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교실이나 학교가 아닌 그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대부분이 학교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이 곧 교육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공교육의 성과가 곧 교육의 성과로 직결되고 있다. 따라서 공교육의 성패가 우리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
작금의 한국 교육은 위기의 상황이다. 학생들의 학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으며, 조기 유학 및 교육이민의 급등과 과열과외 등의 탈학교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과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고, 과외교습이 매우 성행하며 그 규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학교의 교육 내용과 질에서 야기된 문제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위기가 초래한 원인을 교육에 대한 투자 부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GNP의 4% 이상이 교육재정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많은 자금이 교육재정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서비스의 질에 대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학교의 교육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이 사실은 공교육의 질적 저하로 인해 교육의 위기가 초래된 원인이 교육에 대한 투자의 부족보다는 다른 곳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에 관한 한 정부가 거의 모든 것을 독점 관장한다. 학교설립을 제한하고, 학생선발, 교과서 선정, 교육과정 등 전반적인 학교 및 학사 운영에 대해 관여하며, 학교에 대하여 검사 및 감독,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가 공급하는 교육서비스의 종류와 양, 정원, 등록금, 교육과정 등 모든 것을 정부가 총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교육은 주입식 위주의 획일적 교육과 하향 평준화된 학력저하의 결과를 낳았다. 관료주의 특징은 교육의 결과를 정치적, 이념적 준거에 의한 계산을 중시하여 눈에 보이는 숫자적, 표면적인 결과에 연연하게 된다. 학생들의 탐구심이나 창의력은 중요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동기부여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강제적으로 제공되는 일률적인 교육으로 평균적인 학생만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또 정부 주도의 교육체제 하에서 교육체제는 점점 관료화되어 가고 의사결정은 정치적 경향을 띠게 된다. 교육 관료들은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비대해진 관료조직은 점점 지출을 증가시키고 교육의 질과 양을 감소시켜 전반적인 교육체제의 붕괴를 초래한다.
정부 주도의 교육 하에서는 학교와 교사들의 창의적인 교수법과 교과과정 개발을 막는다. 학교와 교사들은 가만있어도 학생들은 고르게 나뉘어 배치되고 교사들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학생들을 맡아 가르칠 수 있다. 학교와 교사는 얼마 만에 한번씩 정부에서 바꾸어 주는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진 교과서를 가르치면 된다. 정년도 보장되며 근무평점도 판에 박힌 평점제도로 일관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혁신적 활동을 할 유인이 적다.
교육이 정부통제 하에 있는 한 학교는 효율적인 운영이나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킬 인센티브를 갖지 못한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기업과는 달리 학교는 잘못 운영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망하지 않도록 보호되어 있다. 따라서 고객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무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들의 다양한 욕구를 표출할 곳이 필요했다. 그것이 과외를 비롯한 이른바 사교육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소위 공교육에서 욕구충족을 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학원과 과외를 통해 공교육을 대체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아예 한국이란 교육시장을 탈출하는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이 급등했다.
이와 같은 한국의 교육위기를 막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 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교육을 청산해야 한다. 대신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자체에 그 주도권을 넘겨주어 교육에 관한 한 모든 것을 학생 및 학부모와 학교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율교육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국공립 학교의 학교장과 학부모의 권한과 임무 확대, 학교 선택 및 이동 자유권 보장, 기업의 학교인수 허용 및 다양한 학교인가 등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초·중·고등학교의 국공립학교를 사립화하고, 교육부를 폐지 축소해야 하며 교육예산을 감축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치열한 대학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현재 대학에 가해지고 있는 모든 규제들을 철폐하고 정부는 대학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 여기에는 대학 설립, 대학의 학생모집 방법, 정원, 등록금책정, 기여입학제 등의 자율이 포함된다. 또한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국립대를 민영화시켜 다른 사립대학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학시장을 개방하여 외국대학들이 들어와 국내에서 대학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학연중심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을 최소화는 작은 정부를 실현해야 한다.
교육은 본래 다양성과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율적 성격을 띠고 있다. 교육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것은 그것이 자율적으로 이루어 질 때이다. 능력과 개성이 각기 다른 개인들에게 동일하고 획일적인 교육 내용을 강제할 때 그 결과는 형편없게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학교가 자율권을 갖고 교육을 주도해야한다. 정부가 아닌 학부모와 학교가 교육의 주도권을 가질 때 보다 전문적이고 인간적인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그래서 제도화 된 것이 교육감 직선제이지만 2008년 7월 30일 최초의 민선 교육감이 국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된 오늘 투표율은서울을 기준으로 15.4%의 그쳐 대표성 논란과 함께 직선제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를 보면서 세계최고라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다 아침에 내린 소나기에 다 식어버렸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