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리는 민주노총
연이은 노사화합 선언과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
여전히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는 민주노총
민주노총, "어떤 말도 지금은 할 수가 없다.”
민주노총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노총은 올들어 성폭력 미수 사건으로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데 이어 지도부 구성 차질, 산하 노조단체의 잇따른 탈퇴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최근에는 서울메트로 등 6개 지하철 노조가 별도의 연맹체 설립을 추진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민노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조합원 의사를 외면하는 조직의 화석화에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민노총 산하 노조의 탈퇴 움직임은 경기침체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생존권 확보 노력 대신 정치투쟁에 매몰돼 있는 민노총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민노총 탈퇴 투표에 나섰던 인천지하철노조의 이성희 위원장은 “민노총은 파업으로 생긴 해고자를 도와주려는 노력은 없이 키 리졸브 훈련 반대와 같은 정치투쟁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노조 본연의 활동에 주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민노총이 올들어 발표한 성명만 봐도 키 리졸브 훈련 반대, 대법관 사퇴 등 노조활동과 상관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며, 대졸 초임 삭감 반대 등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극히 일부였다.
민주노총 탈퇴선언 줄이어.....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산하 지회인 NCC 노조(지회장 김주석)는 18일 "국가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동참하고 혁신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민주노총을 탈퇴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장은 해직에 대한 공포를 겪으며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사상생의 고민을 높이는 이 때 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정권과의 한 판` 싸움 방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영진약품 노조도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4명이 민주노총으로부터 상부 지침을 거스르고 일방적으로 노사화합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영진약품 지회장은 이미 조합원들을 상대로 상급단체인 화학섬유노조 탈퇴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NCC에 이어 영진약품 지회의 민주노총 탈퇴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인천지하철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노조 등 공공운수연맹 사업장들도 강경일변도의 민노총의 투쟁노선에 대한 반감과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조직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노총은 이들 사업장의 이같은 이탈행위에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당혹해하며 이러한 반감이 다른 사업장으로 도미노 현상을 몰고오지 않을까 신경쓰는 눈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간 상생과 화합 분위기 조성
이런 민주노총의 상황과는 달리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도 노사 양측이 고통분담을 통해 이겨나가는 산업현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 부산지방 울산노동지청에 따르면 올 들어 울산지역의 10개 업체 노사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회사에 위임하는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과 화합에 동참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인 ㈜NCC 노사는 3월 5일 울산지역 민노총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노사 간 임금 동결과 고용보장 협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국내 조선업계의 선두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요구안을 회사에 위임했고, 회사도 모든 조합원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는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DI, 삼성비피화학 등 울산지역 삼성계열사 3곳의 노사도 지난달 말 2009년 임금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고, 플랜트 업체인 성진지오텍 노사도 임금을 동결했다.
원전기술전문업체 삼창기업 노사 역시 지난달 24일 노조가 회사에 임금요구안을 위임했고, 남구 여천동에 소재한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한국바스프 화성공장 노사도 지난달 18일 임금동결과 함께 올해 호봉승급분을 반납하면서 일부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화합과 상생을 약속했다.
올해 초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과 울산수지공장 노사가 각각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모두 동결하거나 유예하고 노사화합을 선언했다.
포항지역 전체 58개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가운데 38개사가 지난해 영구 임금 무교섭 타결을 선언했고, 올 들어 3개사가 추가로 임금을 무교섭 타결하는 등 새로운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달 17일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와 노동조합이 현재 경영위기 상황 타개에 동참하기 위해 2009년도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노조와 포항철강공단 내 DK동신㈜, 포스코 외주파트너사인 영일기업㈜도 지난 3, 4일 노사 양측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무교섭 타결을 결의했다.
또, 제약업계 영진약품은 비정규직 2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영진이 임금의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노조 역시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경영이 정상화되고 이익 발생시까지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으로부터의 탈퇴 움직임, 잇따른 노사화합선언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민주노총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