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구호로 가득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지난 7일 오후7시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진보 성향의 대학생단체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주최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는 열흘째로 접어들었다.
이날, 정치성향의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과 시민 등 800여명이 모였고, 정치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야 4당 관계자 그리고 정치 연예인 가수 박혜경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모습>
촛불집회의 사회를 본 박자은 한대련 의장은 "등록금 문제 해결은 대학생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과 단체, 국회의원 등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건을 다는 것이 아닌 무조건적인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승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쟁을 이어가자”고 외쳤다.
<사진: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회 의장>
지난 4일 촛불집회 당시 경찰에 연행된 24명에 속했던 중앙대학교 학생도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연행되는 과정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였다”는 말을 시작으로, 당시 경찰들의 대우의 불합리함을 격앙된 어조로 말함으로써,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만감을 부추겼다.
다음으로, 3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사회를 보다가 구속되었던,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윤 대표는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이 청년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말하지만 국회에 청원한 '청년고용할당제’, '청년의무고용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발언을 마치며, 윤 대표는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에대해 말로만해서는 안되며, 이 문제는 촛불의 숫자와 촛불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끝까지 함께 싸우자”는 마지막 멘트로 시민들의 감정에 호소했다.
불법집회에 대한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방송이 잇달아 나왔지만, 부산지역의 촛불집회를 총괄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은 “닥치고 해산하라”는 자극적인 말로 집회 열기에 가세했다. 또한, 가수 박혜경의 공연으로 인해, 진지해야 할 집회장은 여느 대학축제모습을 방불케 했다.
<사진: 우희종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상임의장>
3년전 광우병 촛불집회 참여한 우희종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상임의장도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반값등록금 문제의 뿌리는 가깝게는 한나라당, 길게는 친일파다. 많은 비리를 저지르는 사학재단이 친일파의 맥을 잇고 있고, 해방 이후 미군의 지지를 얻은 친일파들이 야합을 해서 기득권을 이루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등록금이 급격히 오른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어,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힘이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기를 기대해본다. 삼년 전 촛불이 옳았듯이 지금 여러분도 옳습니다”라며 대학생들의 설익은 사명감을 고취시켰다.
한편,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쥐명박그림’으로 처벌을 받게 된 사람이 집회 뒤쪽에서 티셔츠를 만들어 팔았고, 사회를 보는 한 대련 공동대표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티셔츠 구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과는 전혀 무관한, 정부에 대한 반감을 이용한 상업적인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의 모습은 주제의 본질을 벗어나 점점 정부 비방 투쟁으로 변질된 듯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문제는 비단 '대학등록금’만이 아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들과 기존의 제도에 대한 보완방안을 차치하고, 무조건 '반값 등록금’의 정당성만을 내세우는 것이 생떼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독립투사가 된 것 같은 분위기에 취해있는 대학생들에게 불법집회에 임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지연 / 자유기업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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