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친척집은 어디일까요?
2001년 9월 장쩌민 주석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방북 소감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친척 집에 갔다 왔다.”
중국에게 북한은 그런 존재인 것입니다.
그 친척집이 천안함을 침몰시키는 아주 큰 사고를 쳤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아주 미지근합니다. 당분간 한국의 불만과 비난은 감수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4월 30일 상하이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흘 뒤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아주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언론도 “중국이 어떻게 한국에게 이럴 수 있는가” 하는 중국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습니다. 또한 중국이 대국적이지 못하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사실에 대해서 느끼는 단순한 배신감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동안 중국과의 친밀함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수교(1992년) -> 우호협력관계(1994년) -> 21세기 협력적 동반자 관계(1998년)
->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3년) ->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8년)
수교 후 18년간 변화해온 한-중 관계를 보면 아주 그럴 듯합니다. 그렇게 순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한-중 관계에 갈등 기류가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그 동안 중국에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현 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은 쓰촨성 지진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최근에는 한-중 FTA에 대해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주었습니다. 천안함 침몰로 인해서 한국이 어수선 한 시기에도 1박 2일 일정으로 상하이 엑스포도 방문하였습니다.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한-중 정상회담 때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를 사전에 알려주겠다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북한만 감싸는 중국 태도에 한국정부는 크게 화가 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애써 외교적 갈등이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마하고 있지만 그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은 전략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매주 중요한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친척이고 혈맹관계인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지난 18년간의 한-중 관계 격상 속에서 중국에게 북한보다 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고 착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제1위 교역국가,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한류 등 중국과의 교류는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6자 회담을 보면 정형화된 틀이 나옵니다. 6자회담은 중국의 제안에 따라서 2003년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두 차례나 실시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반발을 해도 중국은 북한을 항상 감싸주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게끔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따로 구분해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도 결정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북한을 감싸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세계 여러 국가가, 또한 미국이 압력을 넣고 회유를 한다고 해도 그럴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자고 할 것입니다.
이미 북한은 “내정과 외교문제에 소통을 강화하자”며 중국 품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중국과 협력해서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천안함 침몰 사건에 중국이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도 모두 어렵습니다.
북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 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국에게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 빼고는 한국이 쓸 만한 카드는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현재도 그런 것입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 무리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은 미국과 일본과의 금액을 합친 것 보다 많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경제적으로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관계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북한과 중국만큼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에 막연한 기대감은 버리고,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게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항상 한국의 기술력과 기업의 투자를 필요로 할 수 있게 한국이 늘 한 발 앞서나가는 것입니다.
환상 속의 중국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