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정권교체의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개천절, 광복절 등의 국경일에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특별사면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종교적 성향이 깊은 석가탄신일, 성탄절 사면에도 불구하고 '사법권의 보완’ 차원의 '사면제도 본질’보다는 현 정부 성향과 정치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만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특별사면은 이루어졌고 생계형 위주였지만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왜 사면제도는 정권이 바뀌어도 동일한 평가만을 받게 되는 것인가
사실상 사면법은 1984년에 제정된 이후 2007년 '사법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에 대한 일부 개정만이 있을 정도로 큰 변화 없이 시행되어져 왔다. 사면이 대통령이 권한 이였기에 남용의 우려가 높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한보비리로 구속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를 비롯해서 90년대 115명의 희생자를 낸 KAL기폭파범 김현희의 사면은 사면제도의 보완논쟁과 김씨의 방송 출연과 자서전 출간 등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수많은 권력형 비리와 경제사범들도 사면의 혜택이 있었기에 특별사면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사면제도의 변화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면제도가 형벌권남용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란 빛바랜 구호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까지 오면서 정치거래로서의 사면보다는 대규모 사면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현 정권 성향에 맞는 국가보안법관련 공안사범의 사면이 이루어졌지만 특정 계층의 사면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의 사면은 그 대상이 도로교통법과 같은 규제적 성격의 범죄에 해당하기에 특별사면의 홍보효과와 국민의 법준수의식 저하의 장ㆍ단점을 지닌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사면을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면제도 자체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보다는 시혜적 차원으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에 있다. 사면제도는 법치주의 국가의 대표적인 예외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유지수단으로 사용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사면제도의 정당성과 관련해서 참으로 많은 의견이 난무한다.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권 사이의 학술적 논쟁에서 정치권의 특별사면에 대한 의도까지 대부분 사면이 이루어질 때마다 법적 한계성의 보충해주는 긍정적인 의견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단, 이 같은 주장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지금껏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정부와 국민들이 존재해야 한다. 경제나 사회상황 역시도 꾸준히 동일한 성향을 보여야 한다. 이건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앞에서처럼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의 비판도 낡은 인식에서 나온 걸 보면 무조건 적인 부정보다는 사면현실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8ㆍ15 특별사면 대상자를 생계형으로 규정하고 정치인 그리고 기업총수가 배제된 특별사면이 이루어졌다. 왜 현실에서 기업은 중간이 아닌 처음과 끝에만 등장해야 하는가. 특히, 지금껏 이루어진 특별사면은 기업가의 이름만 거론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올바른 자제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면제도는 구시대적 사물로 보면서 현실적 경제활동의 주체는 무조건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별사면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제도자체의 원칙을 다시 정하거나 대상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수정하면 되는 일이다. 매번 특별사면이 이루어질 때마다 사면의 혜택을 받는 이들에 대한 질타나 제도 자체의 무조건적인 부정은 국민들의 욕구를 무엇으로 나타낼지 보여줘야 할 정부행동에 의욕상실의 가능성만 키우는 셈이다.
현재 잘못된 사면제도라면 제도자체에 비판을 가해야지 그 대상이 기업인일 경우에만 부정적 시각을 집중해서 '삼국유사’의 경문왕 부분에 실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관한 설화에 보이는 두건장이의 의미 없는 왜침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