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동연판사가 강기갑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방실침입, 공용물건손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조리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했다. 판사는 객관적인 핵심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법률을 왜곡하고 판례를 위반한 궤변으로 일관함으로써 판사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일부 일탈 판사들의 법률판단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판사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되짚어보게 하는 판결이다. |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동연판사가 강기갑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방실침입, 공용물건손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조리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살펴보는 것은 오늘의 일부 일탈 판사들의 법률판단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표본이 된다.
1.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소사실의 핵심요지
(1) 민주노동당 강의원은 2009년 1월 5일 오전 9시경 국회 본회의장 문에 강의원 소속 민노당 관계자가 붙여 놓은 'MB악법저지’플래카드를 제거해달라는 국회 경위과장의 요구를 거절하고, 경위과장의 지시로 이 플래카드를 떼어낸 국회경위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하고 달려들다가 이 플래카드를 인계받은 국회 방호원을 잡아 흔들고, 다시 “야 이놈들아”라고 고함을 치면서 경위과장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서 국회 방호원과 경위과장의 공무를 방해하고,
객관적인 핵심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강의원이 여러 가지 정치적 항의를 하였다는 등 군더더기를 덧붙여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이 판사의 본건 판결의 특징
(2) 강의원은 그날 오전 9시 15분경 국회 경위과장 등의 플래카드 철거의 직무집행을 항의하려고 국회 사무총장실로 달려 들어가 집무실에서 책상에 앉아있는 사무총장에게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치면서 의자 옆 보조탁자를 부수고 “이렇게 하면 다 되는 거야”라고 소리쳤으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고 “어디 이따위 식으로 하고 있어”라고 소리치면서 탁자위로 뛰어 올라가서 공중부양의 활극식으로 세 번 발을 굴러서 국회사무총장의 공무를 방해하고, (아울러 국회 사무총장실로 불법의사로 침입하고, 공용물인 보조탁자를 손상하고),
(3) 강의원은 그날 오후 8시경 국회의장이 3당 원내교섭단체 대표 등과 법안의 국회처리를 논하고 있는 국회의장실 문밖에서 “뭣들 하는 짓이냐, 무슨 교섭단체회의야, 빨리 문 열어, 나와, 국회의원을 개 끌듯이 끌고 가는데 무슨 회의야”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약 1시간 동안 국회의장실문을 여러 차례 발과 주먹으로 차고 쳐서 국회의장 등의 공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 (1) (2) (3) 핵심사실에 대하여는 이동연판사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한다거나 증거가 없다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객관적인 핵심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강의원이 여러 가지 정치적 항의를 하였다는 등 군더더기를 덧붙여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이 판사의 본건 판결의 특징이다.
2. 강의원에 대한 위 공소사실이 무죄라는 이동연 판사의 이론전개
(1) 사실에 대하여 이 판사는 현수막 철거가 공무집행이라 할 수 없으므로 국회경위과장이나 방호원에게 폭행을 하여도 공무방해로 되지 않는다고 판결문에 쓰고 있다. 현수막 철거가 국회경호권에 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강의원이 방호원을 잡아 흔들고 국회 경비과장의 멱살을 잡아 흔든 것은 화가 나 순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 한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거나, 항의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고,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이 판사는 판결서를 쓰고 있다.
(2) 사실에 대하여 이 판사는 국회 사무총장이 강의원의 항의에 대꾸를 하지 않고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으므로 공무원이 집무시간 중에 TV를 보거나 낮잠을 자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무총장이 공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는 중이므로 그런 난동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방해가 안된다고 판결문을 쓰고,
국회경위들의 부적법한(법의 근거가 없거나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부적법하다는 것임) 공무수행(플래카드 철거)의 지휘 감독에 관한 책임자인 국회 사무총장에게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러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 간 것이므로 방실침입이 되지 아니하고. 보조탁자를 부순 것은 강의원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있었으므로 보조탁자가 부서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서 공용물손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다.
(3) 사실에 대하여 이 판사는 국회의장실 출입문이 두께 4.5cm의 목재문이고 집무실 탁자와의 거리가 3m 정도로서, 실제로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등과의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방해받지 않았으므로, 국회의장 등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공무집행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문을 쓰고 있다.
3. 법률을 왜곡하고 판례를 위반한 판결문
(1) 사실을 보건대, 국회본회의장 문에 어느 정당이 행정부 수장(首長)을 지목하는 'MB악법’이라든가, 어느 법안을 저지하기 위하여 '어느 악법저지’라든가 하는 플래카드를 함부로 붙여 놓은 것을 떼어내고 정리하는 것은 국회 사무총장이나 그 지휘를 받는 경위과장이나 그 지시를 받는 방호원이나 모두에게 정상적인 공무수행이다. 이것을 판사가 국회법에 의한 질서유지권이나 국회청사관리규정의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이유를 붙이는 것은 궤변이다.
플래카드를 함부로 붙여 놓은 것을 떼어내고 정리하는 것은 국회 사무총장이나 그 지휘를 받는 경위과장이나 그 지시를 받는 방호원이나 모두에게 정상적인 공무수행
법정입구에다가 소송당사자가 '어느 판사의 부패판결’이라든가 '정실판결저지’라든가 하는 플래카드를 붙여 놓았는데, 정리나 민사과장이 와서 떼어내려 할 때, 정리의 멱살을 잡거나 민사과장을 잡아 흔들어도 법정질서유지법규나 법원청사관리규정에 따로 정해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가 않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해괴한 논리다.
(2) 사실을 보건대, 대법원 판결로서 오랫동안 확립된 판례가 있다.
지방법원 지원 서기과장은 근무시간 중 시간중단 없이 부하직원을 통솔하고 감독할 직책이 있으므로 설사 서기과장이 때마침 어떠한 구체적 사무를 현실적으로 집행중에 있지 않다 할지라도 소정 집무시간 중에 그 자리에 착석하고 있는 이상 의연 감독사무집행중에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1957 형상 48)
사무총장이 집무실에서 노는 게 아니고 지휘감독하고 있으니까 항의하려고 달려 든 것...그걸 낮잠 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써서 지록위마(指鹿爲馬)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국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2009. 1. 5. 당시 국회 사무총장은 바로 강의원 같은 난동배들로부터 국회의 존엄과 의사진행의 합법절차를 위해 고심하면서 경위과장 등에 대한 지휘감독에 여념이 없었고, 이 판사 스스로도 강의원이 'MB악법저지’ 플래카드 철거를 지휘감독하는 사무총장에게 항의하려고 그 집무실로 달려갔다고 판결서에 쓰고 있다. 사무총장이 집무실에서 노는 게 아니고 지휘감독하고 있으니까 항의하려고 달려 든 것 아닌가. 그걸 낮잠 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써서 지록위마(指鹿爲馬)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국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실에 드나드는 것까지 시비하는 공소장을 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 사무총장에 대한 항의의 정도가 잠잠히 앉아있는 그에게 탁자위의 공중부양 활극을 할 정도였고, 그러려고 사무총장실에 “달려들어”간 것이므로, 방실침입으로 기소하여도 판사로서는 당연히 유죄판결을 할 뿐 아니라 그에 상응한 벌을 내려도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지만 슈퍼마켓에 들어간 자가 물건을 슬쩍하려 들어갔으면 절도와는 별도로 당연히 주거침입이 되는 것과 같다.
강의원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보조탁자를 부쉈다면 그 처벌가치는 차치하고, 물건 부순 형사책임은 법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 판사가 정히 강의원을 돌보아 주고 싶으면 차라리 보조탁자 부순 것이 처벌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선고유예 같은 것으로 해야지 그런 식으로 견강부회해서는 판사에 대한 신뢰를 너무 훼손하게 한다.
공무집행방해의 구성요건인 폭행은 반드시 공무원의 신체에 가격하는 폭행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국회의장실 문에 발길질하는 것도 폭행
(3) 사실을 보건대, 공무집행방해의 구성요건인 폭행은 반드시 공무원의 신체에 가격하는 폭행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국회의장실 문에 발길질하는 것도 폭행이다. 판사실에서 원피고 대리인들과 조정협의를 하고 있는데, 평소에 법관에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악의의 시민이 “뭣들 하는 짓이냐, 무슨 조정협의야, 빨리 문 열어, 나와, 당사자를 개 취급하는데 무슨 협의야”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약 1시간 동안 판사실문을 여러 차례 발과 주먹으로 차고 쳤다면 법정모욕도 되지만 공무집행방해도 구성한다. 강의원의 국회의장실 발길질은 국회의장(國會議場)모욕죄도 구성하지만 공무집행방해도 된다.
4. 판사는 그 사회에서 전해 내려오는 질서의 수호자여야 한다
『사법부의 정치』저자인 J.A.G. Griffith는 영국사법부의 전통으로서, “판사들은 우리 사회가 건설되어 온 토대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관계와 권익의 보호자 겸 보존자이다. 판사들은 급진주의자의 역할은 물론 심지어 개혁자의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다”고 썼다. “판사들을 임명하는 데 가장 현저한 사실은 그 임명이 전적으로 정치인의 손에 달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판사들은 개혁자의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관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일반시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성직자 노릇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미국법률의 역사』를 저술한 Lawrence M. Friedman은 19세기 후반의 잘못된 판사들을 지적하면서, “이들을 무능하다거나 괴짜라고 평하는 것은 틀린 평일 것이다. 이 판사들의 제일 큰 죄(worst sin)는 아마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판사들은 자기들이 전문가이고 자기들의 직무는 일반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이고,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기들은 순수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법정판결분야에 관하여서는 전문독점의 특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기들이 한 업무는 '평가를 하기 어려운 것 (value-free)’ 이라고 내세워 왔다. 자기방어로서는 쓸모 있는 자세이다.” 라고 썼다.
미국 로욜라법대 명예교수인 G. Kanner교수가 지적한 점이 바로 우리의 현 시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법관들의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인식이 사회의 주류에서 너무 일탈해서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고 놀라게 할 정도인가? 그렇다면 그런 일탈견해를 가진 사람(법관)들은 투표함을 통해서 그런 인식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법관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일반시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성직자 노릇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임광규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