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벽보가 붙여지고, 며칠 전부터는 사람이 많은 길거리마다 선거차량을 앞세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개사한 음악소리가 퍼져 나오고 있다. 또한 TV에서는 각 당 대표들의 활동과 선거 후보자들의 토론을 매일 방영하고 있어 자연스레 선거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과거 유세 형태를 생각해보면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의 선거유세 기간을 떠올리자면, 그 당시엔 자신들을 선전할 방법이 거리유세나 포스터였기 때문에 필자 집의 벽 한쪽에 각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나란히 붙여져 있었고, 선거를 마치고 그 포스터를 뜯어 담벼락 한쪽 페인트가 벗겨져 보기 흉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또한 사람들은 다들 선거 뇌물을 받아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에는 동일한 물품이 항상 들려있었다. 지금은 선관위의 역할이 강화되어 직접 선거의 모든 활동을 준비, 감독, 계획함으로써 예전에 비해 훨씬 민주적이고 계획적인 선거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생각과 태도로 자신들을 선전한다. '정치’라는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이지만, 우선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자신들의 소속당이고, 소속당에 어울리는 공약들일뿐, 정치를 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과 자신의 생각, 의식을 선전하는 일은 드물다. 이것은 국민을 대표해서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의지에 앞서 결과적으로 본인의 권력과 야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치참여를 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선거 후보자들이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당의 색을 나타내는 띠를 두르고 큰소리로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주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면서 무심결에 명함을 받아보다가 필자는 '이걸 왜 나눠주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명함을 살펴보았던 이유는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의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본 모든 명함의 앞면에는 큰 사진과 기호 및 이름, 소속된 당과 지역을 나타내고 있었고, 뒷면에는 각자 자신의 양력을 빼곡히 적어놓았다. 게다가 받아본 홍보물 양력에는 대부분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박사학위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다. 도대체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보고 후보자를 판단하여 선택하라는 것인가!
과거 시행해온 4번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1회 때 68.4%였던 것이 2회 52.7%, 3회 48.9%, 4회 51.6%로 항상 50% 내외 수준으로, 70~80% 정도인 대통령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1인 8표로 한꺼번에 이를 모두 선출해야만 하므로, 짧은 선거유세 기간에 각 분야의 후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런 경우 특히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차별화된 자신만의 공약을 선전하는지를 빠르게 보고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누구를 우리 지역대표로 선출하느냐에 따라 자치단체의 발전과 주민의 삶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나 지방자치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지역대표를 선출하는 일이 더욱 의미를 갖고 있다. 투표일을 단순히 쉬는 날로 인식하는 젊은이들의 의식개선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각자 차별화되고 소신 있는, 실천할 수 있는 공약으로 선거유세를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표를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