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도시는 도시들이 상호 밀집하면서 이른바 연담화를 형성한다. 연담화란 큰 도시들 옆에 조그마한 위성도시가 생기면서 도시가 확장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균형발전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도시의 연담화는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과거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을 보아도 이해가 쉽다. 결국 연담화 현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집중의 문제, 교통난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오히려 우리와는 달리 대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거대도시를 만들고 있다. 상해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대도시가 과거의 부정적인 시각(교통난, 인구밀집에 따른 자원낭비, 불균형발전, 슬럼화 등)을 뛰어넘어 최근에 해외에서 큰 힘을 얻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도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는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내수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서는 자국의 기업이 경쟁상대였지만, 이제는 이름 모를 기업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가장 효율적인 입지를 선택하여야 하는데, 그 효율적인 입지라는 것이 인력, 정보력, 조달, 판매시장 등의 양호한 경쟁력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고 있는 곳이 바로 거대도시이며, 거대도시 속에는 많은 기업과 인력, 인프라가 집적돼 있어 기업을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으로 꼽힌다. 이는 경제지리에서 말하는 집적의 효과인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으로 산․학․연이 몰려있어 이를 통해 수배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함이다. 도시의 연담화와 지역의 거대도시는 이러한 클러스터를 조성해준다는 것이다. 해외의 여러 도시들로부터 볼 수 있듯이 글로벌화에 따른 기업의 무한경쟁이 집적효과를 촉진하고 있으며, 이는 집적된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야 소모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창출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배가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거대도시가 모든 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해와 같이 계획적으로 거대화 전략을 추진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브라질의 상파울로와 같이 산업을 연계하지 못하면 도시만 비대해질 뿐 여러 도시문제가 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있어서의 거대도시는 슬럼의 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는 심각한 도시민의 괴리현상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를 받아 들여야 하는가. 이는 수도권 규제의 문제 더 나아가 세종시의 문제까지 확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거대도시의 목적은 결국 글로벌 경쟁력 확보이다. 이는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하여 우리의 기업이 보다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의 이유로 기업의 집적효과가 없어진다면 분배도 있을 수 없다. 과거 균형발전의 명분으로 도쿄와 오사카에 대규모 제조업 건설규제를 했던 일본정부는 균형발전을 하면 모든 지역이 이로울 것이라 여겼지만, 결국 기업들이 지방에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빠져나가 일본의 경쟁력만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2002년에 이에 대한 모든 규제를 폐지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지역의 균형발전 문제에서 도시의 경쟁력 문제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이제는 국가경쟁력은 도시에 있다. 우리의 서울, 부산의 경쟁력이 세계에서 어느 수준인지, 또한 어느 도시를 벤치마킹하고 특화해야하는지 그 의미를 다시 모색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