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공합작, 중국-대만 ECFA
2004년 중국의 수입대상국 3위였던 한국은 2005년 대만을 따돌리고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중국의 견제로 대만산 제품의 대중 수출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한국은 중국 시장점유율은 높였습니다. 그런데 ECFA가 체결되면서 한국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중국에 대한 수출품목이 상당부분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중국시장에서 대만산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을 경우 한국산 제품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집니다.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중국과 대만이 상품, 서비스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 등 관법위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맺은 협정으로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FTA와 크게 다르지 않음.
6월 29일 체결된 중국-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중국이 대만에 두 배의 면세 혜택을 준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CFA가 발효되고 나서 양측은 대만의 539개 상품, 중국의 267개 상품에 대해 상호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되어있습니다. 또한 병원, 은행 등 서비스 산업의 개방에다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만들어짐으로써 더욱 자유로운 경제교류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이 협정이 발효될 경우 인구 14억명, GDP규모 5조 3천억달러의 거대 시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은 대만의 형제이기 때문에 ECFA협상에서 양보할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이번 협정에서는 중국산 제품보다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이 훨씬 더 많아 중국이 대만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포용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습니다. 관세 품목으로 볼 때 대만산 제품이 중국산 제품의 2배 이상입니다. 이로 인해서 ECFA 발효 후에 대만 쪽이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심지어 홍콩보다도 더 많은 혜택이 주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에 개방하는 품목의 2009년 수입액은 138억 3천만 달러도 대만에서 수입한 총금액의 16.1%입니다. 또한 대만이 개방하는 폼목의 대중국 수입액은 28억 5천만 달러로 중국에서 수입한 총금액의 10.5%에 해당합니다.
특히 대만의 기계,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부품 분야는 중국에 수출할 때 6%~25%의 관세를 적용받아왔습니다. 그 중 석유화학은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전체 수출의 반을 넘고 있어서 관세인하의 최대 수혜품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총 매출의 60%이상을 중국에 대한 수출에 의존하는 대만의 기계산업은 그동안 한국, 일본과 비슷한 조건에서 중국 시장에서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유리한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부문에서 은행, 병원, 증권, 보험, 영화 등 11개 분야의 개방이 이루어집니다. 금융업의 경우 대만계 은행의 지점 설립 요건이 완화되고 위안화 거래도 쉬워져서, 중국에 설립된 대만계 은행지점에서 설립 2년 후에는 위안화로 금융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양측은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 품목은 제외했습니다. 대만은 중국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며, 중국 노동자의 대만 취업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중국과 대만의 ECFA는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타결된 것입니다. 중국은 대만에 경제적인 혜택을 베풀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만을 껴안으려 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집권 당시부터 중국과의 경제관계 개선을 외쳐온 마잉주 총통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ECFA체결이 하나의 중국시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며, 하나의 중국시장이 되지도 않을 것” (마잉주 대만 총통)
물론 대만에서는 “대만경제가 중국에 흡수 될 수 있다.”며 찬반논란이 분분합니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대만의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진당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서 비준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여당인 국민당이 전체 의석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비준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대만 정부 보고서엔 한국의 FTA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ECFA를 추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지난해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10.2%와 8.5%입니다. ECFA의 체결로 인해서 대만은 중국에서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한국은 중국시장에서 대만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대만이 중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 539개 품목의 2009년 중국 수출액은 138억 3천만 달러였습니다. 이들 제품에 관세를 붙이지 않는다면 약 13억 달러의 관세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중국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CFA체결로 드디어 한국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황츠펑 대만해외무역위원회 이사)
한국의 대중국 주력수출품목인 석유화학, 플라스틱, 철강, 기계, 자동차부품, LCD,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엄청난 경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 모두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 1위가 반도체, 2위가 LCD입니다. 반도체 부품, 사무용 기기, 석유화학제품의 대중 수출도 양국 모두가 많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대중국 수출의 상위 100개 품목 중에 무려 81개가 상호 중복됩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의 조기자유화 539개 품목 중 한국의 대중수출과 중복되는 품목은 494개로 2009년 대중수출의 17.9%를 차지했습니다. 그 중 금액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철강, 운송장비 등이 중국과 대만의 ECFA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반도체는 오래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어왔고, LCD는 이번 관세 인하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한국과 전면전을 벌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을 누르게 될 것이다.” (천톈즈 대만대 경제학과 교수)
“ECFA체결로 대만은 한국의 GDP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대만을 질투하게 될 것이다.” (후중잉 대만경제회 부위원장)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중국과 대만의 ECFA 서명은 경제협력의 출발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ECFA 서명 후 6개월 이내에 차기 회담을 열어 무관세 품목의 확대, 이중 과세 방지 등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중국과 대만은 2000여개의 무관세 대상품목을 준비해놓고 있어서, 협상의 진전여부에 따라 경제협력의 범위는 크게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경제계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ECFA를 보며 한국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 대만기업과 제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의 엘피다는 대만업체들과 합작법인을 만들었고, 대만의 폭스콘은 소니의 해외공장을 잇따라 인수하며 일본 제품을 생산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제품설계 능력, 대만의 생산기술, 중국의 노동력이 결합할 경우 한국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제1의 투자국이자 교역국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신속하게 회복한 데에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공략한 이유도 컸습니다. 이제 ECFA 발효 후에 중국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고, 중국의 노동력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대만은 일본 기업보다 더 무서운 경쟁상대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차이나와 타이완은 합친 '차이완 리스크’가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장은 몇 개 품목에 그쳐서 그 영향이 크지 않을지라도 양안의 경제협력이 커질수록 그 힘은 발휘될 것입니다.
“중국과 대만의 ECFA에 위기의식 가져야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중 FTA의 추진, 대만과의 합작 추진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