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을 보며
몇 주 전 순식간에 일본 동북지역을 휩쓸고 간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열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그 이후에도 계속적인 여진이 발생해 피해를 입고 있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일본 사람들뿐 아니라 인접국가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일본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지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연예인, 기업 등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끊임없이 발생했던 과거사 문제와 독도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은 우리의 의식이 꽤 선진화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한국의 고액기부 및 구호물품 지원 소식이 일본에 보도되자 일본 당국과 일본 네티즌들이 보여준 반응은 의외였다. 우리나라 CJ에서 구호물품 지원 의사를 밝히자 일본이 자국 물건이 아니다면서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수많은 한국인들의 도움을 대수롭지 않다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연일 일본 국민들의 평정심과 질서를 유지하고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에 놀라움과 존경을 표한다고 보도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와 일부 일본 국민들은 해외의 온정 어린 도움을 거절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런 와중에도 얼마 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예정대로 발표해 우리나라 국민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우리 국민의 인도적 호의 앞에 일본 정부의 행보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한국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비겁한 행동이었다.
우리 국민들이 독도에만 관심을 쏟을 때 일본 역사교과서 점유율이 63%에 달하는 지유사, 후소샤, 교육출판, 도쿄서적 등 4곳의 출판사들은 독도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왜곡해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들에는 독도영유권 문제와 함께 안중근의사 의거, 고조선의 존재부정, 임진왜란 파병, 위안부 문제 삭제 등 심각한 역사왜곡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을 식민지 시절 사용했던 용어인 '이씨조선’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표기하고 한일합방에 대해서도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삼고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취지로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은 이처럼 자신들이 상대국에 끼친 피해의 역사에 대해서는 최대한 축소 은폐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역사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후세들에게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참으로 가깝지만 멀고도 어려운 나라다.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과거 아픈 역사를 안고 있지만 한일 우호 교류를 통해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결 가까워졌고, 또 양국이 서로 많은 친근함을 느끼고 있으며, 향후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역사교과서문제’와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양국 우호에 역행하는 사건을 연속해서 발생시켰고 우호 기류에 항상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관계가 늘 제자리다. 일본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진정한 참회와 반성으로 그들의 자세를 낮추고 사죄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제국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사고를 전파하는 것은 암담한 일본의 미래를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사왜곡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오랫동안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왔으나, 그럴 때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강력한 대응 없이 애매하게 넘어가기 일쑤였다. 필자는 이런 사실들이 세대를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이것이 진짜 우리의 '역사’로 정의될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한반도의 주변국들은 자국의 미래를 위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왜곡하면서까지 역사의식을 심어주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천대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 주변국들의 역사왜곡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주장을 갖지 못한 채 그들의 주장에 떠밀릴 수밖에 없다. 주변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함께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역사교육을 위한 새로운 인식과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