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은사 땅밟기 사건과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인터뷰를 보며 -
최근 '찬양인도자학교’라는 기독교 관련 단체가 봉은사에 난입해 기독교식 예배를 하며 법당이 무너지기를 기도하는 동영상으로 인해 시끄럽다. 타 종교의 성지에 가서 폭력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지켜야할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었고 결국 불교계에 상처를 주었다. 또한 그들의 잘못된 믿음과 그로 인한 행동은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안 좋게 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일부 광신도들의 행동이기 때문에 큰 염려는 없으며,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 사회의 발전 수준을 볼 때 이것이 확대 재생산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다수의 양식 있는 기독교인들은 난입한 이들의 폭력적 행위에 동의하지 않으며, 불교 신자들 역시 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마이 뉴스의 10월 26일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무서웠다” 일부 기독교인들, 법당 난입 '절 무너져라’ 예배-라는 기사에 나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인터뷰 내용에서 다른 섬뜩해진 감정을 느꼈다. 그가 “일부 광신도들이 한국 사회를 엄청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이들의 잘못된 행위가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습니다. 일부 개신교 광신도들에 의해서 벌이는 망동은 그 사람들이 무식하고 폭력적인 모습만 드러내 주는데 거기에 이명박 장로 대통령의 묵인 내지는 동조가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전에 사찰이 무너지라는 데에 축하 영상을 보내고... 상식 이하의 일들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 논란으로 명진 스님이 정부와 여당에 유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와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피해 당사자로서의 상처는 이해가 되고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이 대통령과 관련된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대통령이 사찰이 무너지라는 기도를 할 줄 알고 축하 영상을 보냈을까? 근거도 없이 한 국가의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종교계의 원로로서 적절치 않은 행위이다.
이 대통령 집권 이전에도 일부 기독교인들의 문제 있는 행위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들도 이 대통령 때문인가? 아쉽게도 명진 스님의 이 대통령 언급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그래서 피해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입장에서 가해자로 비판받아야할 입장에 서고 말아 아쉽게 느껴진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간의 갈등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어느 정도의 자정능력을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종교계와 정치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과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종교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치와 연결시킨다던지, 일부 종교인들이 과도하게 정치에 개입하는 문제도 있다.
물론 사회 원로로서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일정한 선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찬양인도자학교’ 측의 행위 못지않게 명진 스님의 시각 역시 우려가 되는 이유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문제는 명진 스님만의 문제는 아니며, 종교를 통해 얻은 권위를 정치를 비난할 때 쓰는 일부 종교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일은 그것의 작은 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