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이 세간에 드러나면서 연예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서태지(본명 정현철)와 이지아(본명 김지아)는 1997년부터 법적으로 부부였으나 현재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7년 미국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뒤 서태지가 2000년 6월 컴백을 위해 홀로 귀국한 뒤 2006년 이지아 단독으로 이혼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009년 이혼효력이 발휘되었고, 현재 이지아가 서태지를 상대로 재산분할 50억원과 위자료 5억원을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은 트위터와 인터넷, 3사 메인 뉴스를 통해 크게 보도됐으며, 계속해서 이들에 관련 기사가 하루에도 수백건씩 쏟아지고 있는 등 두 사람에 대한 신상털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지아 소속사 측에서도 사생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식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물론이고 네티즌들까지 가세해 각종 추측성 제보와 검증 안된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들의 그림, 이지아씨의 드레스, 서태지 팬픽(팬이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 등을 소재로 두 사람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무차별적인 온갖 소문들이 양산되는 가운데 과연 사회적 공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노출되어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이 단순한 충격을 넘어 비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두 스타가 '공인’이기 때문으로 공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며 이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논점이다. 서태지의 경우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가요계 대표가수로서 대중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그의 사생활에 대중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그 동안 두 스타 모두 대중매체에서 미혼인 것처럼 말해왔으며, 더불어 이지아씨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학력, 나이, 모두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중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서태지·이지아 관련 보도가 불거지는 것을 두고 과도한 사생활 침해이며 결혼 등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공개되는 것은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근거 없는 추측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사람들의 알 권리와 특정인의 사생활 보호와 인격권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사실 연예인 사생활 침해에 따른 보도와 추측성 루머, 악플 등으로 인하여 수많은 연예인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그 동안 그로 인해 사건사고들이 자주 발생했었다. 그 중에 최근 연예인들이 참기 힘든 고통으로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과연 근거 없는 사생활 보도와 루머로 개인의 비밀이 침해되거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이 그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연예인을 공인으로 취급하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워 사생활 캐기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지극히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 라는 법규가 있고, 21조 4항에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서태지, 이지아 사건도 분명 결혼과 이혼문제는 엄격히 그들의 사생활에 해당되며,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에게 알릴 의무도, 우리가 대중이라 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알 권리도 없다는 것이다. 결혼과 이혼 문제를 당사자 이외의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오히려 그들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일부 팬들의 사고방식과 함부로 비난을 서슴지 않는 대중, 이런 관례를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언론들의 태도가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실을 숨기고 대중을 기만했다는 비난 역시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남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것을 숨겼다고 해서 타인이 “정직”이라는 잣대로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개개인이 스스로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나 치부는 그 자체의 개인적인 영역으로 존중해주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사생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최근까지도 연예인들은 자택은 물론 연인, 가족관계, 유년시절의 사진 등등 개인적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언론 및 네티즌들은 더 이상 누군가를 비방하기 위한 글이 아닌 사실전달 또는 합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비판이 따르는 범위 안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사생활 존중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도 좀 더 성숙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