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야기에서 선비는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매몰비용(Sunk cost)이란 과거에 이미 써버려 미래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뜻한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매몰비용에 대해 빨리 파악하고, 잊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해 비합리적 선택을 하고, 이것을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또는 매몰비용의 함정이라 한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발생한 매몰비용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
2. 매몰비용에 대해서는 인식 하였지만, 자신의 선택실수를 부정한다.
3. 이미 투자한 비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러한 원인을 가진 매몰비용의 오류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궂은 날씨에도 이미 지불한 여행경비가 아까워 무리한 여행을 가 결국 사고가 나는 사람. 금융 상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떨어지는 데도 손해 본 것이 아까워 팔지 못하다가 더욱 큰 손해를 입는 사람. 모두 매몰비용이 합리적 사고를 방해했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얼마나 잘 알아보고 한 것인데, 설마 잘못 되었을 리 없어.”
“이만큼이나 해놓고 지금 와서 어떻게 포기해.”
“여태 들어간 돈, 시간이 얼마인데….”
등의 소리를 듣고, 내뱉는다. 모두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재화, 돈으로 우리의 무한한 필요와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매몰비용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첫째로 과거 선택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며, 둘째로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미 나간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도록 사고하려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결승전 경기를 우리나라에서 치르기로 결정이 났다. 결승전이 열리는 우리나라에는 당시 돔 경기장이 하나 없었고, LG에서 돔구장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얼마 후 결승전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이 무산되었고, 이미 200여 억이라는 시공비가 들었지만 건설을 포기한 일례가 있다. 완공을 하기 위해서는 2000억 정도가 들지만, 월드컵 결승전을 통한 이윤을 볼 수 없고, 비싼 돔구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일 년에 몇 없어 간간히 들어오는 대여료로는 본전을 찾을 지도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앞서의 이야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미래를 보고 합리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200억이라는 함정에 빠져 1800억을 더 들여 완공을 하였다면 그때의 손해는 과연 얼마였을까?
매몰비용에 대한 인식부터, 투자한 비용을 포기하기란 매우 어렵다. 큰 용기가 있어야만 하고, 합리적 사고를 위한 냉철한 판단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과거는 과거로만 보고, 현재·미래의 결과를 보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