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정보는 접하기 쉽지 않다. 공식적으로는 조선중앙방송이나 노동신문 등의 언론을 통해서만 북한 내부의 사건들이 알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들은 일방적인 북한 정권의 입장이기에 조작된 것도 상당히 많다. 최근 들어 탈북자들의 도움으로 많은 정보가 유통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알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유독 북한과 관련한 언론의 오보가 많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만 노력하고 관심을 가졌다면 생기지 않았을 실수들은 아쉽기만 하다. 북한과 관련된 언론의 신뢰를 많이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오보들을 보면 이렇다.
첫 번째 사례는 북한 축구대표팀 김정훈 감독에 관한 기사이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북한은 포르투갈에 7:0으로 대패했었고 김 감독이 그 책임으로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었다. 그의 거취에 관한 궁금증이 큰 상태에서 7월 26일 RFA(자유아시아방송)는 “'청년장군 믿음 저버린’ 북한 축구팀, 사상비판 받아” 라는 기사를 냈다. 그리고 영국의 대중지 '더 선’지가 낸 '김 감독이 강제 노역에 처해졌다’는 기사를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인용하였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 더 선’이 냈던 기사는 자신들이 스스로 취재했던 기사가 아니라 한 언론의 기사를 인용했던 것이었다. 그것도 사실관계에 입각한 기사가 아닌 “김 감독이 당에서 쫓겨나 평양 건설현장 근로자로 '하방(下放)'됐다”는 '소문’을 소개하는 기사였던 것이다. '더 선’ 기사의 전문에는 그 출처가 나왔는데, 그것만 확인했더라도 오보 소동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대한 기사를 출처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화’시켜 버린 것이다.
8월 25일 FIFA가 이에 대한 사실 해명을 북한축구협회에 요구했고 북한축구협회는 "김 감독과 선수들 모두 평상시대로 훈련하고 있다. 선수 중 일부는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다"면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축구협회의 말을 100% 믿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김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징계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간에 '더 선’과 관련된 언론들의 오보 소동은 충분히 비판 받을만하다.
두 번째 사례는 8월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서 나왔다. 김정일의 동선(動線)은 알기가 어렵다. 이것은 방중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언론은 청와대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서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언론사들의 고생은 시작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오보로 이어진 것이다.
아쉽게도 언론들의 김정일 방중에 대한 보도는 추측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소위 '카더라’ 통신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예를 들어 김정일의 방중루트에 대해서는 계속 그랬다. 창춘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만난 이후, 지안-만포 노선을 이용해 북한으로 되돌아간다고 했다가 다시 창춘-옌지-투먼을 거쳐 북한으로 간다고 썼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오보였다. 하얼빈에 도착한 김정일이 목격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언론들은 계속해서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썼다. 물론 이것도 추측성 기사였다.
기사의 대표적인 근거는 지린 위원중학교 학생들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댓글이었다. 기자들은 댓글 중에 “큰 뚱보가 둘째 뚱보를 데리고 돼지우리에 와서 현재의 작은 돼지들의 성장을 참관한다(大胖携着二胖一起来猪圈参观现在小猪们的成长)”는 내용을 보고 큰 뚱보는 김정일을, 작은 뚱보는 김정은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의적인 해석이었다.
댓글을 조금만 더 보면 큰 뚱보는 김일성을, 작은 뚱보는 김정일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뚱보가 둘째 뚱보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김일성 동상이 있는 학교에 김정일이 온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들은 위원중학교를 돼지우리(猪圈)에 비유하고, 학생들은 작은 돼지(小猪)에 비유하였다.
둘째 뚱보가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이 댓글이 달렸던 원래 질문에서도 확인된다. 위 댓글이 달렸던 원래 질문은 “김씨 둘째 뚱보가 내일 정말 위원에 오느냐(金二胖明天真的来毓文吗?)” 이다.
김정은은 아직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어린 중국 학생들이 김정은을 알 수 있을까? 학생이 김정은이 위원중학교에 오냐고 질문을 했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잘못된 정보로 기사를 썼으니 오보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이다.
평소 북한 관련한 기사를 많이 보는 편이다. 북한은 정보가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오보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터인데, 반복되는 것이 많이 아쉽다. 언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조금만 더 고생하고 노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