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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9 언소주 불매운동, 반소비자적이다

언소주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의 권리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또 다른 권리인 기업의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 언소주의 광고주 불매운동은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그리고 광고주를 고용한 회사의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특정 언론사를 폐간시켜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반소비자적인 행동이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이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불매운동 목적은 독자들이 많이 보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을 폐간시키기 위함이다. 과연 이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정당한 소비자 운동인가? 아니면 불법행위인가? 그리고 운동 대상 기업의 주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 진정 소비자를 위한 운동인가? 이 글에서는 이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언소주의 광고주 불매운동 현황

언소주의 모태는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중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폐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은 촛불집회 등에 대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보도태도에 항의하여 이 언론사의 광고주들에게 전화로 항의․욕설․협박 등을 했으며,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단체 관계자 24명을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로 기소하였다. 2009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은 피고 24명 전원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불매운동은 다른 사람에게 개인이나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고 자발적으로 설득을 벌이는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신문사의 신문을 구독하지 말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행위가 통상적인 불매운동이다.

언소주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8월이다. 언소주는 촛불집회가 끝난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활동에 들어간다. 2009년 6월 8일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집중적으로 광고한 광동제약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광동제약은 9일 "특정언론사에 편중되지 않게 동등하게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하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도 광고를 게재했다.

광동제약이 항복 선언을 하자 언소주는 2번째 불매운동 대상으로 삼성계열사 5개사를 선정하고, 인터넷에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현의 자유인가? 재산권 침해인가?

일반적으로 불매운동은 다른 사람에게 개인이나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고 자발적으로 설득을 벌이는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신문사의 신문을 구독하지 말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행위가 통상적인 불매운동이다.

그런데 언소주의 이번 불매운동은 통상적인 불매운동과는 다르다. 이들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불매운동을 하기 위해 이들 언론사와 거래하는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매운동을 2차 불매운동(secondary boycot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성공할 경우 소비자들은 대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인해 그 기업의 매출은 감소하게 되고, 해당 기업의 자산 가치는 하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러한 손해는 불매운동가들이 직접적인 공격이나 폭력 등에 의한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구매가 감소한 결과 발생한 간접적인 손해이다. 그러므로 불매운동가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전달하는 불매운동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나 재산권 등 다른 권리를 침해해도 되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

그러나 영업방해나 재산권 침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이러한 권리를 무시해야 할 것인가? 예를 들면 전화를 걸어 해당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고 욕설이나 협박 등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실제로 언소주는 광동제약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와 종로약국 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한 광동제약은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중단 및 타 언론사로의 광고전환을 요구하는 전화공세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시위의 경우는 시위장소의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유자가 민간이라면 그 장소의 사용은 소유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소유자는 재산에 대한 사용, 보유, 처분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가지고 잇기 때문이다. 만약 소유자가 시위를 허가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시위는 불법이며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화공세 등의 활동은 기업의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은 유한하며, 자원을 어떤 곳에 투자하게 되면 다른 곳에는 투자할 수 없다. 그리고 인적자원과 시간 또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일종이다. 전화 공세에 시달린 기업은 이 부분에 인적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투입된 사람은 전화통화에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기업은 인적자원을 해당 기업이 이용하고자 하는 곳에 투입할 수 없으며, 피고용자 또한 다른 업무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전화공세 등을 통한 광고중단 요청 등은 기업의 영업을 방해하고, 회사가 소유한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어 재산권을 침해한다.

물론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나 재산권 등 다른 권리를 침해해도 되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언소주의 불매운동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광고주의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광고주 압박은 주주들에게도 손해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광고는 돈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광고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또 광고를 통해 제품 판매 증가, 다른 업체와의 경쟁,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함이다. 광고비용과 광고효과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광고로 인해 제품 판매가 증가할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는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광고가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광고효과를 거두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적은 신문보다는 독자가 많은 신문에 광고할 경우 그 광고효과가 클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독자가 많은 신문에 광고하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반소비자적 행동이다.

그런데 언소주는 광동제약의 불매운동에서 "조중동에 광고를 철회하거나 경향이나 한겨레 등에 같은 횟수와 금액으로 광고를 게재하면 불매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 신문사들은 조선․중앙․동아에 비해 구독률이 떨어지는 신문사들이다. 광고효과가 적은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신문사에 얼마에 몇 번 광고할 것인지는 기업이 신문사와 계약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기업의 고유 권한이다.

언소주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과연 주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주주들은 기업들이 최대한 이익을 많이 내서 주가를 높여주고 그리고 배당을 많이 해서 돌려주는 것을 원한다. 이러한 주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독자들이 보지 않는 신문에 광고하는 경영자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런 신문에 광고할 경우 이 기업의 광고는 비용대비 효과가 없으며, 회사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해 낭비하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구독률이 낮은 특정신문사에 광고를 하라는 언소주의 요구는 회사의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반소비자적 행동

언소주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불매운동이 소비자를 위한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이들의 불매운동이 소비자를 위한 운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운동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반소비자적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신문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 아니면 지인이 언론사를 다녀서 등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신문을 보면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한다.

그런데 언소주가 원하는 데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폐간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이 언론사들을 선택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신문을 볼 수 없으며, 그 신문으로부터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폐간되기 전보다 작아지게 되고 소비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신문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아예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야 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해 싸고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려 노력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반소비자적 행동이다.■

저자소개: 박양균 시장경제팀장의 주요 관심 분야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회사법, 공정거래법, 공적연금 등의 분야에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근로자 경영참여와 지배구조', '증권집단소송제도의 경제학', '차등의결권제도의 경제학적 분석' 외 다수가 있다.

박양균 / 자유기업원 시장경제팀장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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