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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7 지상파 방송 공영성 강화되기 위해서라도 [1]

 

최근 방송가는 안팎으로 시끄럽다. 미디어법 통과 문제뿐 아니라 안에서는 프로그램 표절과 조작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해마지 않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이 연일 표절, 조작 시비에 휘둘리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케이타킹’은 최근 일본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들통이 났다. 지난 18일 방송된 '3분 출근법’은 이미 일본 TBS에서 방송한 '5분 출근법’으로 나왔던 것이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출연자가 구성해 온 내용을 방송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미리 일본 동영상을 보여준 뒤 똑같이 연습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고, 사태가 커지자 고정출연을 미끼로 입막음까지 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자연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월 방송한 '밤의 제왕, 수리 부엉이’편의 일부 내용에 연출 조작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리부엉이는 과연 날쌘 토끼를 사냥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그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부엉이가 토끼를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토끼는 제작진에 의해 줄로 발이 묶여 부엉이 앞에 던져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이 정도의 연출은 불문율”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MBC는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이 조작설에 휘말렸다. 지난 5월 '한국사회 진단과 미래논쟁-보수진보 갈등을 넘어’편 방송분 중 시청자 서모 씨가 올린 의견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이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등 언급하지 않은 문장이나 표현이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기타 방영분에서 10여 차례 시청자 의견의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문맥·어법이 안 맞는 누리꾼들의 문장을 작가가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 조작 문제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시청자들의 큰 원성을 사는 이유는 이들 방송이 갖고 있는 사명과 책임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TV와 달리 지상파 방송은 온 국민이 거의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KBS와 MBC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영방송이다. 한국 방송을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공공성과 윤리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루다.

얼마 전 서울대 윤석민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여론 지배력이 69%에 달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의 뉴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언론의 사명이라 할 수 있는 사실과 진실 보도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더욱 강력히 적용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대표적인 지상파 3사의 방송 왜곡이나 조작, 표절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도나 다큐멘터리, 뉴스 프로그램 등의 경우 사회 현상을 호도하고 조작된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 촛불시위를 촉발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MBC 'PD수첩’이다. 지난해 4월 방송됐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 왜곡, 방송 직전 번역 바꿔치기 등으로 30여개 핵심 장면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이라는 매체의 신뢰성을 등에 업고 사람들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은 극적으로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방송 왜곡, 조작, 표절 문제 등의 빈번한 발생에는 관련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 크다. 대부분 보여주기 식의 사과방송에 그치거나, 관련 연출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내보낸 방송사가 책임을 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는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조작, 왜곡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 등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방송사인 MBC도 이를 묵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조작, 표절 시비에 휘말린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해명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방송사들도 연출자 교체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과도한 방송 시장점유율 또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어느 정도의 자본력과 규모를 가지고 방송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상파에는 자본력을 가진 신규 방송 사업자의 진입 통로 자체가 막혀 있었다. 이들 3사는 지난 해 방송 광고 시장의 77.3%(2조4788억원)까지 장악하며 독점체제를 이어왔다.

그렇다 보니 조작이나 왜곡 사례가 있어도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시장 점령에 힘입어 공공성, 공익성 유지와 사실 보도에 입각한 방송 시정 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방송가의 미디어법 도입은 안팎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디어법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보도 채널 등 미디어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방송 사업자들이 진출로 방송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고, 신규 사업자들과의 원활한 경쟁으로 방송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통과과정에서 대기업, 신문 등의 지분 참여 비율을 10%로 한정하고, 경영권 참여 시기는 2013년 이후로 미루면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을 인정해준 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좁게나마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가 진입이 가능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새 방송 사업자는 공정한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송채널의 진입으로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게 된 만큼,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영성과 사실보도에 입각한 프로그램 생산에 더욱 부담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그 성격상 더욱 공공성과 윤리성을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독과점이라는 형태를 무기로, 방송 심의 기준의 부족한 현실을 핑계 삼아 방송 제작자의 관점과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표절, 왜곡 등을 해왔다. 이는 명백히 언론과 방송이 가져야 할 사명과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방송 진입 규제를 완화하여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방송 제작자들이 언론의 책임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방송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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