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의 화두로 작년에 이어 공정(公正)을 제시했다. 공정한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 내야하는 이상적인 사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정(公正)’보다는 '신뢰(信賴)’가 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신뢰가 없다면 그 어느 것도 완성할 수 없다. 공정 또한 신뢰라는 밑바탕이 두텁게 깔려 있어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신뢰부족의 상태이다.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단체와 단체 간의 신뢰는 물론 개인 간의 신뢰 또한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조금 신랄하게 말하자면, 직업군 신뢰도 조사에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직업이 정치인이다. 국민들은 정부나 정치인의 말을 '국민을 위한’ 혹은 '국가를 위한’으로 포장된 '자신을 위한’으로만 보거나 인기를 위한, 그래서 지켜지지 않을 단편적 요소로 보는 등 탈정치적 상태에 놓여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신뢰지수는 100점 만점에 54.2점으로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기업을 말하라하면 대답을 하기 굉장히 어려워한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단 3명만이 타인을 신뢰한다고 한다. 단체 간의 관계,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신뢰로 연결된 인간 대 인간의 교류가 아닌 단순한 이해관계로만 여기는 일이 다분한 게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무슨 말이든 부정적으로 비쳐질 것이고, 기대감 또한 만들지 못해 긍정적 기대효과는 물론 만들지 못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말은 포퓰리즘적 요소로만 보일 뿐이고, 기업의 행동들은 자기들의 잇속만을 챙기기 위한 것, 서로 간의 관계는 위선으로 덮여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낮은 신뢰단계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우선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서만이 아닌, 정말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걸어야 하며, 메니페스토(Menifesto :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의 시민운동)의 활성화 또한 필요하다. 또 더 이상의 국회 폭력, 날치기 국회는 있어서는 안 되고, 사익을 위한 불법적인 행동 또한 철저히 근절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불신만 늘고 신뢰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기업은 투명한 경영을 하고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내보여야 한다. 비자금 조성이나 주가조작, 담합 등의 비윤리적 행동은 절대 신뢰를 살 수 없다. 경영적 요소에 제조과정부터 깨끗한 혹은 안전한 상품까지 겸비해야 완전한 신뢰를 살 수 있을 것이다.
단체 간의 관계, 개인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이해관계의 눈으로만 상대를 바라보지 말고 정(情)적이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 이용의 대상이 아닌 교류의 대상으로 보면 되지 않나 싶다.
세계은행은 사회적 신뢰도가 10%오르면 경제 성장률은 0.8% 증가한다고 분석하였다. 새해에는 부디 마음 놓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 경제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그 신뢰와 신뢰로부터 오는 기대감으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 일상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하면 환자의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효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