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 하나의 재화¹)로 시장이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놓고 많은 이견의 대립이 있다. 바로 공급의 확대와 수요의 억제가 그 양상이다. 대부분의 주택정책이 바로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정책과 같이 일방적으로 한쪽만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두 가지 모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공급이냐 수요냐는 주장의 목적은 하나의 시장 균형점인데, 이를 두고 번잡한 과정들의 개입의 예로 보인다. 아마 유난히 수요억제정책이 많았던 지난 참여정부로부터 이러한 논의가 활발했을 것이다.
먼저, 공급확대정책은 공급자측면에서 택지의 공급과 건설자금의 지원이 있으며, 수요자측면에서는 저금리를 통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정책이 이에 해당된다. 보금자리주택 등의 특별공급이나 분양가상한제나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것도 저렴하게 신규주택을 공급하여 실수요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이 또한 공급정책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자입장에서는 가격규제나 건설자금의 융통 등에 따른 제약으로 리스크가 부담되는 측면이 있어, 엄격히 구분하면 공급확대정책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수요억제정책은 투기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가수요 세력들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고, 실수요자에게 시장진입을 적정하게 허용해주는 정책이다. 이에 대한 예로는 부동산세제, 분양권전매제한, 거래신고제 등이 해당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굳이 구분을 한 것이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양자 모두를 시장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당연한 정답으로, 실제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이 자명한 일이다. 과거의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과 정책의 변화를 보면 낮은 주택보급률과 절대적인 주택부족난으로 인하여 공급정책에 많은 힘이 실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특별법의 형태로서 존재했었던 주택건설촉진법(지금은 주택법으로 통합)이 그러하며, 오늘날의 택지개발촉진법이 그러하다. 하지만, 주택문제에 있어 정부는 공급확대정책보다 수요억제정책을 처방하고 이를 선호하고 있으며, 아울러 시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급확대정책에 비해 수요억제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공급확대정책의 경우 주택건설을 위한 택지확보와 건설, 분양, 입주에 이르는 일련의 시간이 대략 3~4년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단적인 사례가 80년 말의 고도상승기였던 주택가격이 89년 분당 시범단지의 분양을 시작으로 수도권 신도시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사상처음으로 주택가격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의 송파구 역시 재건축의 결과로 본격적인 입주를 맞이하면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던 것도 공급확대정책의 결과이다.
반면 수요억제정책은 세수부담의 강화, 거래규제 등의 방안을 통하여 단기간의 과열된 주택시장의 진통제를 처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통제는 그 순간의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진정한 처방이 될 수는 없다. 통증의 고통과 흉터의 모습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썩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을 결단하는 정부가 공급확대정책을 수요억제정책보다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는, 바로 효과의 측면이다. 공급확대정책은 장기에 걸쳐 그 효과가 들어나지만 수요억제정책은 바로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기에 정부는 수요억제정책을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부 역시 하나의 유기체로 다음의 정권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 목표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유권자들은 주로 수요억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명쾌한 답은 있다.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주택을 제공하여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수준에 맞는 주거가치를 향유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시장을 왜곡시키는 평등위식, 소외위식,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자격지심 등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의 주택정책 목표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목표가 가격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안정이 아닌 가격하락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의 주택정책목표가 가격의 안정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작용에 의해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이들은 인정한다. 연방정부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자택보유율의 제고에 있으며, 이를 위해 주택자금대출 이자상환액을 과세소득에서 공제하고, 대다수의 가구에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주택금융확충을 통하여 자택보유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며, 지방정부는 해당 주의 주민들을 위해 도시전체의 주택가격총액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주택가치가 상승하면 재산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세수가 확대되며, 이를 통해 예산확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예산을 통하여 그 지역의 주민들의 기반시설과 환경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공급확대와 수요규제를 넘어,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 선행은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의 공급이며, 시장에서의 균형점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주택문제는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¹)주택이 재화라는 것에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의를 하나, 이에 대한 세부적인 논쟁꺼리로 사유재(Private Goods)와 공유재(Public Goods)를 구분하여, 주택정책의 갑론을박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