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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9 국민에 부정적 영향 미치는 막장드라마 퇴출돼야

 

 
시민단체 처음으로 막장 드라마 문제점 제기돼
시청률 조사 더욱 과학적이고 섬세해 질 필요 있어
국민에게 긍정적 영향 미치는 드라마가 나와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고 폭력을 가하거나(KBS '장화홍련'), 바람을 피웠다고 항의하는 아내를 가두고 성폭행하며(MBC '밥줘'), 미성년자 이복동생과 유부남 이복오빠가 키스를 하고(MBC '트리플'), 내연녀와 결혼하려는 남편에 맞서 아내는 연하남과 정을 통한다(SBS '두아내')는 차마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장면이라 믿겨지지 않는 내용의 화면들이 시청자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근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가족력,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소위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고 순리를 거부한 군상들이 두서없이 출몰해 '막 말'과 '막된 짓'을 자행하는 드라마가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이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 처음으로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이 공식 제기됐다. 자유기업원 문화미래포럼 방송개혁시민연대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TV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막장 드라마의 양산 원인과 그 해결책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국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송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이 나와야 한다. 드라마가 오락성도 중요하지만 '도'는 지켜야 한다"면서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막장 드라마 양산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막장 드라마 양산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모색했다. 막장 드라마 창궐 원인과 관련해선, 오명환 용인송담대학교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시청률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드라마의 상업논리를 들었다. 오 교수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시청률 절대주의다. 결과치에 대한 평가를 수량화로 간단없이 재단하는 막장의 영역에서는 드라마의 경제학이 우선한다. 사회문화적 접근은 그 다음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이미 채널의 희소가치를 잃어버린 지상파 방송은 드라마에 집중하게 됐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정적인 막장 드라마를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오 교수는 탈규제 정책과 정권의 교체공간이 막장 드라마로 하여금 급물살을 타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보면 오늘의 막장 드라마는 노무현 정권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 3년간의 합작품"이라며 "방송광고 사전 심의제도는 위헌 판결을 면치 못했고 창작에 대한 사전 검열로 낙인돼 2009년 1월 20일자로 폐지됐다. 사후심의 평가인 드라마의 행보는 거리낄 이유가 없다. 잘 나가는 드라마 온상 속에서 막 나가는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이후 한탕주의가 만연

최상식 중앙대학교 미디어공연학과 교수는 "아마 오늘 날 드라마의 문제는 '한류의 성장통'이 아닌가 한다"며 '한류'로 인해 막장 드라마가 나왔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막장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 원인으로 '한류스타의 몸값 상승으로 드라마 제작 적자구조 발생' '한 두명 한류스타에만 의존한 질 낮은 드라마 급증' '팔리는 한류 드라마의 내용만 제작함으로써 다양성 상실' 등을 꼽았다. 특히, "어떻게 해서든 시청률을 올려 드라마를 띄운 뒤 해외에 수출하자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게 됨으로써 막장 드라마란 사생아가 나타났다"며 한류 이후 심화된 '시청률 지상주의'를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시나리오 작가의 자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정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은 "저비용 고효율 이라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 자체가 좋은 작가들을 놓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역량이 부족한 작가들이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손 부이사장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들만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시나리오 작가들의 성비 불균형도 문제로 꼽았다.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 펼쳐야

막장 드라마의 해결책으론 방송계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이 제안됐다. 오 교수는 "방송계와 드라마계의 전반적인 3'자' 캠페인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자정' '자제' '자숙'을 기치로 하는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율적 대응이 없으면 타율과 외압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TV콘텐츠 제품에 대한 소비자 감시가 원활해지면 '드라마 불시청 운동' '광고 불매운동'같은 '드라마 탄핵제도'를 상정할 수 있어야 한며"며 방송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 막장 드라마 퇴출에 앞장 설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공영방송의 막장 드라마 개선 방법으로 '전문 드라마 채널이나 영화전문 PP에서만 방영', '사전 대본 심의' '재방 주간 방송 금지' '기업 광고 금지' 등도 제시했다.

남궁영 동아방송대학교 교수는 "막장 드라마의 등장 배경을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이 주범이라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 방송 시청률 조사 방법이 더욱 과학적이고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라마의 주소비자인 중년의 주부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또는 자사가 스폰서 하는 막드의 드라마를 과연 자사 제품의 타깃 소비층이 시청하고 있는지를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제공한다면 지금처럼 막연한 시청률을 위한 경쟁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필성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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