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를 기록한 「고려사」를 보면 성종 원년인 960년에 '왕의 생일을 천춘절(千春節)이라 하니 절일(節日)의 이름이 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고려 충렬왕(忠烈王)에 이르기까지 왕의 생일에 절명(節名)을 붙였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고려와는 달리 생일에 대한 특별한 말을 사용하지는 않고 탄신일, 탄일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다만 노인들에게 쌀과 고기 등을 하사하였으며, 죄가 가벼운 죄인들을 석방시켰다고 전해진다.

이제 한국에서 대통령의 생일은 기념일이 아니다. 기록을 보면 이승만대통령의 84번째 생일이 성대히 치러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조촐하게 지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당연시되는 분위기이다. 괜히 언론에 잘못 나가면 사치하는 대통령이라고 비난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太陽節)이라고 부르며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한 술 더 떠 선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도 똑같이 기념한다. 이날이 되면 북한에서는 각종 전시회와 체육대회, 노래 모임, 사적지 참관, 결의 대회 등의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고 한다. 탈북자들도 이날만은 어른들에게는 술 한 병 등을, 아이들에게는 사탕 등 단 가루를 1kg 정도 나누어주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일을 명절로 격상시킨 것은 독재 정치를 이어가기 위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를 들어 4월 13일 중국 단둥에서는 중국산 자동차 100여대가 신의주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그 차는 중국에서 지난해에만 26만여 대가 팔려 '인민차'로 불리는 'BYD사(社)'의 준중형급 세단 'F3'였다. 또한 지난주부터 수차례에 걸쳐 북한은 F3 100여대 이외에도 고급 외제차와 지프, 대형 승합차까지 200여대 이상을 가져갔다고 한다. 차량 액수만 해도 5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될 만큼 큰 액수이다.

북한의 정치경제 특정상 이렇게 많은 차를 가져갈 곳은 정부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부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김정일이다. 이번에 수입해간 차 역시 김정일의 필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을 이용해 자신의 심복들에게 차를 나눠줌으로서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많은 탈북자들 역시 “김정일이 비싼 외제차를 내부 단속용 선물로 나눠주었다”는 증언을 하였었다. 공포라는 채찍과 선물이라는 당근을 통해 북한을 통치해가는 김정일의 정치술이 드러나는 장면인 것이다. 다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먹을 것 조금으로, 세상 물정을 알고 잘 사는 당 간부들에게는 차 한 대로 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기가 차지하는 위치만큼 받는 선물의 질과 양이 다른 북한의 주민들, 자기가 가진 권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생일을 명절처럼 꾸미는 김정일의 태도는 21세기의 모습이 아니다. 아니 과거보다 더 못한 사회라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민족 최대의 명절이 아닌, 자신들의 인권을 짓밟는 자들의 생일인 것이다. 그래서 당장 사라져야 할 날 일 뿐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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