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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4 사범대 출신들의 씁쓸한 수다

얼마 전 한 선배의 학업 개업식에서 오랜만에 사범대 선후배들을 만나게 됐다. 졸업한 지 어느 정도 지나서인지 다들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임용고사에 합격해 중학교에서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부터, 기간제 교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선배, 사립학교에 원서를 넣어 올해부터 근무하게 된 후배, 과외로 근근이 돈을 벌어 임용고사 공부 중인 후배, 학원 선생님으로의 전향을 결정한 선배까지 다양했다.

이렇게 모이니 먼저랄 것도 없이 오가는 화제는 당연히 '교육’이었다. 기간제로 학교에서 근무 중인 선배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콩나물 교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반 시내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그의 반은 38명 정도. 1990년대 말 반 학생수가 55명까지 육박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빽빽한 숫자라는 것이다. 질문을 한 명당 1분씩 받아도 수업시간이 끝나는데, 어떻게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발성을 유도하는 토론수업이 가능하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사립중학교에 들어갔다던 후배는 처음부터 담임을 맡더니 사회과목 수업을 주당 24시간을 한다고 했다. 국영수를 비롯한 주요과목 교사들의 주당 시수가 18-20시간인 걸 감안하면 꽤 많은 시간이다. 왜 수업을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었더니 학교가 교사를 더 뽑을 예산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수업시수가 월급의 양을 크게 좌우하는 것도 아니었다. 교사성과급제 운영 기준에 담임 유무, 수업시수 양, 주요 직책 여부 등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C등급을 받지 않는 이상 성과급에 큰 차이도 없다고 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 등은 기준에 없어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 지에 대한 평가가 되지 않아 교사들의 가르침 욕구도 상승시키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량의 수업과 업무에도 인센티브가 없는 그녀가 과연 수업을 연구하고, 보충 자료를 만들 필요와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범대 출신들의 수다는 자연스럽게 교육 지원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400명이 넘는 중학교의 예산지원과 100여 명 안팎의 학교의 예산지원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교사 인력 수급이나 인프라 지원에 계속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시골 분교에는 최신식 교육 설비까지 지원하면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폐교되는 사례들이 생기면 그 설비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선배는 자신이 아는 실업계 고교에 기본적인 과학실험도구가 턱없이 부족한데, 해당 교육청에서는 지원비를 균등 분배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했다.

자질구레하게 이어지던 대화였지만, 일선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웃지 못 할 고민이자 교육의 현 모습이 아닐까 싶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제는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 마냥 흘려버릴 만한 수다에 그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현황은 일선 교사들의 불평이 현실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발간한 '2008 교육정책 분야별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중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34.7명으로 나타났다. 학급당 학생수가 20명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초등학교에만 해당하는 현실이다. 중학교 중에는 40명에 육박하는 학생수를 가진 학교도 많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학급당 평균학생수인 중학교 24.1명(2007년 기준)보다는 여전히 높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월등히 많고 중학교와 일반계고 절반 이상이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자료집에 따르면, 초등교원 확보율은 100.4%로 정원 초과 상태지만 중등교원 확보율은 80.3%다. 이것도 평균이어서 그렇지, 울산, 경기, 대전, 충북 등은 70%에 머물렀다. 중고교 일선학교에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평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교과부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이유를 들어 교원 증원에 소극적이다.

그렇다고 교사들에게 가르침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대가가 주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교사가 있음에도 월급의 차이는 없으니, 열심히 하려는 교사에게는 더욱 피로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지난해 최고 30%에서 50%까지 확대하기로 한 교과부의 결정은 옳은 방향이다.

여기에 성과급 지급 기준 내용을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원평가와 맞물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정도 등을 적용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직책의 고하, 담임 선택 유무 등으로만 적용되는 성과급의 안이한 판단 기준을 바꿔내고 교사들의 가르침 욕구를 증대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교과부는 이달 말 대대적인 '학교 자율화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거기에는 학교 현장을 자율화하기 위한 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핵심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장이 수업 시수를 20% 선에서 자율 조정할 수 있으며, 교사의 전입 요청권도 가진다. 박사학위 소지자 등 교원자격증 없이도 채용 가능한 교사의 범위가 확대된다. 이 모두는 국가 통제 하에 두었던 학교교육을 개방해 학교마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진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것이다.

이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학교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을 경우,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실 환경의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학교 자율화 진행시 균등 분배로 교육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학업성취도와 특성화 면에서 우수한 면을 보이는 학교에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은 인륜지대계라고 했다. 그동안의 교육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것에는 교육 제도의 변화를 꾀할 뿐, 실제 교육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먼저 바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 나라의 교육의 분위기를 바꿔내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작업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교육개혁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 일선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실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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