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경영승계, 내부거래등 비판 잇달아
대기업 사회적 책임 크지만, 반기업적 정서는 지양해야
16일 오후 1시 30분 금속노조와 야4당은 '현대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박선숙 민주당 국회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원일 창조한국당 국회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국회의원이 인사말에 나섰다.
이정희 대표는 "대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지 말고 필요한 제도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납품가연동제, 전속고발권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재벌의 위법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승수 의원은 "현대자동차는 유례없는 영업 이익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나선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문제와 그에 따른 편법적 경영승계 문제를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17%, 현대모비스의 6.96%, 현대제철 12.58%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정 회장은 계열사간의 순환출자를 통해, 즉 회사돈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채 연구위원은 "정몽구 회장의 자녀들에게 부의 상속이 이루어지고, 경영권이 유지될 수 있도록 2000년 초반부터 승계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특정 계열사에 대해 특혜성 몰아주기를 행하고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실현시켜주고 있다"며 "이는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시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도 제기했다. 2009년 말 기준 전체 직원 대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현대차의 경우 13.76%, 기아차는 7.89%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그 비율이 43.69%에 달한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필요인력들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대체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원하청기업간의 종속적 하도급관계를 이용해 단가인하, 임률억제 및 통제, 과다경쟁과 출혈납품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런한 문제로 인해 종소하청업체들은 수익성악화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며, 생산혁신과 품질향상을 위한 여지가 좁아지면서 부품산업의 퇴행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인력기술실장은 "대기업이 협력 기업을 착취해서 성장했다는 부분에는 전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들에 비해 고용기여도, 종업원 수 증감 등 노동시장기여도가 60위권 밖으로 나갈 정도로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연구위원은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한 주주대표 소송의 활성화나 상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보완책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지만 "엔간히 쳐 먹었으면 뱉어내야지"라고 사회자가 말하는 순간, 객관성을 요구하는 토론회 자리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 한 마디에는 이미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가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사말을 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은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며 "내가 잘해서, 똑똑해서, 돈이 많아서 (기업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가 있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모두 이 말에 수긍하는 듯했다. 공정거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모두 좋은 말이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이를 위해 기업을 더욱 규제하고 심지어는 기업의 소유권까지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기업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는 보지 못하고 기업의 책임만 묻는 상황에서 진정한 공정거래,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