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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0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사회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국회는 정쟁을 일삼고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국회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토론하고 논의하고 심의하는 의원들에게 정책개발비를 지불하고, 날치기하고 투쟁만 일삼는 정당과 의원은 후원금도 없애고 정책개발비를 회수하고 궁극적으로 선거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미국은 지난 1월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6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창업 70년 만에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수출이 급감하여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가 30억 달러에 육박했다.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경제위기란 없다

세계가 금융경제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면, 우리는 국난(國難) 수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서민들은 생활고에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고, 기업은 자금압박과 판매 감소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친구는 연말 동창회에서 하루 세끼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토로했다. 저소득 빈곤층만이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도 무너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도리어 2월의 정국은 격랑 속으로 한발자국씩 빠져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국회는 지난 연말 입법전쟁을 마무리하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의 '협의 또는 합의’ 처리로 타협한 미디어산업발전법안 등 쟁점법안들은 민주당의 불참으로 심의도 되고 있지 않고, '1.19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와 용산사고의 책임추궁, 진상규명 공방이 주가 되어 제2라운드 소란내지는 입법전쟁으로의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도리어 2월의 정국은 격랑 속으로 한발자국씩 빠져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 국회가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세며 소란할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간다.

국회가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세며 소란할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간다. 오죽했으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번 2월의 임시국회에서도 연말에 벌어졌던 폭력이 재연된다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겠는가.

미안한 말이지만 국민이 겪고 있는 국난(國難)급의 경제위기를 정치권은 직접 피부로 느끼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당은 분기별로 수십억 원 이상씩의 정당국고보조금을 받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자신의 월급 940만원에 보좌관 월급, 사무실 운영비, 자동차 유지비와 유류비 등 꼬박꼬박 나오는 세비로 경제위기가 실감날 리가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직장에 있으니 의원 개인적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 투구해야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

정치권의 합리적 선택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앞으로 3년이나 남아 있으니 한 동안은 국민들에게 허리 굽힐 일도 없고, 아쉬울 일도 없다. 정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계산한다면 한나라당 지도부도 민주당 지도부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통과와 규제개혁 입법을 위해 전념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웰빙 정당으로 비난 받는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는 4월에 있을 보선을 준비하고 있으니 날치기는 껄끄러울 것이요, 홍준표 원내대표는 'MB입법' 실패이후 당내입지가 크게 흔들린 상태에서 자신의 정치인 이미지 먹칠할 '돌격 앞으로’를 줄곧 외칠 이유란 크지 않다.

민주당의 정세균 당대표는 지난 연말의 입법전쟁에서 강경 투쟁으로 얻은 지지율 상승의 단맛을 잊기 힘들 것이다. 특히 당내 최대 주주의 하나인 정동영 전대표의 복귀로 생길 당내 세력 다툼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386들이 좋아하는 강공 드라이브에 의한 선명야당 부각이 최선의 전략적 선택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훈수도 있었겠다, 2월 국회를 강공으로 몰아가면 4월 보선에서 수도권과 호남권 지지는 따 놓은 당상(堂上)이라는 전략적 계산일 것이다. 상임위에 출석해서 법안심의하고 처리하여 얻을 이익보다 정부 흠집 내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만 하여 얻을 이익이 큰데 민주당이 법안통과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얻을 이익보다는 정당이 얻을 이익만이 눈앞에 보이는 근시안적인 계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3년이나 남아 있으니 한 동안은 국민들에게 허리 굽힐 일도 없고, 아쉬울 일도 없다. 정당 선거전략 차원에서 계산한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통과와 규제개혁 입법을 위해 전념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나아가 한나라당 내의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계도 입법전쟁에 나서야 할 필요가 그다지 많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박근혜계로서는 대통령 후보로 경선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개혁입법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잘 극복한다고 해도 차기 대선에 얻을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즉 현 이명박 정부가 성공적으로 나라를 이끌면 이명박 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에 이명박계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계산을 할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죽을 쑤거나 실패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 하고, 정권 내내 자신들은 실패할 정책에는 협력하지 않았음을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면 된다. 차기 대선 전략으로만 본다면 박근혜계는 방관자로서 방해꾼의 모습을 보이지만 않으면 전략적으로 무난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안에 양비론에 대안도 없이 살짝 비틀면 된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 내부 분열을 적절히 이용하여 법안 통과의 완급을 조절하면 된다.

사실 민주당은 경제위기의 책임 논의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리고 앞으로 3년 뒤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즈음에는 경제위기도 회복의 국면으로 들어갈 터이니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고 국회의원 배지 못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있을 것이다. 도리어 현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에 허우적거릴수록 반대로 자신들의 지지도는 오를 것이요, 정부와 여당이 계속 죽을 쑤면 쑬수록 경제운영에서의 실정을 빌미로 앞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이명박 정부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 선거전략 상의 합리적 선택은 아니다.

국익인가, 사익인가

이렇게 우리의 여의도 국회정치는 구조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사익(私益)이 아니라 국익(國益)을 먼저 추구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회 지도급의 인사들이 그리고 수많은 신문의 사설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민주주의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하고,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라고 아무리 충고하고 야단을 쳐도 들을 귀가 있을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몸싸움해서 정부 법안 통과시켜 주어봐야 자신들에게 돌아올 직접적인 이익은 적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자신들이 원해서 제안한 법도 아닌데 법안심사 팽개치고 장외로 나가 퍼포먼스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당의 지지율도 올리고 국민 눈에도 잘 띌 것이니 남는 장사를 택할 것은 당연하다. 국익보다는 선거에서의 승리나 집권을 위한 지지율 상승 전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망치국회와 막장국회에 제대로 된 제재도 없다. 작년 말의 깽판국회처럼 제재는 없고 선명야당 모습 부각시켜 지지율 상승이라는 이득만 가득한데 야당들이 또 다시 입법전쟁에 승부수를 두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따라서 국회 회의장을 감옥처럼 2중 자물쇠를 채운다고 야당의 농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연말 망치국회를 연출한 문제 의원들의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약속은 국회 윤리특위에서 안건 심의상정도 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공언이 되었고, 지난 정기국회에서 딱히 한 일이 없고 국민들에게 미안해서 내놓은 방안으로 '세비 10% 반납’ 민주당의 약속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일부 의원들의 사회복지기금 모금으로 바뀌었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징계하는 코미디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또 국민은 복지기금 마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업인 법안심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음을 잊은 것 같다. 국회의원수를 30% 줄이자는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의 제안은 국회의원 구조조정 필요성의 차원에서는 옳은 제안이지만, 자신이 이끄는 정당에서조차 공론화에 필요한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지 의심이 된다.

국회 정상화, 퇴출이 정답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책무인 법안을 심의하게 하고, 처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했던 규제관련 법률 159개 가운데 처리하지 않은 60%를 처리하게 할 것이며, 6월로 닥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법안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장기적으로 독과점 정치시장에 시장에서의 경쟁을 도입하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국회의원은 구조조정 할 수 있게 의원 임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시장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은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게 하고, 국민은 정당의 정책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민들은 각 당의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것인 현명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토론하고, 논의하고, 심의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정책개발비를 지불하고, 날치기하고 투쟁만 일삼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후원금도 없애고 정책개발비를 회수하고, 궁극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 퇴출이 선거에서의 심판도 좋고, 국회의원 소환이라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위원회 출석률이 저조 하던가, 본회의 결석이 잦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국회사무처의 조사로 국회의장이 경고하고 자동으로 자격정지에 이르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의원의 책무에 충실하지 않는 의원들의 구조조정 규정이 엄밀하게 제정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임기도 단축하여 국민의 심판을 수시로 받게 해야 한다. 임기를 2년으로 하여 게으르고 무능한 국회의원이 4년간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국회 정상화 방안도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입법하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일부 규정은 헌법까지 개정해야 실현 가능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국회의원은 극히 소수이거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러한 국회의 개혁을 약속하는 큰 정치인을 지원하고 키우는 과제를 국민들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정당의 단기 이익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니, 제도 개선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나마 단기적 해결책이라면 다가올 4월의 재․보궐 선거에 대비하는 정당의 전략과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국회 정상화는 단기적 해결책을 찾기 힘든 답이 없는 한국정치 구조이기 때문이다. 4월의 재․보궐선거와 내년의 지방선거에 움직이지 않는 공룡 웰빙 정당 한나라당이 결국은 국민의 냉담이라는 빙하시대를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늘 반대만 하는’ 민주당을 '국민은 피곤’하여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구(警句)로 국회의 정상적인 가동을 주문하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회 정상화는 국민과 책임 있는 정치인이 협력하여 정치시장에의 경쟁도입과 의원 구조조정을 통한 퇴출제도 도입이 해결책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이는 한국정치 구조개혁의 차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공론화 되고, 의식 있는 국민들이 꾸준히 성취해 나아가야할 사안이다.■

저자소개: 김인영 교수는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동북아의 신뢰와 민주정치 신뢰와 평화’, '한국의 경제성장 : 국가주도론과 기업주도론’ 외 다수가 있다.

김인영 /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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