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너무 정도가 심하다. 서울시장이 누가 되건, 경기도 교육감이 누가 되건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 버렸다. 8명이나 뽑아야 되는데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선거유세 차량에서 나오는 노래는 소음이 된지 오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현재의 남북관계가 결정적인 계기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책임의 시작이 천안함 사건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북풍으로 인해 지지율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여권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야권 역시 하나의 바람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권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추억을 이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큰 역할을 했던 '노풍’이 그것이다. 그를 비난했다가 말을 바꾼 민주당이나 그를 따르던 국민참여당 모두가 그랬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은 야권이 준비했던 '노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야권의 의도와는 다르게 북풍이 불었다. 이것은 여권이 준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재 여당의 선거 전략을 무작정 욕할 수는 없다. '노풍 vs 북풍’의 대결, 즉 죽은 노무현이 산 김정일을 이기지 못한 것일 뿐이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의 분위기가 무척 아쉽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단계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정책이 아닌 '이미지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인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후보들의 지난 삶과 정책에 대해서 보도해야 할 언론사들 역시 정파적 이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좌파 언론이든 우파 언론이든 어느 한쪽을 밟기 위해 기사를 쓰는 느낌이다. 지금 언론은 정치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이 아닌 자기들이 지지하는 사람이 꼭 되길 바라는 정당의 2중대가 된 것 같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어떤 정책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교육대통령이라는 교육감 후보가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4년 동안이나 내가 사는 도시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교육부와 경기도교육감의 견해 차이로 교육정책의 혼란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만큼 시도 교육감의 지위와 역할이 중요한데 누구를 뽑아야 할지 시민들이 얼마나 아는지 걱정된다.
우리들은 후보자가 현직에 있던 지난 4년 동안 잘 했기 때문에 다시 뽑는다던지, 아니면 잘 못해서 다른 사람을 뽑는지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책무’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정당과 언론의 책무’이다. 소위 회자되는 '현직 프리미엄’이 당선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현 정부를 비난하는 반대급부로 당선되어서도 안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6월 2일이 지나면 지방자치 선거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가득할 것이다.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