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불법적 명단공개 손해배상 청구 강행예정
국민의 지지 못 얻었다 스스로 인정하기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5개 교원단체 및 노조 소속 교사 22만2479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하자 교육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교사의 실명과 담당과목, 소속 단체 및 학교 등의 정보가 담겼다. 전국적으로 교원노조 및 교원단체에 가입한 교원은 총 22만 2479명. 단체별 가입자 수는 교총이 16만 280명으로 가장 많고 전교조 6만 1273명, 자유교조 431명, 한교조 277명, 대한교조 218명 등이다.

20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해 전교조 소속 조합원 10여명이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들의 손에는 하나씩 피켓이 들려 있었다. '법묵살 달인 한나라당 판결마다 시비걸기’ '조 의원님 준법교육 받으세요’ '전교조 교사 많은 곳에 자식교육 맡기겠다’ 등 대부분의 구호는 조 의원에 대한 비판과 전교조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조 의원의 뇌구조’라 적힌 피켓에는 '어떻게 하면 TV에 나올까’ '전교조 해체’ '내 마음대로’ 등 명단 공개에 대한 강한 불만이 드러났다.

정진후 위원장은 마녀사냥” “불법공개” “불순한 의도” 등으로 표현하며 명단 공개의 불법성과 정치적 의도성을 부각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불법”임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교조를 정쟁의 수단으로 만들고 교원의 개인 정보를 유출해 교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명단 공개로 인해)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자존심이 매우 타격을 입었습니다. 교육의 자율성과 자주성, 교사 개인의 인격이 침해되고, 우리 교육의 숨통이 옥죄이고 있습니다. 교사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아닙니다. 상처입은 교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법적 대응은) 필요한 조치입니다.”

정 위원장은 전교조 소속 조합원들이 “심적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며 그들의 당혹감과 정신적 충격을 강조하며 부당함을 거듭 호소했다. “공공의 업무에 종사하는 교원이라도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인권은 분명히 보호돼야 한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명단공개 추진을 막고 교원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게시중단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의 부정확성을 들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당성이 없는 명단 공개이기 때문에 몇몇 사례들을 들어 (명단에 포함된 교사가 전교조인지 비전교조인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교총과 전교조를 동시에 가입한 교사도 이 중 하나만 가입한 것으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조 의원의 명단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의 비판은 조 의원의 '됨됨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정치적 의도에 의한 '전략’이라는 주장으로 확대됐다.



“조전혁 의원은 극우적인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전교조 음해를 자기 활동의 전부로 여겨온 인물이니, 공개할 자격이 없습니다. 경쟁을 강조하고 학교를 정글로 만드는 이 정부의 기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한나라당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등 각종 선거 쟁점에서 불리해지자 전교조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어떻게든 선거패배를 모면해 보려는 치졸한 정략적인 행위를 저지른 겁니다.”

다만 정 위원장은 명단 공개에 대한 지지 여론을 의식한 듯 “전교조의 활동이나 내용이 모든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고 지지를 받지 못한 건 알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만드는 걸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전교조를 겨냥한 이번 명단 공개는 '결과적으로 전교조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명단 공개는 “학부모의 알 권리를 내세워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원노조 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방편”인 동시에 “전교조 규약개정요구, 단체협약 시정명령, 조합 활동 실태 점검 등을 통한 전방위적 전교조 탄압의 하나”로 전교조의 주장이 옳은 것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참교육을 위해, 특별한 아이나 계층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평생 교육의 기회를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전교조는 노력해왔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지적해 온 수많은 교육현안들이 이제 와 옳았음이 판명나지 않았습니까.”

정 위원장은 특히 “잘못된 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한나라당 당원이 누구인지 우리같은 국민들은 매우 궁금해 하지만, 알 수 없지 않느냐”며 “정당성이나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명분없는 행위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법적 처벌을 벗어나 보려는 조 의원을 술수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명단 공개는 조합원이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자율성이 기본인 노조의 근본을 흔드는 이같은 불법 공개는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소속 교원단체와 상관없이 우선 일주일 내로 최소 1000명의 손해배상 청구인단 공개모집해 1차 소송 제기하고 추가로 청구인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조 의원을 형법 140조에 의거, 형사고발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묻는 한편 조 의원에게 자료를 넘겨받아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간접 강제 및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공개된 명단은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다.

정 위원장은 비판받아왔던 전교조의 비밀주의적 행보에 대해서도 “전교조의 공개 활동이라는 원칙에 따라 실명을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전교조는 5월 중순경 스승의 날과 창립 21주년을 맞아 전교조 조합원의 실천 방안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요구를 조합원의 실명으로 공개하는 '2010 교육선언’을 준비 중이다.

정 위원장은 “조합원의 뜻을 모아 이미 2월부터 (실명공개) 사업을 구상해왔고, 15일 가처분 신청이 수용된 뒤 각급학교에 이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며 “여론에 떠밀려 공개한다는 얘길 들을까 지금까지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신문에 낼지, 인터넷에 게재할지 여부는 16개 시도지부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변윤재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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