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의 북한 내부 기사에는 북한 경제상황의 심각함이 실감나게 잘 나와 있다. 1월 7일 기사에는 평양에서 새해 첫 날부터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북한 정부를 비난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한 달이 지난 2월 7일 기사에도 전기가 안 나와 평양 주민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 방안에 비닐하우스까지 만든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평양 대부분의 아파트는 전기로 물을 끓여 난방을 하는 시스템인데, 한 달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난방이라는 개념을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찬바람을 막기 위해 텐트 비슷한 것을 방안에 세우거나 낮에는 상대적으로 춥지 않은 지하철역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2월 8일 조선일보의 '북 주민 2000만 명 지하경제로 연명’이라는 기사도 비슷한 사정을 전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배급체제가 무너져 전체 인구의 약 83%인 2000만 명이 지하시장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북한 인구 2400만 명 중 평양 주민 등 400만 명을 제외하고는 북한 정부의 배급을 못 받고 있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도 있다.
이런 기사들을 보고 혹자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점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장에 북한이 붕괴될 것처럼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이라고 스스로 부를 만한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작년에 돌아가신 황장엽씨의 증언처럼 약 3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 또는 굶주림과 관련된 질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김정일 정권은 버텨냈으며 이후 10년이 넘도록 북한 주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현 식량 상황 등 경제 사정을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은 변했다. 바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국가에 기대지 않고 사는 경험을 배웠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에서 표현한 지하시장 경제인 장마당 등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거래하게 되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지금도 배급은 받지 못하지만, 버티는 법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주민들 스스로 사는 법을 배웠지만, 그래서 존엄한 생명은 유지될 수 있지만, 그 만큼 독재 정권의 생명도 더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맘에 들어 하지 않지만, 장마당을 허용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북한 주민들은 갖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도 굉장히 크다. 물론 이것은 어려서부터 받은 '세뇌교육’이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했던 누군가가 발각되어 공개처형 등의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을 목격한 후유증 때문이다.
사회주의권 국가가 붕괴할 때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당시처럼 현재의 북한이 위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 정권은 대외 관계에서 스스로 게임의 방식을 만들어 판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가까운 예로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90년대 위기를 자기 방식대로 극복한 일종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이 북한 독재정권을 어렵게 만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더 원칙적으로 북한 정권에 맞서야 한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이 바깥세상의 물정을 알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용기를 갖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온 미래’인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