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freemarket 2008-07-16 오전 3:35:46 | 조회수 126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경제학자처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아래와 같이 최근 필자가 고민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해 보았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께서는 이곳에서 교환의 이익을 나눴으면 한다.


1. 비 오는 날 택시 잡기 문제

누구나 한번은 비 오는 날에 택시가 잘 안 잡혀 애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걸어가거나 버스를 이용했을 사람들이 비가 오는 날에는 여러 가지 이유(비나 북적대는 버스 피하기) 등으로 택시를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도시에 현재 운행되고 있는 택시는 총 100대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에 대한 수요가 평균적으로 80명이라고 해 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비가 오는 날에는 택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그 수요가 120명이 된다고 하자. 그러면 20명은 택시를 잡지 못하고 발을 동동대며 계속 택시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버스 또는 걷기를 선택할 것이다(이렇게 단순화된 예에서 ‘100대의 택시가 모두 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심각한 얘기는 다음 기회로 남겨두자).


그런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비가 오면 택시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100대 운행되고 있던 택시의 수가 예컨대 80대로 감소된다는 것이다(정확히 말하면 각 택시의 운행시간이 줄어드는 것임). 그러면 총 40명의 사람들이 택시를 잡지 못하게 된다. 필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택시를 타고 가던 도중 기사님께 실제로 비가 오면 택시 기사님들께서 운행을 줄이는지를 여쭈어 보았다. 택시 기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비가 오면 특히 밤일 경우, 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이 드신 기사님들은 운행을 줄인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의문점을 빼면 일리 있는 말씀이다.


설사 비 오늘 날에 사고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분명 비 오는 날에 택시 운행을 줄이는 것이 날씨 좋은 날에 운행을 줄이는 것보다 기회비용이 높을 것인데, 왜 비 오는 날에 택시의 공급은 줄어들까. 혹시 택시 기사님들께서 비가 오는 날에는 외출하는 사람의 수(잠재적 택시 고객)가 줄어든다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 복권 구입 시기 문제

복권 구입도 (특히 위험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은 해 봤을 경험이다. 어느 복권이든 그것을 구입하는 데에 따른 기댓값은 0보다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대박 인생을 꿈꾸며 복권을 구입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예상했겠지만, 사실 복권 구입은 큰 액수의 당첨금도 목적이지만 그보다 그것을 구입함으로써 즐길 수 있는 기대감, 즉 복권 당첨 결과를 알기 전까지 가질 수 있는 대박 인생의 꿈 때문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도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이 집을 팔아먹을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복권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위험 애호가인 셈이다(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로또를 구입하겠지만, 필자는 절대적으로 위험 회피자이다!).


여기서도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예컨대 로또를 구입하는 이유가 당첨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면, 그것을 보유하는 기간이 길수록 자신의 효용은 증가할 것이다. 즉, 필자처럼 토요일 저녁에 당첨 결과를 발표하는 로또를 토요일 오후에 사는 행위는 불과 몇 시간의 기대감만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또를 가능한 한 빨리 구입하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유리하다(야구 경기를 1회 초부터 관람하는 것과 8회 초부터 관람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런데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왜 그럴까? 여러분은 무슨 요일에 로또를 구입하시는지.


3. 술 섞어 마시는 문제

필자는 음주를 즐기는 편이다(단, 가무는 피한다!). 소주와 맥주도 좋아하지만 그것들을 섞어 만든 이른바 ‘소맥’도 즐겨 마신다. 며칠 전에 아는 선배와 술을 한잔 하는데, 술집 벽에 붙어 있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회사에서 신제품으로 나온 ‘오십세주’란 술의 광고였다. 예전에 ‘백세주’와 ‘소주’를 1:1 비율로 섞어 마시던 술을 오십세주라고 불렀는데, 술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생산자가 직접 제조해서 상품으로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선호를 잘 겨냥한 아이디어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그다지 많은 사랑을 받지 못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술을 섞어서 마시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좀 분명해 질 것 같다.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술을 섞어 마시는 이유는 그 술이 질적으로 향상(?)을 보이는 이유도 있겠지만, 술을 섞는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술을 즐겨 하지 않은 분은 아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미 술을 섞은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술을 섞을 기회를 빼앗아 간 것일 수 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필자는 소맥을 즐겨 마시지만, 어떤 회사에서 소맥을 신제품으로 선보인다면(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술집에 들어가서 이렇게 주문할 것이다. “여기, 소주 한 병하고 맥주 세 병이요.”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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