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북한 당대표자회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대장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선출되면서 그 막을 내렸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의 지위로서 대내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김정은 시대를 함께 하는 권력 엘리트로서 그와 함께 운명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이다.
2007년부터 준비된 김정은 후계체제는 북한 내부에선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일의 사후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워낙 감시가 심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김정은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은 지금 북한에서는 숙청을 원한다는 것과 같다.
당대표자회 결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처럼 주요 당직을 못 받은 경우가 있는 반면 새로이 차수가 되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리영호의 경우처럼 새로이 자리를 대체할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주민들의 경우에도 그렇다. 이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었을 때와는 달리 외부 사정에도 밝기는 하지만, 당장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관련 뉴스에 의하면 이번 당대표자회의 결과를 보고 주민들은 속으로 '젊은 녀석한테 감투가 주어졌느니’, '아직은 검증이 안 되었으니 지켜볼 뿐’하면서 쓴 웃음을 짓거나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물론 우파는 북한의 김정일 체제처럼 김정은 3대 세습 체제에 대해 일관적으로 비판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좌파는 지금도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상황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던 좌파 진영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같은 NL진영은 앞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NL중에서도 종북주사파의 경우는 김정일의 모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전할 것이다. '내재적 접근론’ 운운하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이해하자고 주장할 것이며, 이러한 그들의 선동을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란 한국의 젊은 청년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그들이 조선왕조 같은 북한의 세습을 인정하자고 주장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북한의 3대 세습은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진보신당처럼 이른바 PD진영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겠지만, 민주당 햇볕론자들이나 참여연대처럼 여러 영역에서 종북주사파와 비슷한 주장을 했던 이들은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어차피 북한의 독재정권이 망하게 되면, 종북주사파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적 시각이 계속될 경우 그들의 정치적인 생명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자기 틀에 맞게만 북한을 바라보고 독재자를 옹호했던 그들에게는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역사의 진리이며, 정의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책에서 무수히 목격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