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솜 | 2010-08-16 | 조회수 : 116

유급휴가 기간 중 파업에 참가했다면 월급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한항공 조종사 9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급휴가를 이용해 파업에 참가하는 것은 유급휴가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2005년 12월 4일간의 파업에 대한 문제가 이로써 종결이 된 것이지만, 긴 시간이 걸린 만큼 노조 측은 물론 법원이 손을 들어준 회사 측에도 큰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파업은 노와 사 양측 모두에 커다란 손실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파업으로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고 가상파업(Virtual strike)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상파업이란 생산을 포기하지 않는 파업이다. 모두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지만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노동자는 임금을, 회사는 수익을 포기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의 수입은 회사가 아닌 자선단체 등에 전해진다. 파업 전과 똑같이 일을 하지만 양측은 경영과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조 측과 회사 측 모두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치려 노력한다. 또 평소와 같이 일하기 때문에 고객이나 국민경제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파업동안의 수입금은 사회단체 에 기부금이 되어 돌아가니 효과는 1석 3조이다.

1999년 7월 이탈리아 최대 민영 항공사인 메리디아나의 조종사와 승무원은 4시간 동안 가상 파업을 진행했다. 실제 파업과 달리 모두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평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다만 고객들이 지불한 항공료가 회사에게 돌아가지 않고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일 뿐이었다. 파업을 하였지만 항공사는 정상적으로 운행되었으므로 승객들은 여느 때와 같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성공적인 가상 파업 방식은 이탈리아 운송 노조에서도 받아들여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가상파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포기가치에 대해 노사 간의 구체적 합의도 필요하고, 여론이나 정부 등의 중재의 역할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가상 파업이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잠깐 가상파업과 가상폐쇄(Virtual lockout), 파업 벌금이 언급된 후 다시 수면 밑으로 묻혀버렸다. 그러나 노사쟁의 건수가 많고 그로 인한 피해 또한 많은 우리나라는 더더욱 이 제도에 관심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갈등으로 인해 노사는 물론 국가와 국민들까지 많은 손실과 어려움을 겪으니 말이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제 :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 또한 좋지만, 타임오프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지금 이 시점에 Win-win전략이 될 수 있는 가상파업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勞)-사(使)-정부-여론 4축이 협력하여 여느 다른 나라보다 먼저 가상 파업 문화를 정착시켜 노사문제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줄여나간다면 경제성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先)정착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에 대한 평가가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브랜드 역시 크게 제고될 것이라 생각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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