재정건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2009년 추경을 통한 재정지출확대는 이미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연말까지 '통합재정수지적자’ 규모는 22조원,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흑자를 제외한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는 5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5.0%’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관리대상수지 적자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2009년 대규모 추경편성의 영향으로 2009년 말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대비 57조원 증가한 3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증세만이 능사가 아니다. 즉 증세 이외의 추가적인 재원조달 방안과 재정지출 합리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재원조달과 관련해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르면(5차 2009년 1월) 공공기관 출자 대상 273개사(출자액 5.8조원) 가운데, 130개 공공기관 출자회사 지분을 정리하게끔 되어 있다. 그 중 111개 회사는 민간에 매각하고, 17개 회사는 폐지 또는 청산하고, 2개 회사는 모 기업에 흡수 통합한다는 것이다. 143개 출자회사는 존치시키되 관리를 강화해 투자성과를 제고한 뒤 조기매각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르면 증시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자회사의 지분 매각으로 약 4.6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기업의 출자지분 정리는 일회에 그치겠지만 증세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세금을 올리기 전에 세출에 낭비적 요인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어야 했다.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복지지출은 유지돼야 하겠지만 불요불급한 지출은 합리화되어야 한다.
세율인하가 예정된 법인․소득세의 세율인하를 유예하는 방안이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다. 여당 당직자의 “감세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내년부터 적용될 법인․소득세의 추가 인하를 2년간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고, 그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수 감소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소득세 감세를 연기시키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부자와 대기업 감세’라는 야당의 공격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안이한 대응은 반드시 포퓰리즘으로 가게 되어 있다. <표-3>에 의하면 서민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 귀착은 무시해도 좋은 정도이다. '부자의 샘’에서 '빈자의 샘’으로 물을 끝없이 옮기면, 2곳의 샘 모두 물이 마를 수밖에 없다.
정책에서 가장 하책은 '증오’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친서민’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 순간 포률리즘의 색채를 띨 수밖에 없다. 세수확보도, 친서민 중도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정책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감세정책이 투자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 오히려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저자소개: 조동근 교수는 신시내티(Cincinnati)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 비판’,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