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비전과 목표>
1. 시대정신은 이사장님의 과거 사상에 대한 치열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동안의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시대정신이라는 잡지는 2004년에 뉴라이트 운동을 하며 그 기관지로써 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시대정신 측에서 2006년에 북한인권운동을 하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시대에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이 진보정권이었잖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대북정책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상당히 한국의 안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돼서 반드시 정권이 교체되야겠다고 생각되어 뉴라이트 운동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자유주의가 아닌 한국이 자유주의의 원칙 하에서 발전하자는 운동, 한국의 건국과정과 산업화 과정과 민주화 과정이 올바른 역사발전 과정이라고 여기는 것이 뉴라이트 운동입니다. 그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 하는 잡지가 바로 '시대정신’이었습니다.
2. 살림살이는 어떠신지요? 인원과 예산 규모, 자금 조달 방법 등...
기금을 내주신 분들에 의해서,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산을 확보합니다. 일 년에 2-3억 정도 측정됩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순수한 의미로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3. 한국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예산의 제약 때문에 못하시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나에게 돈이 굉장히 많다면, 아주 좋은 기업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아니면 그 돈을 미국에 사람들처럼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기업을 기업답게 한다는 것도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운동 차원에서 하시고 싶은 프로젝트 같은 것은 없습니까?
독일은 좌파, 우파 활동을 뒤에서 밀어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재단이 있습니다. 역시 한국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연구소 등은 한계가 있습니다.
4. 우리 사회에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순수하게 시민운동차원에서 정말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한다고 할 만 한 사람들이 수백명 정도 모여서 우리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공생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지금부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
5. 이사장님께서는 뉴라이트에도 뿌리를 두고 있고, 낙성대 연구소에도 사상적 배경이 있으시죠? 낙성대 연구소는 주로 역사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을 소개해 주십시오.
제가 1987년에 동경대학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한국 대표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본에 가기 전까지는 한국근현대는 자주적으로 발전을 해야지, 국제협력을 통한 발전을 하게 되면 제국주의에 포섭이 되어서 끝까지 자주 독립을 획득하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종속 이라고 부른 그런 이론으로 사회 운동을 해 왔습니다. 동경대학에 가보니까 역시 사회주의가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당시 우리나라 학자들이 경제사를 접근하는 시각과 일본의 시각이 완전히 달랐던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니고, 일본에서도 자주적 발전의 길을 걸어야 종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었습니다. 그런 이론이 틀렸다는 생각을 1984년부터 일본 일부 지식인들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학자들 사이에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군요?
일본 학자들 중에서도 한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그 이후에 7,8년 동안 쭉 공동연구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국도 자본주의의 길을 가야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로 복귀 한 후 그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또한 제자들에게 연구할 기회를 주기 위해 개인 사비를 투자해서 학교 후문 쪽에 30평에 달하는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 사회과학이라는 게 이데올로기와 이론이 구분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론이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분리해 진리 탐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작한 게 근, 현대의 100년간 통계의 흐름과 기술 자료 등의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사실로부터 이론을 뽑아내시면 그때까지 갖고 있던 기존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것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그 점이 대단히 중요한 점인데, 일제 강점기가 정체적인 사회인지, 동태적으로 변하는 사회인지. 그것을 알기 위해서 국민소득 추이 연구를 해 보았습니다. 일제시대의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이 3.7%였습니다. 그 당시로 보았을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 중 하나였습니다. 인구 통계 또한 45년동안 인구가 천만이 늘었는데, 이는 이 시기가 굉장히 동태적인 사회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선인 사회도 그 과정에서 많이 변했습니다. 조선인 사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근대 학교의 조선인 취학률을 조사했습니다. 통계를 내어 보니 조선인들이 매우 활발하게 근대 학교에 취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착취와 억압을 하면 끝난다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착취와 억압이 존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근대적인 시장 키우기라던지 자유경제 원리라던지 사회권리, 인권의 개념이 들어오니까 인간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됩니다. 근대법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조선 후기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인 동태를 띄는 사회가 됩니다.
일본의 법체계를 우리나라에 이식한 거죠? 그런 것들이 조선 사람들에게도 활동의 공간을 넓혀 준 것 같습니다. 참 불편한 진실이었겠어요.
예를 들어 형법이나 공법은 완전히 일본법과 같지만, 민법체계나 상법체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그것은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그런 부분만 조금 수정을 한 것이지, 기본적으로 일본 법 체계와 같습니다. 그런 법이 조선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적용이 됩니다.
왜 그런 사회가 동태적으로 되었느냐 하면 종래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제국가의 문명을 버리면서 근대 시민사회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문명 교체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문명이나 의식, 가치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에 심취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오니까,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인 상태가 친일파나 친미파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친일파나 친미파가 민족 반역자라고 생각하지만, 민족 반역자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예를 들면 한국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이것은 민족 반역자입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 친일을 하고 친미를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 와서 일간지에 친일파와 친미파에 대한 논문을 써서 주니까 겁이 나서 게재를 못 하더라고요. 지금도 저는 친일과 친미가 나쁜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팔아 넘기는 민족 반역자가 문제지 한국 사회에서 친일, 친미를 문제 삼으면 한국 사회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봅니다. 그것은 민족 반역자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며, 오히려 그런 친일, 친미야말로 진정한 애국의 영역입니다.
좋은 것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겠네요.
외국에서 높은 문화를 흡수하려면 친일, 친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은 교수 구성원의 70%정도가 외국에서 박사를 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친일, 친미가 없어야 한다고 운동을 하는 것은 상호 모순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사단법인 시대정신은 안병직 이사장님께서 시작하신 낙성대 연구소와 과거 역사 인식에 대한 치열한 반성, 거기에 한 뿌리를 두고 있고 또 젊은 뉴라이트 운동 하시는 분들 그 두 뿌리가 합쳐졌다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죠. 안 그래도 양쪽에서 다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뉴라이트는 왜 앞에 뉴자를 붙이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여서, 종래의 진보 세력에 의해서 구 자유주의, 국제 협력 노선이라는 것이 한국의 발전을 촉진시킬 정당한 발전 요건이 되었다는걸 증명하면서 동시에 옛날 보수 진영이 갖고 있던 나쁜 이미지를 청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권위주의가 필요 없는 시대입니다. 지금부터는 그것을 청산하고 본래의 자유주의로 돌아가서 자유와 민주에 입각한 보수노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을 주도했던 젊은 분들은 그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진보 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그것이 또 재미있는게 지금 보수층들 중에서 뉴라이트 이념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모두 예전에 진보 활동하시던 분들이 전향한 것입니다. 89~90%는 그렇습니다. 옛날의 보수 운동가들은 옛날의 보수적 사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 민주주의가 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기반이 없었으니까 권위주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이 치열하게 체제 경제를 하는 상황이니까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공주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있습니다. 구태여 반공주의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제는 공산주의 뿐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 또한 완전히 없어져 이제는 체제 경쟁의 시대가 아닙니다. 현재 남아있는 공산주의는 옛날의 찌꺼기에 불과하지, 우리가 적대해서 대립해야 할 것은 아닙니다.
<시대정신과 사회통합>
6.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요? 지금 이명박 정권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북쪽에 포용정책을 쓰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핵·개방·3000구상 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시대가 변했는데 아직도 김정일과 1:1로 싸우고 있는 듯이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차라리 반공주의를 포기하고 본래의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면서 도덕적으로 보수가 진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보수가 도덕적 정당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이시네요?
민주주의를 실현한 것도, 경제발전을 실현한 것도 보수입니다. 자기 정당성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그것을 기반으로 진보, 북쪽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아직도 옛날 시대의 보수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지금 오히려 기업들이 자유롭고, 정부의 간섭에 제제를 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7. 다른 시민단체들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의료와 사회 포럼 등.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지는 못합니다. 물론 몇 개 단체가 사이좋게 협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의무적으로 연대를 맺고 있지는 않습니다.
8. 현재의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사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말일텐데, 어떤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요?
한국의 진보진영이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실현하려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말뿐인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법치인데, 그들은 그것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보수와 진보정당은 건전하게 양립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진보진영이 이념적 통일이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자꾸 지적을 해줘야 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진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진보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9. 이사장님께서는 보수와 진보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셨는데요. 어떤 내용인지요? 통합을 하려면 이사장님의 노선이나 철학 자체를 타협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것 까지 용인하시는 건지요?
사상이라는 것은 통합이 안됩니다. 붉은색은 더 붉고 푸른색은 더 푸르러야 세상이 다양해 집니다. 두 개를 합쳐 보라색을 만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의 칼라를 더 선명하게 해야합니다. 단, 이것이 다르다는 것이 확산되는 게 아니라 어느 지점에 가서 수렴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그게 보수와 진보가 하나의 공동체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잘 되기 위해서 경쟁하고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일류사회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경쟁입니다.
진보 쪽에서는 대한민국 정당성을 인정하면 보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 것이 아니지요. 일본, 미국, 서유럽 모두 그 사회에는 보수와 진보가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자기가 소속된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유주의는 자유주의 나름대로, 사회주의는 사회주의 나름대로 발전 플랜을 냅니다.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사람이 사회를 이끌게 됩니다. 이것이 건전한 사회입니다. 보수와 진보 한 쪽만 있거나 한 당이 영구 집권하는 것이 독재입니다. 정치 이념이 컬러풀한 집단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사회가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사회입니다.
이사장님께서 지향하시는 사회 통합이라고 하는 게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을 받아들이자는 말씀이십니까?
제일 중요한 게 자유주의와 대한민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