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수막 문구 속에 사로잡힌 투쟁사(鬪爭辭), 새로운 대안은 없어
- '아이들의 행복’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
- 격한 어조 속에 진행된 집회에 시민들 반응은 냉정해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 운영 계획을 확정ㆍ발표한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교육청 앞에서 '자율형 사립고-고교선택제 저지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날 집회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외에 범국민교육연대, 서울지역 사회공공성연대회의, 고교서열화저지-교육양극화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SAY NO 등의 단체에서 나온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학교서열화 중단 ▲고교 선택제 저지 ▲일제고사 폐지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를 주장했다.
똑같은 말만 반복, 새로운 근거 제시하지는 못해
이들은 '학교서열화 중지하라', '자사고=귀족학교'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나란히 앉아, '자율형 사립고는 가진 자만을 위해 설립되는 학교’라며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돈으로 학교를 서열화 시키려는 이명박, 공정택의 정책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며,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을 나눠서 줄 세우는 일제고사는 올 10월에는 없애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치며 집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학교는 돈으로 차별할 수 없다.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다'라고 내 건 현수막 속 문구만 반복할 뿐, 이렇다 할 새로운 근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큰 동조를 얻지는 못했다.
격한 어조 속 투쟁사, 시민들 표정은 당황스러워
이 날 결의대회는 투쟁사와 응원무대, 앞으로의 투쟁계획 발표순으로 진행되었다. 진행 중간 중간 "미친 교육 중단하고 일제고사 폐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투쟁사를 읽는 중간에 어조가 격해져 "우리의 생존권이 그들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우리의 분노로 썩어빠진 관료들을 한강에 다 쳐 넣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투쟁사를 읽던 중, "돈 없으면 교육도 못 받는 나라에 살 것인가! 지나가는 시민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시민들을 향해 외쳤지만 실제로 지나가던 시민들의 얼굴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전교조원들만의 축제?!
첫 번째 투쟁사에서는 자립학교 문제를 해당 학교, 그 지역 주민들의 문제로 분리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곧 공교육 파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1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학부모회를 조직하여 '미친 교육’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이어 요즘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차별하기 시작한다며 성적순으로 급식을 배부하는 학교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응원무대에서는 '해직교사'로 유명해진 최희연 선생님이 '오리 날다'와 '불나비'를 차례로 불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가사를 따라 부르며 환호성을 질러 마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교육청 앞을 지나던 대학생 김민주(24) 양은 "일방적으로 저렇게 해봤자, 주변만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들을 앞장세운 투쟁사
마지막 투쟁사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쓴 불만 사항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진단평가 정말 싫어요.' '시험으로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마세요.' 등 27명의 아이들이 쓴 내용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진단평가 물러가라!'나 '일제고사' 등 전교조원들이 사용할만한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바로 '아이들의 행복'이었다. 이들은 평등한 교육만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앞장세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다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원하는 학교에 자유롭게 진학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날 집회에서 이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이진주 / 대학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