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우 | 2011-05-19 | 조회수 : 31

국책사업, 틀을 바꿔야 한다

최근 며칠 사이에 정부에서 잇따른 굵직한 국책사업들을 발표하였다. 정부가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대덕으로 확정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 국책 사업’이 표면적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런 대형 사업이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원보다 정치인과 특정 지역 안배 차원에서 입지가 결정되고 정책이 수정되는 등 정치논란에 휘둘리고 있으며, 건건이 여야 정치권과 지방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국책사업 일지 및 결과 >

사업

일지

결과

세종시 수정안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 통과(2003.12)->정운찬총리 세종시수정안발언(2009.9)->MB 대국민사과(2009.11)->박근혜 세종시수정안 반대(2010.1)->수정안 국회 부결(2010.6)

수정안 무산

동남권 신공항

노무현대통령, 신공항공식검토 지시(2006.11)->이명박후보 대선 공약(2007.12)->정부 30대 국책 선도 프로젝트 선정(2008.9)->입지평가위원회 구성(2010.7)->입지평가위원회 구성(2010.7)->백지화결정(2011.3)

신공항 백지화

LH본사 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확정(2005.6)->주택공사 토지공사 통합법 통과(2009.5)->민주당 LH분산 배치안 당론 확정(2011.4)->지역발전위, 진주 이전 발표(2011.5)

진주이전결정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이명박 후보 대선공약(2007.12)->정부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 출범(2008.10)->MB, 과기벨트 입지 원점 재검토 발언(2011.2)->대전 대덕 확정 발표(2011.5)

대전결정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됐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은 진주로, 과학벨트는 대전 대덕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들 사업 중 일부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되어 이명박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확정되었고, 이를 재검토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게다가 정부의 원칙없는 사업 추진으로 지역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면서 지역갈등만 유발시켰고, 결과적으로 탈락한 지역은 유치를 위한 막대한 재정적 출혈을 감수해야만 한다.

먼저 LH(한국토지주택공사)본사가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기로 확정되자 전북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참여정부 때 전주에는 한국토지공사가 가기로 되어있었으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 경남 진주로 가기로 한 한국주택공사와 통합되면서 분산배치를 촉구했으나 무산되었고, 민주당은 이에 대한 규탄집회를 벌이고 행정소송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국책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애초에 일부는 대전에, 나머지는 광주·경북권 등 다른 지역에 배분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대전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타지역의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지역갈등이 한층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대형 국책 사업들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고 지역갈등을 유발한 것은 엄청난 금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대형 국책 사업을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정치적 논리에 맞춰 공약을 남발하고 이를 뒤집는 과정에서 불거진 결과이다.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어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국책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 이런 사업들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 각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초에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 정부의 대응,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지자체 등 항상 지역적 갈등, 사회적 갈등, 정치적 갈등만을 유발시키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 국책사업으로 이뤄진 것들은 적자 상태로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밀어부치기식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중구난방식 사업확장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주도하고 계획하며 중앙정부가 엄밀한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경제성 있고 타당한 사업이라면 표심잡기를 위한 정치적 이유에서의 정부사업에서 벗어나 지방재정이나 민간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건립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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