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서 합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대응이 늦을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찬성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난 9월 22일, 사상 최대의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는 올해 12월에 열리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올해 타결 못하면 용서받지 못할 것” - 반기문 UN 사무총장
“지금 대응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직면할 것” -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렇게 강한 어조로 회의는 시작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수치나 대안이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2020년까지 2005년과 비교해서 놀라울 만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수치가 결여되었고, 미국은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서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선진국의 기술과 재정 지원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EU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20%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는 연설에서 온실가스를 25% 삭감하겠다고 발표해서 갈채를 받았지만, 정작 일본의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놓고도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이은 G20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역시 불발되었습니다. 결국 12월 코펜하겐 총회에서 향후 협상의 틀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어느 나라도 총대를 매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또한 부자나라는 공해가 많이 나는 산업을 가난한 나라에 이전에 놓고 고통분담을 강요해서 공정성의 시비도 거셉니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40% 이상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금융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해서 선진국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09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를 기록했고 OECD국가 중에는 6위로 조사되었습니다.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이었으며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1990년 이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OECD국가의 평균 증가율은 17.4%를 나타냈는데, 한국은 113%나 증가해서 6.5배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비해서 한국의 에너지 효율성은 OECD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꼽힙니다. 녹색성장이 정권의 화두로 제시되어서 그에 따른 대책이 쏟아지는 지금, 대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편이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크지 않고, 중소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재원의 미비와 관심의 부족으로 진전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은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올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의 협상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녹생성장이 현 시대의 대세임은 분명하고 녹색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녹색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1997년 합의한 교토의정서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되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말뿐인 '녹색’이 아니라 실질적인 '녹색’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모든 나라는 필연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세가 낮아지거나 사라져도,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서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치열한 경쟁을 꺼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나마 손쉽게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전쟁은 보호무역주의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하지 않은 나라의 물품에 대해서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높게 매길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도 있고, 수입되는 물품에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적용해서 보호주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서 비관세장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유럽의 평균에 미달하는 물품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해왔고, 독일 총리도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온난화 방지 및 이산화탄소 거래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목표에 서명하지 않는 국가들을 처벌하고, 그 방법으로 무역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의 물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속셈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도국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녹색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보호주의 강화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석탄을 예로 들면, 아직까지 석탄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전기의 절반가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개도국에서는 그 수치가 더 높습니다. 사회기반시설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전기 공급을 큰 부분을 석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는 전력생산의 80%이상을 석탄의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구실로 섣부르게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이익을 감소시키며, 몇 년 내에 석탄 사용을 크게 줄이라고 하는 것은 개도국의 수십억 인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좋은 목적이 있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거나, 그것을 빌미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음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인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